책임 있는 철을 인증하는 ResponsibleSteel

최영 (포스코 기업시민실장)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아시아 최초로 책임있는 철강(ResponsibleSteel) 인증을 획득했다. 포항, 광양 제철소에서 받은 이 인증은 글로벌 ESG 기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370개의 기준과 다양한 대외관계자의 서면, 현장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엄격한 심사 과정이 특징이다.

저탄소 시대로의 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등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안전하고 깨끗한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철강산업은 탄소중립 달성, 안전한 사업장 구축 등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지속가능경영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1968년 ‘포항종합제철’이라는 사명으로 설립한 이후 성장 과정에서 경제적 이윤 창출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친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창립 50주년을 맞은 2018년에 ‘기업시민’이라는 경영이념이 탄생했다.

기업시민은 기업에 시민이라는 인격을 부여한 것으로, 회사가 보유한 역량과 자원을 이윤 창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며 적극 동참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9년에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실천 원칙을 담은 ‘기업시민헌장’을 제정했다. 최근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ESG 성과를 요구한다. 축산물을 구매할 때 제조·가공·유통 등 제반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해섭(HACCP) 인증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포스코 제품이 노동인권, 환경, 안전등 ESG 경영을 실천하는 사업장에서 생산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ResponsibleSteel 인증서

포항·광양제철소, ESG 실천 사업장

이에 따라 포스코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실천 노력을 외부로부터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2021년 10월부터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대상으로 철강산업의 글로벌 ESG 표준인 ‘리스판서블스틸(ResponsibleSteel, 책임 있는 철강)’ 사업장 인증을 추진했다. 아시아 철강사 중 포스코가 최초로 승인에 참여해 2022년 11월 인증을 획득했다. 리스판서블스틸은 철강사뿐 아니라 밸류체인에 속한 원료 공급사, 완성차업체, 연구기관, 시민단체 등 130개 이상 기업과 기관이 속 비영리기구다. 2016년에 설립했으며, 철강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과 이해관계자의 신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스판서블스틸사업장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글로벌 ESG 기준에 부합하는 엄격한 370개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ESG 관리 체계 ▲안전·보건 ▲노동권 ▲인권 ▲이해관계자 참여 및 커뮤니케이션▲지역사회 ▲소음·진동·화학물질·폐기물 관리 ▲기업 리더십 ▲물 관리 ▲생물다양성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또 독립된 제3자 인증기관의 서면 및 현장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인증 과정에서 시민단체, 환경단체, 학계 등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 인터뷰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의 종합 검증 등을 거친다.

포스코는 이번 인증을 준비하면서 먼저 회사 차원의 전 부서 협업을 우선순위로 두었다. 이후 안전, 환경, 인권, 구매, 지역사회 등 ESG 이슈를 관리하는 부서 담당자들을 ‘ESG 앰배서더’로 선발해 회사의 정책, 사규, 표준 등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검토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ESG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 동시에 유럽 중심의 표준에 대해 주관 부서가 불명확하다는 점, 부서마다 관리 방법이 다르다는 점 등이 대응 첫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기반으로한 ESG 경영활동과 성과에 대한 이해도가 회사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운영시스템에 내재화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장 심사에 중립·부정 단체 참여

서면 심사 통과 후 현장 심사에서는 포스코 외부 이해관계자 및 임직원 인터뷰가 함께 진행되었다. 이해관계자 인터뷰는 회사의 ESG 정책과 지침 등이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 다각도에서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는 지방정부(시청), 환경단체, 시민단체, 노동조합, 학계 등 회사에 중립적 또는 부정적 시각을 지닌 단체를 인증기관에서 선정했다.

임직원의 경우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인터뷰 대상자는 심사 당일 임의로 선정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부 이해관계자 25개 단체와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임직원 총 1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결과 대부분의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회사의 노력과 활동에 공감하고 있으며, 기업시민 경영활동을 신뢰하고 지지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이해관계자는 회사 입장과 다른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해당 이슈에 대한 사실관계 소명을 통해 충분히 이해를 구했고, 심사원은 해당 사안이 국내 법규 및 회사 내부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음을 확인했다.이 같은 심사 과정이 마무리된 후에는 인증기관에서 작성한 심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마지막 관문인리스판서블 스틸 전문가 패널의 종합 검증을 거쳤다.

포스코는 이러한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마침내 단일 규모로는 글로벌 1·2위 제철소인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리스판서블스틸 사업장 인증을 획득했다.

내재화로 빠른 내부 협조 가능

포스코는 1993년 ISO 9002(품질경영 시스템) 인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글로벌 인증을 선제적으로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받은리스판서블스틸 사업장 인증은 ESG 전반을 다루는 것은 물론,내부 임직원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와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심사원으로 참여한 오덕근 DNV 코리아 심사팀장은 “리스판서블스틸 인증은 기존 인증과 달리 환경·안전보건·노동인권·윤리 등 요구사항이 방대하고, 근로자와 이해관계자 직접 인터뷰 등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어슈런스 패널(Assurance Panel)이라는 3자 전문가 그룹의 기술 검토와 내부 심의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절차의 투명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다른 인증과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성공 요인으로는 내재화된 관리시스템과 주관 부서의 리더십·실행력, 유관 부서의 적극적 협조를 꼽았다. 포스코는 이미 ISO 14001 환경경영 시스템, ISO 45001 안전보건경영 시스템, ISO50001 에너지경영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인증 과정을 거치며 ESG 리스크 관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학습해온 상태였다. 아울러 이런 활동을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표준 및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 기준에 기초해 매년 기업시민보고서를 통해 공개했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한 상태였다.

그러나 인증은 시작일 뿐이다. 더 중요한 단계는 지속적인 개선과 노력이다. 포스코는 책임 있는 철강 생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출처 : 한경ESG 매거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