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시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과 문화예술

ESG 경영과 문화예술

50년 전,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창출이자, 이윤 극대화가 기업의 최고 미덕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경제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넘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생각하는 ‘지속가능 경영’을 실천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전까지 기업들이 눈앞의 단기적인 이윤이나매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야 지속가능해진 것이다.

또한,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이제 기업이 얼마나 벌었는지 숫자로만 판단하기보다 어떻게 벌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 이러한 트랜드에 맞추어 기업들은 ESG 경영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을 활용한 ESG 경영이다.

최근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잠재적인 파급 효과가 소비자의 기호를 형성할 만큼 새로운 표적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문화예술 발전과 지역사회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문화예술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 및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직원 만족도나 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이미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김진각, 2022; 김수환·류승완, 2022; 손예령·고민지, 2021; 이나림·안춘복, 2020; 한성준·조진희·이해준, 2020; 황낙건, 2014;윤철현, 2004).

문화예술만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하지만 문화예술은 본연의 인지적 가치와 예술적 행동을 통해 공동체의 인식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다양성 존중 및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등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뒷받침한다. 오늘날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한 만큼, 기업이 ESG 경영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놓쳐선 안 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협력일 것이다.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유형 및 전략

21세기는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주도하는 문화의 세기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협업은 이제 기업에 중요한 아젠다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활동은 초기 ‘자선적 관점’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기업의 평판 및 이미지 제고를 위한 마케팅 및 경영전략전략으로서 ‘스폰서십 관점’을 넘어, 최근에는 기업과 문화예술 분야가 협력자로서 상호 윈윈(win-win)하는 ‘파트너십 관점’으로 변화하고 있다(김영연 2018).

기업이 추진한 문화예술 지원 및 협력 사례를 수혜 대상(조직 내부/외부) 및 비즈니스와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크게 5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즉, 자금이나 공간, 인력, 기술 등을 문화예술단체나 예술인에게 ‘지원’하는 유형부터, 조직 내 구성원들의 문화예술에 관한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거나 문화예술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 내 문화예술 활동 및 교육’, 회사 및 사업장을 활용한 ‘공간조성 및 문화적 리모델링’, 기업의 제품에 문화예술을 더한 ‘협업’, 그리고 업(業)과 연계된 ‘기업시민’ 활동이 있다(손예령·고민지, 2021).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ESG 경영 전략은 일반적으로 ‘사회공헌전략’, ‘마케팅전략’, 그리고 ‘경영전략’으로 나뉜다. ‘사회공헌전략’이란 기업의 평판과 기업 이미지 고양을 목적으로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전략으로서, 어떠한 대가를 원하지 않는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의미한다. 즉, 미술관이나 박물관, 연주장 등 문화 인프라를 건립하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거나, 예술가(또는 문화예술단체)와 예술 작품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하는 활동이 여기에 해당된다(권은정·안원현·김치용, 2013).

‘마케팅전략’의 경우,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광고와 기업 브랜드 전략에 문화예술을 활용함으로써, 예술의 독창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거나 제품을 홍보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마케팅전략을 통해 기업은 이윤을 창출함은 물론, 이를 통해 창출된 이윤은 다시 사회적 환원의 성격으로 문화예술분야를 지원하므로, 마케팅적 관점을 ‘문화투자(Partnership)’라고도 정의한다.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자선적 관점과는 달리, 마케팅전략은 기업과 문화가 상호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토대로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오늘날의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협업은 기업과 문화예술 간의 상호 호혜적인 활동이 강조되므로, 사회공헌전략과 마케팅전략은 상호공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황낙건,2014).

한편, 그동안 최대의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목표로 일관해온 기업의 경영 방향은 기업을 구성하는 직원들의 화합과 에너지 증진을 위해 문화예술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기업은 조직 내 교육, 복지, 인사 등에 예술을 활용하는 ‘경영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전략은 조직 내 갈등을 해소하거나,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이수완, 2013). 유니레버(Unilever)의 경우,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고용하여 ‘카탈리스트(Catalyst)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진전되어 조직문화 개선은 물론, 창의력 향상 및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직원의 능력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Darso, 2004).
이와 같이 오늘날 기업들은 목적과 필요에 따라 적합한 유형 및 전략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기업의 내부역량 강화 및 브랜드이미지 제고에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 지역사회 문화향유 및 문화예술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가와 긴밀한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 즉, 기업이 예술가(또는 문화예술단체)를 기업 내부로 초청하거나, 반대로 예술가(또는 문화예술단체)가 기업관계자들을 초청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이 예술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조직 내 창의성 증진 및 조직문화혁신으로 연결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목표(혁신적이거나 깨어있는 이미지 추구)를 지닌 기업들 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과 문화예술 분야가 협력한다면, 문화적 전문성과 시장 지식, 그리고 문화예술계와 기업 간의 역동적 네트워크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욱 높은 생산성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한국메세나협회, 2017; 한국정책학회, 2011).

문화예술을 활용한 ESG 실천 사례

삼성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은 “문화예술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으로는 갈등과 병리 현상을 해소하여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하에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한 이병철 선대회장은 록펠러, 카네기, 포드 등과 같은 세계적인 기업 재단의 운영 방식을 꼼꼼하게 조사한 뒤, 재단의 존립과 재단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재단 기금의 잠식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에, 자신이 소유한 주식과 부동산 등을 대거 출연하여 재단을 설립하였고, 현재삼성문화재단은 국내 기업의 문화재단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크다. 대기업이 만든 문화재단은 주로 미래인재를 발굴 및 육성하는 사업이나 문화예술확산 및 나눔 사업, 창작 지원 등 직접적인 문화예술 지원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는 예술인재 양성과 일상 속 문화예술 확산 및 지역 문화 진흥을 위해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 예술 나눔 활동(ex. 온드림 앙상블, 온드림 문화사랑의 날)을 수행하고 있다(현대차 정몽구 재단, 2022b). CJ문화재단의 경우, 신인·인디 뮤지션을 지원하는 ‘튠업’, 신인 감독들의 단편 영화를 지원하는 ‘스토리업’, 뮤지컬 창작자(또는 소규모 창작단체)를 지원하는 ‘스테이지업’, 한국,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젊은 감독을 발굴 및 지원하는 ‘꿈키움 단편영화지원사업’, 그리고 해외 유수 음악대학원에서 재학중인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CJ 음악장학사업’ 등을 통해, 문화예술 인재 양성 및 문화산업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CJ문화재단, 2023).

반면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호암미술관 및 리움미술관 중심의 하드웨어적인 운영을 통한 간접적인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김진각, 2022). 2021년 삼성문화재단의 공익목적사업지출액(약 419.2억) 중 일반관리비를 제외한 사업수행비용(약 361.2억)을 살펴보면, 미술관 운영(호암미술관, 리움미술관)에 약 343.5억, 장학사업(해외 유학생 대상)에 약 9.5억, 문화·학술단체 사업 지원에 약 6.8억, 그리고 그 외 사업 2개가 약 1.3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미술관 운영 비용이 전체 사업수행비용 중 약 95%를 차지하는 것을 알 수 있다(삼성문화재단,2022a).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사업수행비용 중 약 5%를 차지하고 있지만 음악, 무용, 건축,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역량 있는 한국 작가들의 국제적 도약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6년부터 2060년까지 삼성문화재단이 장기 임대하여 운영하는 ‘시테(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파리국제예술공동체) 레지던시’ 사업을 비롯하여,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지닌 젊은 음악가들에게 좋은 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하여 훌륭한 연주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악기은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삼성문화재단은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하여, 2022년 ESG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삼성문화재단에서는 2050 탄소중립 실현에 동참하고자, 지난 3년간(2018년~2020년)의 에너지 사용량을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변환하여 구체적인 목표를 정했고, 전 임직원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환경(E) 분야에서는 전시 준비 단계부터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전시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종이 핸드아웃의 제작을 중단하는 대신 모바일 티켓(QR코드)을 도입했다. 그리고 미술관 내 기프트숍인 리움스토어에서는 친환경을 고려한 상품을 제작하였고, 미술관 전시실은 LED 조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임직원들을 위한 환경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경영 전략 수립과 실천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매월 환경 관련 데이터(온실가스 배출량, 수자원 사용량 등)를 관리하고 있다.

사회(S) 분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을 국민들을 위로하고, 장기 휴관에 대한 미술계의 우려와 재개관 요구 등에 부응하고자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 모두 상설전시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지방 순회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 기회가 많이 줄어든 작가들을 지원하는 노력뿐 만 아니라, 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ex. 용산문화원과 지역문화 발전을 위한 3자 업무협약, 독일대사관·독일문화원과 글로벌 문화교류를 위한 협력관계 구축 등).

거버넌스(G) 차원에서는 투명한 책임경영을 위해 2021년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ESG 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2022년부터는 외부 위원을 선임하여 본격적인 ESG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즉, 공익목적사업을 공정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이사회 산하에 ‘미술관 운영위원회’와 ‘소장품 수집위원회’ 등의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운영하며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추진하고 있는 사업 유형이나 대상이 다양하진 않으나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 운영에 집중하면서 삼성문화재단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증진하기 위해 전시를 무료로 개방하고 지방순회전시를 진행하는 등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내 대기업 문화재단 중 가장 먼저 ESG 보고서를 발간하여 ESG 경영 환경을 진단하고 전략 체계를 수립하였음은 물론, ESG 관련 활동 및 성과를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앞으로 기업 문화재단들이 우리 사회와 행복한 동행을 하기 위한 ESG실천 방향성에 대해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한국메세나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도 우리나라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게 된 동기로 ‘지역 사회공헌’(33.8%)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문화예술계 발전’(23.4%), ‘기업 이미지 제고’(19.5%), ‘기업문화 고양’(7.8%), ‘실질적 마케팅·홍보 효과’(3.9%)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부터 기업들 사이에서 ESG가 트렌드로 떠오른 만큼, 지역사회(social)의 지원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주로 기업 산하의 문화재단(또는 공익재단 중 공익사업유형이 ‘문화’인 곳)에서 이루어지거나 별도의 문화재단 없이 문화예술 사업을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다루어진 삼성문화재단, CJ문화재단, 그리고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주요 문화예술 지원 활동은 아래 표와 같다.

에르메스 재단

에르메스는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Tierry Herms)가 말안장과 마구를 만들던 회사이다. 하지만 교통수단이 자동차와 배로 바뀌자 여행에 관련된 가죽 제품을 만들며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는 가방, 옷, 신발, 스카프 등을 만드는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고 있다. 에르메스는 빈곤과 차별, 교육에 대한 불평등, 환경오염 등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에 초점을 둔 인본주의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2008년 장인정신과 인본주의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에르메스 재단을 설립하여 ‘새로운 예술 창조’, ‘기술의 전수’, ‘환경 보호’, 그리고 ‘사회적 연대를 위한 제스쳐 장려(the encouragement of gestures of solidarity)’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새로운 예술 창조’ 분야에서는 ‘뉴세팅(New setting)’, ‘이머전-프랑스와 미국의 사진작가 커미션(Immersion, a French-American Photography Commission)’, ‘아티스트 레지던시(Artists’s Residencies)’ 그리고 ‘전시’까지 총 4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뉴셋팅’은 공연작품을 제작 및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리허설 단계부터 공개 프리젠테이션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머전’은 레지던시와 전시회 및 출판물로 선보이는 사진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에르메스 재단은 2010년부터 매년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에르메스 워크숍에서 뛰어난 몸짓과 기술을 탐구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을 초대하고 있다. 이 레지던시는 게스트 아티스트(현대 미술가)에 에르메스 장인들의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창작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Hermes Foundation, 2022).
에르메스 재단은 차별화된 훈련 프로그램이나 보다 폭넓은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의 전수’를 강조해왔다. 전수를 받는 사람은 전수를 통해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기술을 발견할 수 있는데, 초보자의 경우 직업적 소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미 훈련된 전문가에게는 무한한 학습 가능성을 통한 실력 향상과 완벽을 추구하는 기회가 된다. 이에 기술의 전수를 위한 3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한국메세나협회, 2022b).

먼저, 2014년 설립된 ‘기술 아카데미(Skill Academy)’는 전문기술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장인, 디자이너, 엔지니어를 초대하여 목재, 흙, 금속,직물 등 보편적인 재료에 대하여 집단적 탐구를 수행함은 물론 기술을 공유한다. 기술 아카데미는 원래 전문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이었으나, 현재 대중들에게도 토론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메뉴팩토(Manufacto)’ 기술 공장을 만들었는데, 이 프로그램의 대상은 크게 3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은 9세부터 15세까지로 장인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는 학생들이다. 두 번째 그룹은 공연예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지원을 받는 대학생이며, 세 번째 그룹은 상호교류의 장을 통해 그들의 작품 세계를 확장시키는 기회를 갖는 장인, 디자이너, 엔지니어이다. 또한, 에르메스 재단은 ‘지역사회 안의 예술가(Artists in the Community)’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의 재능이 예술적 경력을 쌓고 선택한 분야에서 번창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에 2018년부터 지역사회 안의 예술가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이 공연예술 분야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장학금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기존 이니셔티브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전문 교육을 통해 기술 전달을 촉진하고 있다(Hermes Foundation, 2022).

한편,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 중에서도 특히 ‘생물 다양성을 보존’에 전념하고 있는 에르메스 재단은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환경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생태계의 취약성과 미래 세대에게 생태계를 물려주는 것에 대한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에르메스 재단은 자연을 사랑하는 방식을 전달하기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마누테라(Manuterra)’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원예사와 농업인 등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며, 일상생활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르메스 재단은 직원이 주도하는 자선 프로그램인 ‘H³’도 운영하고 있다. H³은 Heart(사회적 연대), Head(분석적 사고), Hand(전수)를 의미하며, 에르메스의 인본주의적이고 장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직원들이 지역사회의 자선활동을 위해 에르메스 에버서더(ambassador)로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선 활동을 확장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적 연대의 제스처를 촉진하고자 한다(Hermes Foundation 홈페이지).

에르메스 재단은 예술가(또는 문화예술단체)에 대해 자금, 공간, 인적 지원뿐만 아니라 에르메스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어린아이부터 대학생, 그리고 장인,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에게 공개하고 나누는 ‘기술의 전수’를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재단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자선적이거나 시혜적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펼쳐왔고, 특히 기업의 업과 분리된 경우가 많았다. 업과 분리된 방식은 오랫동안 지속되기 어렵다. 하지만 에르메스 재단의 경우, 업과 연계된 기업시민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함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장인정신과 인본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는 에르메스 정신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보루산 코카비예크 재단

보루산 그룹Borusan Group은 보루산 홀딩을 비롯하여 철강, 유통, 물류, 에너지 그룹으로 구성된 튀르키예 최대 기업으로, 이스탄불에 본사를 두고 있다. 보루산 그룹은 교육, 문화예술, 사회평등 분야의 프로젝트를 통해 경제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에 대한 최대 이익을 제공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보루산 그룹은 창립 이래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사회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문화’ 활동을 최우선으로 해왔다(Borusan Group, 2021). 창립자인 아심 코카비예크(Asım Kocabıyık) 명예회장은 문화예술을 후원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나라에 진 빚을 갚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즉, 어려움에 처한 젊은이들을 지원하여 다음 세대를 훈련하는 것이 나라에 빚을 갚는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한국메세나협회, 2022b).

보루산 그룹은 교육을 통해 경제·사회·문화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아, 1992년 교육 및 문화재단인 ‘보루산 코카비예크 재단’을 설립하였다. 보루산 코카비예크 재단에서는 교육, 문화예술, 양성평등, 봉사활동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먼저,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들의 교육 및 문화 활동을 후원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뿐 만 아니라 초등학교, 공업고등학교, 전문대학, 종합대학, 문화원, 기숙사를 건립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튀르키예 70개 주州의 취약 지역에 있는 공립학교 607곳에 기증한 책이 무려 84,000권에 이르며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한다(Borusan Kocabıyık Foundation, 2022).

보루산 코카비예크 재단에서는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보루산 사나트(Borusan Sanat)’와 ‘보루산 컨템포러리(Borusan Contemporary)’를 설립했다. 먼저, 보루산 사나트는 1997년 클래식 음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보루산 이스탄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보루산 콰르텟’, ‘보루산 어린이 합창단’을 창단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보루산 뮤직하우스’를 건립하여 현대음악, 세계음악, 재즈 등의 음악공연 외에도 댄스공연과 시각 예술 전시회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튀르키예 최초의 클래식 음악 라디오 채널인 ‘보루산 클래식’도 운영하고 있다(Borusan Sanat 홈페이지).

2011년에는 미술전문 후원기관인 ‘보루산 컨템포러리’를 설립하여 뉴미디어아트,전시, 행사, 교육 등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1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나갔다. 대표적인 예로 ‘워터 레버리(Water Reverie)’ 전시를 위해 증강현실 기술을 지원하는 ‘워터 레버리 전시회 루트’라는 모바일 앱을 제공하였고, 전시회의 작품들은 쿠루체메 공원(Kuruçeşme park)과 에미르간 숲(Emirgan Woods) 사이의 해안선을 따라 디지털로 숨겨놓아, 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경로를 따라가면 해당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국제적인 수준으로 튀르키예의 자연 및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비롯하여, 튀르키예 예술을 기록하기 위한 출판 사업, 현대 미술 이론에 대한 지원,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Borusan Kocabıyık Foundation, 2022).


한편, 보루산 직원들은 업무 이외의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뿐만 아니라, 자신과 조직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보루산 오키아누스 고눌뤼레리(해양 봉사단)가 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여 환경, 교육, 문화예술, 인권 분야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한국메세나협회, 2022b).

또한, 보루산 그룹에서는 ‘양성평등’을 중요시하여, 2015년 ‘성평등 및 가정폭력 가이드’ 채택 및 ‘보루산 평등 플랫폼(Equal Borusan platform)’을 구축하였다. 그리고 가족사회정책부 및 과학산업기술부와 함께 ‘엄마의 직업은 나의 미래(My Mom’s Job is My Future)’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육아가 여성 고용에 가장 큰 장애가 되지 않도록 0~6세 아동을 위한 탁아소를 튀르키예 산업 지역에 건설하는 것을 지원하는 등 여성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젠더렌즈(Gender Lens)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여성 고용률 및 관리자 비율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젠더렌즈 가이드로 제시하는 등 보루산 그룹은 다양한 양성평등 정책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있다(Borusan Kocabıyık Foundation, 2022).

보루산 코카비예크 재단은 직접 오케스트라와 콰르텟, 합창단을 창단하고 문화예술공간을 설립하여 직접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거나, 예술가(또는 문화예술단체)와 예술 작품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데 문화예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아 조직 내 구성원들의 사기를 북 돋아주고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화를 위해 문화예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루산 그룹은 문화예술을 사회공헌전략 뿐만 아니라 ‘경영전략’으로서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가며

오늘날 ESG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매김했고, ESG의 이슈를 풀어낼 수 있는 솔루션 중 하나로 문화예술 분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ESG 시대에 기업과 문화예술이 만나면, 예술 본연의 인지적 가치와 예술행동을 통해 조직문화 및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한국메세나협회, 2022a). 또한 문화예술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 및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직원 만족도나 기업 경영 환경 개선에 기여한다. 따라서 기업은 예술이 가진 특성을 기업의 ESG 경영활동에 접목시키고, 문화예술계도 이러한 트랜드의 변화 면밀하게 살펴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기업과 문화예술이 더불어 함께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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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