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ESG 트렌드] ① 인도네시아편
– 자국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 스타트업의 ESG 관점 분석을 중심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와 지속가능경영은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5개 아시아 국가의 ESG 트랜드와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포스텍의 지속가능경영과 ESG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직접 작성하는 이번 기사에서는 각국의 독특한 ESG 접근 방식과 성공 사례를 조명하여,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ESG 동향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
✒️ 조성현 대학생 에디터 | 포스텍 IT융합공학과
“쓰레기 분리수거 지속적으로 시도하지만 정착이 어렵다.”
“관리자에게 뒷돈을 주는 문화가 만연하게 퍼져 있다. 운전면허조차 돈으로 구매하는 현실…”
– 📰 인도네시아 반둥지역에서 10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교민과의 인터뷰 내용 중 발췌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각국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개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환경오염, 산림 파괴, 폐기물 문제 등 다양한 환경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국내적 이슈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으로, 팜유 산업이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하지만, 동시에 환경 파괴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또한 해양 쓰레기 배출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며, 중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폐기물 전가 문제로 심각한 폐기물 처리 문제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해양 쓰레기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 중 하나로, 심각한 폐기물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강과 하천은 플라스틱 쓰레기와 각종 폐기물들로 오염되어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강이 많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오염은 인도네시아의 폐기물 처리 용량이 한계를 넘어서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찌사다네강 상류지역 ⓒ 포어시스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발생시키는 폐기물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며 인도네시아가 그 처리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도 폐기물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비용이 높아지면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처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로 폐기물을 수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폐기물 문제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폐기물 처리 문제까지 떠안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폐기물 식민주의’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또한, 중국이 2018년에 폐기물 수입 금지 정책을 시행하면서 선진국들이 처리하던 폐기물들이 인도네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 대거 흘러 들어오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폐기물 처리 인프라 부족과 경제적 한계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 선진국의 환경비용 전가로 인한 폐기물 식민주의 발생
(Reimagining plastics waste as energy solution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 Angie F. J. Tan 외, 제공: ResearchGate, CC BY 4.0)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러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정부는 2030년과 2045년까지 폐기물 재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웠으며, 이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부패 문제와 인도네시아의 특유한 정치 문화로 인해 이러한 계획들이 실행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패 문제는 폐기물 관리와 같은 환경 보호 정책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관련 규제와 이행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정책과 계획은 긍정적인 성과를 목표로 하지만, 현실적인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단기간 내에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 (왼) 2023/2024 세계 주요 팜유 생산 국가 (오) 2014-2023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량 ⓒ Statista
또한,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으로, 팜유 산업이 인도네시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팜유 플렌테이션의 확장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열대 우림을 불법적으로 개간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이는 산림 파괴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방화 방식의 개간은 대기 오염을 유발하며 인근 국가로까지 그 피해가 확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대규모 팜유 농장 조성으로 인해 다양한 종의 서식지가 파괴되며 생물 다양성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 팜유 플렌테이션에 따른 환경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심각한 도전 과제가 된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 면적의 개간 속도는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팜유 생산을 위해 숲이 파괴되고 있으며, 특히 2020년 이후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팜유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으며, 장기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산업은 부정부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의 많은 팜유 기업들이 고위 관료들과의 연계가 깊어, ‘회전문 현상’과 같은 부패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회전문 현상은 고위 공직자가 퇴임 후 관련 기업에 취직하거나, 기업인이 공직에 진출하면서 민간 이익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팜유 산업 내에서도 이러한 부패 문제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어렵게 만들어 ESG 지표의 개선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팜유 기업들의 반부패 및 투명성 점수는 평균 3.5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반부패 프로그램을 보유하지 않으며, 직원들에게 부패 방지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등 개선의 여지가 크다. 더욱이,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주요 인물들이 팜유 기업 내에 포진되어 있어 기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저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산업 내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재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KPK(오직박멸위원회)를 운영하였지만, 정작 KPK 수장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부패 노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 이러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어떻게 ESG를 실천하고 지속가능성을 향상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의 ESG 열풍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청년 창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젊은 인구 비율이 높고,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디지털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진 소셜 벤처나 환경 문제에 중점을 둔 청년 스타트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들은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열풍은 인도네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을 가진 나라 중 하나로 만들었다.
▲ ESGNOW! INDONESIA STARTUP CHAMPS 2021 행사 단체 사진 (사진제공=스토리G)
1️⃣ 판다와라 그룹
인도네시아의 청년 스타트업 판다와라 그룹은 인도네시아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2022년에 결성되어 활발한 환경 정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판다와라 그룹은 Gilang, Rifqi, Agung, Ikhsan, Rafly 다섯 명이 주축이 되어 시작되었으며, 강에 떠다니는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홍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환경 문제와 그 심각성을 알리며, 지역 사회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한다.
이 그룹은 강뿐만 아니라 해변, 산 등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폐기물 정화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공공시설에서도 청소 활동을 진행한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2023년 기준으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300톤의 쓰레기를 제거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판다와라 그룹의 활동은 단순히 5명의 자원봉사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다른 환경단체와는 다르게 영향력을 갖게 된 데에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는데, SNS가 바로 그것이다. 판다와라 그룹은 자원봉사자들을 지역별로 세분화하여 “LOCAL Hero”로 홈페이지와 SNS에 등재하고, 지역사회와 젊은 층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 ⓒ pandawara.group 홈페이지
판다와라 그룹은 TikTok과 Instagram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이러한 SNS 활동 덕분에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으며, 2022년 TikTok Local Heroes 상과 2023년 Changemakers of the Year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판다와라 그룹의 환경 정화 활동은 UN의 지속개발목표(SDG) 6, 14, 15와 관련된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내 환경 정화와 생태계 보존을 목표로 하여, 수질 개선, 해양 생태계 보호, 육상 생태계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자원봉사자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사회와 청년층이 환경 문제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이로써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2️⃣ CSSPO와 아시안 아그리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팜유 산업은 인도네시아의 경제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나, 팜유 기업의 절반 이상이 익명 내부고발 시스템이 없으며, 공직자들이 퇴직 후 민간기업으로 이직해 민간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소규모 생산업체의 경우 대규모 팜유 기업의 입김에 시달려야 하는 문제가 빈번하다.
이에, 인도네시아 CSSPO(Consortium Studies on Smallholder Palm Oil) 연구소에서는 소규모 팜유 생산자들이 더 이상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시달리지 않도록 소규모 생산업체들을 위한 인도네시아 전역의 유통 및 판매 플랫폼과 포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팜유 산업은 불투명한 공급망에서 벗어나, 소규모 생산업체와 고객이 칙접 거래함은 물론,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주요 팜유 기업 중 하나인 아시안 아그리 역시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ESG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안 아그리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팜유 생산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지만 Xylome의 경우 합성 팜유 생산을 통해 팜유 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 Xylome은 효모를 이용해 합성 팜유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효모에 옥수수 껍질, 사탕수수 줄기 등 농업 폐기물을 먹여 기름을 생산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은 기존 팜유 생산에 비해 자연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산림 파괴와 대기 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적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Xylome과 같은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협력은 ESG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으며, 향후 글로벌 협력 확대를 통한 ESG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가며인도네시아는 오늘날 심각한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그 배경에는 팜유 플렌테이션 확장으로 인한 산림 파괴, 해양 쓰레기와 같은 폐기물 문제, 그리고 외국 폐기물 수입 문제 등이 있다. 이러한 환경 문제는 인도네시아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의 청년층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스타트업을 설립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판다와라 그룹과 같은 청년 스타트업들은 자국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들은 청년층이 인도네시아 환경 문제에 대해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도네시아는 고속 성장하는 디지털 경제와 높은 청년 인구 비율 덕분에 청년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도네시아 청년 스타트업들은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서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개선이라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현지에서 시작된 변화가 글로벌 차원의 ESG 이슈와 맞닿아 있음을 인식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환경 보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청년 스타트업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심각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국 청년들의 열정과 혁신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활동은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며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청년 스타트업들이 자국 내 환경 문제를 넘어 글로벌 ESG 이슈에 기여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이들의 성장은 인도네시아의 미래뿐만 아니라 지구의 지속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참고자료
1) Angie F.J. Tan, Reimaginning plastics waste as energy solution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2024.02
2) Enviliance Asia, Inodesia Water Quality Control
3) IPEN, Plastic Waste Management And Burden In Indonesia, 2022.02
4) KOTRA(2023), 글로벌 팜유 시장의 큰손 인도네시아.
5) The Asean Post, Indonesia’s plastic waste problem, 2018.07
6) Asianagri https://www.asianagri.com/en/
7) Pandawara https://pandawara.group/
8) Xylome https://www.xylo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