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창출하는 전략 : ‘ESG 파이코노믹스’ 서평
[세상을 바꾸기 위한 기업의 움직임]
“죽은 행성에서는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다(There is no business to be done on a dead planet).”
환경운동가 ‘데이비드 브라우어(David Brower)’는 환경이 오염되면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그 어떠한 사업도 생존할 수 없으며, 모든 사업이나 행동은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Patagonia)의 CEO였던 ‘로즈 마카리오(Rose Marcario)’ 역시 이 메시지에 동감하며,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고향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소비를 줄이는 행동이 지구를 살리는 해결책이라고 본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때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내걸었다. 새로운 상품의 소비는 자원의 낭비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파타고니아는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며, 헌옷을 수선해주는 부서도 마련했다. 그러자 파타고니아의 옷은 ‘한 번 사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율이 증가했으며,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 2위로 성장하게 되었다.
파타고니아는 유기농 면으로 티셔츠를 만들거나, 플라스틱 병과 자투리 원단을 사용한 티셔츠(Responcibili-Tee)를 만들어 환경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장한 공정무역 봉제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구매한 티셔츠 금액의 1%를 여러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 1% for the planet)’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티셔츠 한 장으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기업들은 이윤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이끄는데 기여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사회와 환경을 고려한 상품을 선택하고, 글로벌 투자자들 역시 투자원칙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의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업이 ESG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할까?
[‘파이 쪼개기’에서 ‘파이 키우기’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이윤 창출로 이어질까?”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알렉스 에드먼스(Alex Edmans)’ 교수는 그의 저서 『ESG 파이코노믹스(Pieconomics, 2021)』에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기업에 사치나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장기적 성공에 반드시 필요하며 ‘사회적 가치를 키우면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의 재무적 이윤 추구와 사회적 목적 추구를 양분하여 사고하는 ‘이분법’이 기업의 존재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며, 모두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원칙으로 ‘파이코노믹스’를 제시하였다.
파이코노믹스는 ‘Pie + Economics’의 합성어로 ‘사회를 위한 가치 창출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접근방식’을 말한다.
이에, 파이코노믹스는 투자자를 중요하게 여긴다. 즉, 파이코노믹스 관점에서 기업은 투자자에게 이미 존재하는 파이의 큰 조각을 주는 것뿐 아니라 ‘파이(pie)를 키워’ 투자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본다. 『ESG 파이코노믹스』에서는 조직 구성원이 공동의 목표를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 집중할 때 모두(주주, 노동자, 공급자, 고객, 환경, 지역사회, 납세자 등)의 몫을 키우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투자자와 사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선택이 가능하다고 본다. 즉, 파이코노믹스는 투자자와사회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접근방식이다.
또한, 파이코노믹스 관점에서 리더는 이해관계자의 이윤을 재분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창출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적극적인 주주들은 쇠퇴하는 기업에 개입하여 파이를 키울 수 있으며, 동기부여가 잘된 직원들은 아래에서부터 파이를 혁신하는 방식으로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여기서 ‘파이’는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윤은 파이의 한 부분이다.
사회적 가치를 일차적 목표로 삼게 되면 이윤 추구를 최종 목표로 삼을 때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윤을 얻게 된다. 사회적 가치를 목표로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과를 이루는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더 큰 이윤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애플, 파타고니아, 보다폰, 어도비 등의 다양한 기업 사례와 체계적인 연구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기업이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직원들은 보다 높은 의욕으로 생산성이 오를 것이고, 약값을 떠나 전염병 확산을 막고자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가 결과적으로는 약품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가치에 감화된 고객, 직원, 투자자를 끌여들여 결국 회사에 이로운 결과를 가져옴을 강조한다.
[ESG 경영을 위한 나침반, 파이코노믹스]
대부분 기업들은 노동자의 임금, 고객의 행복과 이익 또는 기후변화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기업가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또한, 50년 전 미국의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 창출이다.”라고 한 말을 진리라 여기며, 여전히 변화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도 있다. 『ESG 파이코노믹스』저자 ‘알렉스 에드먼스’는 이러한 이유로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 방법으로 ‘파이 키우기’를 소개했다. 그리고 에드먼스는 사회적 가치를 재고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파이를 키워 재무적 이윤도 창출한다는 이론과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기업은 파이 키우기를 통해 창출하는 총 가치를 확장하여 투자자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에게도 이익을 주며, 실제로 이러한 접근법을 따르면 주주 가치 극대화에 매진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수익이 더 향상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직원을 동료로 대우하거나, 지속가능한 정책을 이행하는 것, 또는 중요한 이해관계자에 투자하는 기업이 결국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이 책에서는 ESG에 근거한 기업의 파이 키우기 전략은 기존의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리더와 직원, 투자자, 주주, 사회, 환경, 시민 모두에게 득이되는 ‘협업 게임’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파이코노믹스는 앞으로 사회적 가치와 이윤을 동시에 창출하는 전략으로서, ESG 시대에 사회와 기업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해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