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 의미와 과제
[ESG 열풍]
최근 들어 투자시장과 기업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몰아치고 있다. ESG 이니셔티브는 기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환경, 사회, 거버넌스(지배구조)라는 비재무 요인을 중요한 검토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환경, 사회, 거버넌스 관련 비재무적 상태를 장기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결국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높이는데 긍정적이란 인식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전달하는 주요 수단으로 인정되면서 많은 회사에서 ESG를 관리하는 조직 체계를 정비하며 대응 중이다.
ESG 이니셔티브에 대해 먼저 화답한 것은 투자자다. 202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전문자산운용회사가 관리하는 기금의 약 1/3에 해당하는 30조 달러가 ESG 투자 범주에 속한다. 금액의 크기도 놀랍지만 2016년과 비교해 보면 30%도 넘는 증가세다. 2020년 4월부터 6월 사이만도 투자자들이 700억 달러 이상을 ESG 주식형 펀드에 쏟아부었다. 이는 최근 몇 년간의 연간 총 현금유입액을 크게 초과하는 금액이다(Howard-Grenville, 2021).
투자기관에서 제안된 기업 리스크 점검표 역할을 하는 ESG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활발히 전파되는 것을 보면 그 파급력이 예사롭지 않다. 2019년에 발표된 Allianz ESG Investor Sentiment Study는 1,000명의 18세 이상 미국 시민에게 실시한 ESG 인식조사다. 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 청년 세대의 81%가 ESG는 단순히 자기만족의 투자전략이 아니라 기업의 재무적 의미에 대한 장기적 이해라고 답했다. 또한 89%는 본인에게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이 투자처를 추천하기 전에 해당 기업의 ESG 요소들을 상세히 검토해 주길 희망했다. 57%의 MZ세대 투자자들은 투자한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민의 건강이나 웰빙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여 투자를 철회하는 결정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Allianz, 2019). 모건스탠리 등 해외의 글로벌 투자회사들도 최근에 MZ세대가 기존 세대와 비교해 착한소비, 지속가능투자 등에 적극성을 보인다는 유사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기업이주목할 주요한 세대적 전환이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 놀랍다. 자유기업원이 2021년 1월에 발표한 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소비, 투자, 진로 등 주요 의사결정에서 ESG가 주목할 만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생 응답자 중 78.4%는 취업 대상기업을 선택할 때 ESG 가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80.3%의 응답자는 주식 거래 시에도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겠다고 답했다. 60.9%는 상품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에 충실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ESG가 청년 세대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ESG 포함 유사 개념들에 대해 학생들의 인지도를 평가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4.0%만이 ESG 용어적 의미를 안다고 답했다. 반면 좀 더 대중화된 개념인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70.2%, 68.8%로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ESG는 젊은 세대들에게 아직은 익숙치 않은 개념이지만 그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는 메시지다(자유기업원, 2021).
[기업 필로티미 corporate philotimy]
학계의 반응도 뜨겁다. 무엇보다 관련 논문이 최근 2~3년 사이에 크게 늘어났다. 2003년 이후 ESG를 제목으로 출판된 해외 전문학술논문Social Science Citation Index과 한국의 학술논문Korea Citation Index의 게재 추세를 보면 최근 3년 사이에 폭발적인 증가세다. 연구의 세부 주제 확장과 내용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이 2021년 3월 Research Debrief로 분석한 <HBR이 선택한 ESG 이슈는 무엇일까?>의 내용에 따르면 Harvard Business Review Korea(2013-2020)에 정리된 연구
중 ESG 경영에 대한 논의가 총 30편이며, 2020년에만 14편에 이른다. 이는 최근 학계와 경영 전문가들 사이에 ESG 주제에 대한 관심의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과거에는 리더십 차원과 투자 측면의 제한된 연구주제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인종, 젠더 등 다양성diversity 이슈와 정의로운 예금과 깨어있는 자본주의justice deposits and conscious capitalism, 지속가능성 관련 사회문제 영역과 연계하여 ESG 경영을 논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이사진 구성의 다양성 관련 논의, 재무적 성과에 기반한 CEO 랭킹 폐지를 소개하는 등 거버넌스 이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회적가치연구원, 2021).
그중에 2020년 12월 발표된 가브리엘 카라게오르규Gabriel Karageorgiou와 도미닉 셀우드Dominic Selwood의 <ESG의 핵심은 ‘기업 필로티미corporate philotimy’>라는 글이 최근 일고 있는 ESG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의 근본적 의미를 흥미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ESG 지표는 단순히 표면적 수치일 뿐 숨어 있는 근본적인 가치는 기업 필로티미coporate philotimy라는 개념이다. 필로티미란 philos(사랑)과 timi(명예)에서 온 그리스 단어로 품위, 정직, 존엄성 등 다양하고 깊은 뜻이 담겨있고, 개인 행위를 넘어 사회 전체와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시공을 초월하는 공공선이자 공정성, 공감, 정의를 불러일으키는 윤리적 나침반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업 필로티미는 기업이 창출하는 재무적 성과 이상의 궁극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필로티미가 확고한 기업은 내부 이해관계자인 직원을 아낀다. 직원을 소중히 여긴다는 철학은 결국 우수한 재원을 채용하고 보유하여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한다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지역, 국가, 글로벌 공동체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소통, 협력, 연대를 추구한다. 공감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회사가 그들에게 의존하는 자원의 소중함을 알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하게 되어 신뢰받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기업 필로티미는 기업 경영 방식을 좌우하는 DNA이자 기업의 지속가능성 행동을 결정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ESG는 기업 필로티미의 본질을 정량화하여 표현하는 값이다. 따라서 ESG 지표를 흉내내며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포장해서는 안된다. ESG는 성공을 향한 수단이나 지름길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기업 필로미티를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것이 기업이 준비할 일이라면, 투자자들의 일은 기업 필로티미를 잘 갖춘 투자대상을 선별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ESG 지표가 아직 완벽하지 않을 뿐 아니라, 거품 낀 홍보와 진정성있는 실천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기업 필로미티를 가진 지속가능한 기업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기업이 가진 비전과 문화를 살피는 일이 중요하다. 그 기업이 과연 사회적 목적과 가치를 추구하는지, 장기적 기회와 단기적 이윤 중 무엇을 선택하는지, 직원-고객-이해관계자들의 충성도는 어떤지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꼼꼼히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류에 편승해 즉흥적 약속을 남발하지 않고, 발표된 계획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인지 확인해야 한다. 기업 필로티미는 결국 진정성과 실천으로 완성되는 가치다(Karageorgiou and Selwood. 2020).
[ESG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과 신기업가정신]
투자기관에서 시작된 ESG 논의는 기업에게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요구이기에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기초가 된다. 하지만 투자자가 내준 골치 아픈 숙제를 어찌하면 무사히 마칠까 고심하는 소극적 태도는 안타까운 헛발질이다. 특히 ESG와 관련된 국내외 환경 변화를 일종의 ‘규제’로 보는 해석은 변화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편협한시각이다. ESG 아젠더를 새로운 ‘기회’로 보는 관점의 전환과 함께 이러한 시대적 도전에 응전하는 신기업가정신neo-entrepreneurship이 요청된다.
ESG 경영의 본질은 단순히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리스크관리가 아니다. 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를 존중하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소중히 여겨 상생을 도모하며 사회적 가치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고, 기업 정체성의 대전환이 수반되는 혁신의 과정이다. 물론 투자자들의 요구사항이나 평가기관들의 체크리스트 지적사항에 대한 리스크관리는 의미있는 출발점이다. 다만 평가 잘 받기식 대응은 기업의 정체성과 경영전략을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적 가치 경영에는 못 미치는 미봉책이다.
ESG 경영이 위험관리 체크리스트 점검을 넘어 수준 높은 사회적 가치 경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기업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창의적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때로는 그 기업의 핵심 사업도 포기하는 혁신적 의사결정과 모험적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평가 대응형 ESG 관리’와 ‘ESG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의 차별점은 글로벌 공동체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비전과 전략 수립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컨설팅 회사에 의뢰하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그럴듯하게 쓰는 일과는 질적으로 다른 노력이다.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풀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며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바꿔 가는 탐험exploration이다(장용석 외, 2018). 때로는 그 기업의 핵심 사업도 포기하는 결단이 필요한 혁신적의사결정과 모험적 기업가정신이 수반된다. 이를 통해 기존의 경제적 가치 극대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미래 기업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장용석, 조희진, 2015).
부침과 논란은 계속되지만 일론 머스크의 한마디에 열광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전기자동차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에서 테슬라의 기업가치를 논하고 있는가? 아니다.
그가 도전하는 미래와 우주개발은 기존의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PER로는 설명이 안 되는 꿈대비 주가비율Price to Dream Ratio, PDR에 대한 논의다. 지금 당장 기업실적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미래에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최고경영자의 비전과 이상을 포함한 무형의 잠재가치가 높게 평가되면 관심과 재원이 몰리고 기업가치가 높아져서 그것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 미래 지향적 서사의 이야기 구조를 갖춘 기업 ‘스토리’를 통해 전파되는 무형의 잠재가치는 과거재무실적이 아닌 기업과 리더가 설파하는 지속가능한 비전과 혁신에서 나온다.
최근 SK가 주창하는 사회적 가치 경영social value management, SVM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SK가 ESG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며 전면에 내세운 건 불과 1년여 정도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사회적 가치 경영을 준비하며 기업의 비전, 정체성, 구조, 전략, 측정체계, 소통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간 깊고 넓은 혁신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일찍부터 설계되고 추진된 사회(S)영역 관련 혁신이 눈에 띈다. 이윤극대화 문구는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실현을 명시하는 정관 개정을 실행하여 이해관계자와 구성원에게 기업 정체성과 비전의 변화를 천명하였다. 또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창출된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정의하여 회사가 만든 사회적 가치를 직접 측정하고 해마다 발표하는 매우 이례적인 개혁을 추진하였다(Jang et al., 2019).
재무적 성과 측정과 경제적 가치 시스템으로는 아직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사회적 가치를 기업 미래 가치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이를 발굴하여 기업전략과 비즈니스모델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기존 대기업에서 보지 못한 혁신성이 높은 실천이다. 환경(E)과 지배구조(G) 부문의 변화도 활발하다. 국내 최초 RE100 가입, 이사회 내 ESG위원회, 인사위원회 설치 등 파격적이지만 준비된 실천이 줄지어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을 파이넨셜 스토리financial story와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로 담아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시도 또한 한국 기업에서 찾기 어려운 신선한 도전으로 평가된다.
[ESG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의 미래]
그렇다면, 투자기관에서 출제된 새로운 유형의 시험문제 잘 푸는 요령의 터득이 아닌 사회문제의 해결을 통해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기업 정체성, 전략,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ESG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업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거버넌스(G)가 핵심이다.
최근 들어, CEO들 사이에서 ESG 이슈들이 기업전략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Eccles et. al., 2020). 하지만 최고경영자의 의지나 선언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ESG 아젠더가 사회적 가치 경영으로 실현되려면 최고 의사결정 집단인 이사회의 논의과정에 명확히 포함되어야 한다. 이사회에 ESG에 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의제화되고 그 후속 조치가 기업 경영의 주요 결정 과정에서 치열하게 확인되는 노력이 필요하다. ESG 경영은 지속가능보고서를 쓰는 부서나 IR담당자가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CEO와 이사회가 직접 챙겨야 할 중대한 이슈다.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정리되지 않으면 결국, 그린본드는 발행하면서 반反환경적 사업에도 투자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비주력 사업이 아니라 핵심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에서 사회, 환경 리스크를 줄이는 진정성있는 의사결정은 이사회와 거버넌스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환경이슈(E)를 넘어서는 사회문제(S) 해결을 진정성 있게 고민해야 한다.
환경문제 특히 탄소배출과 관련된 이슈는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되고 있기에 여타 사회영역의 문제보다 상대적으로 측정하기도 쉽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기도 용이하다.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한 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 100Renewable Energy 100, RE100 운동에 선도적으로 동참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러다 보니 다수의 후발 기업에서도 환경문제 해결을 ESG 경영의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다. 이처럼 최근 기업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핵심 ESG 경영 프로젝트의 유사성이 증가하는 동형화isomorphism가 발생하고 있다(DiMaggio and Powell, 1983). 하지만 선도 기업들이 만든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주요 대응으로 ESG 혁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기업의 전략적 측면에서도 옳지 않다. 개별 기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전략으로서 업태와 산업 특성에 맞는 ESG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 노력을 담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차별화된 전략을 다각적으로 개발해야 한다(Serafeim, 2020). 게임산업에 속한 기업에게 제조업과 유사한 평가기준을 적용하여 환경문제 해결이 미흡하다 비난하게 되면, 청소년 게임중독, 정보격차 해소, IT교육불평등 감소 등 산업 특성에 맞는 사회문제 중심의 ESG 경영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네슬레가 2009년부터 5년간 2,300억원을 투자하여 지역사회 상황에 맞는 원두재배를 교육하고, 설비를 지원하며, 지역 농가들로부터 18만톤의 커피를 공급받아 지역상생과 안전망 구축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지만 실제 구현하기는 쉽지 않은 사회문제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의 고전적 사례다.
현재 많은 투자기관, 평가조직에서 제공하는 ESG 기준 중 S와 관련된 항목들은 일부 제한적인 사회문제 영역만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Howard-Grenville, 2021). 주로 고객만족, 직원의 보호와 안전, 인권, 성별 다양성 등 조직내부 S 아젠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지역사회,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평가하는 일부 지표가 포함되어 있으나, 개별 기업 특성에 맞는 사회문제 영역을 창의적으로 도전하는 노력이 높게 평가될 수 있는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ESG 경영이 리스크 점검을 넘어 수준 높은 사회적 가치 경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기업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창의적 결과물들을 도출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경영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과 내재화가 가능해 진다(장용석 외, 2018).
••회사 구성원의 공감과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는 긴 호흡으로 추진한다.
많은 이해관계자와 직원들이 공감하며 함께한 크고 작은 ESG 경영 실천의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업 구성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회사가 다양한 혁신적 경영철학과 전략을 지속적으로 천명하며, 제도, 조직을 정비해 나가다 보면 구성원들은 일종의 개혁피로감에 시달리게 된다(MacMahon, 2020).
사회공헌CSR, 공유가치CSV, 지속가능발전SDG 등 일련의 혁신 물결에 이어 맞이한 ESG 논의는 자칫 조직 내부구성원과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이 정당성 획득을위해 신경쓰는 또 다른 유행fashion and fad이며, 그에 대응하는 척 시늉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으로 비쳐질 수 있다(Meyer and Rowan, 1977). 회사는 구성원에게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의미를 설득하고 참여와 협력을 요청하는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투자기관뿐만 아니라, 관계사, 고객, 지역공동체, 규제 당국과의 소통을 통해 ESG 이니셔티브의 진정성을 증명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담긴 미래 가치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얻어 내야 한다.
••ESG 기반 사회적가치 경영의 핵심은 스토리다.
ESG 기반 사회적 가치 경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최적의 네러티브가 필요하다. 환경문제, 사회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경영전략이 파이넨셜 스토리, 거버넌스 혁신 스토리, 더 나이가 기업의 가치를 높여가는 서사로 진정성 있게 전달되어야 투자자, 고객,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애스워드 다모다란, 2020). 가장 돈 잘 버는 기업보다는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일하고 싶은 기업Best Companies to Work For, 세상을 바꾸는 기업Change the World으로 인정받는 것은 그 기업이 제공하는 스토리의 설득력이고 서사의 울림이다. 네러티브의 전염성은 경제주체와 시스템에 엄청난 영향력이 있다(로버트 쉴러, 2021). 재무적 가치와 숫자로 점철된 시장에서 ESG 스토리에 대한 요청은 우리 기업 모두가 직면한 도전이고 동시에 기회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대전환을 상징하는 ESG의 광풍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주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투자기관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기업이이윤을 내야 사회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전통적 사고를 탈피해 ‘사회에 먼저 혜택이 발생하면 결국 기업의 이익이 창출된다’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주요한 메시지다. 우리기업들이 이런 변화의 시대를 맞아 평가, 감시, 규제 대응이라는 방어적 태도를 과감히 버리길 바란다. 대신에 사회가 직면한 난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전략 수립을 통해 사회적-경제적 가치의 동시 창출 기회를 탐험하며 기업혁신의 동력을 만드는 신기업가정신을 발견하길 기대해 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