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그룹, ESG 경영의 글로벌 나침반을 지향하다

 

 

 

 

 

[경영환경의 요구]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전 세계를 팬데믹의 광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covid-19은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쉬프트에도 큰 기폭제가 되고 있다. 아마존의제프 베조스Jeff Bezos, 페이스북의 마크 저크버그Mark Zuckerberg, 애플의 팀 쿡Tim Cook등 글로벌 비즈니스의 선두에 있는 대표 CEO들은 인류 삶의 질적 향상과 사회 공동체의 지속을 위한 기업의 역할 증대를 앞다투어 강조하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선두 기업은 경영 미션과 비전, 비즈니스 모델, 조직 문화에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실질적으로 녹임으로써,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를 제고하는 실천 전략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사회공헌 정도로 인식해왔던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지에 대한 산업계와 학계 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작년과 올해 한국의 많은 CEO가 신년사에서 ESG 경영의 원년을 동시다발적으로 선포하고 있지만, 아직 슬로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KOSPI 상장사 대상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화의 단계적 확대 추진을 발표하면서, 국내 모든 기업은 ESG 경영을 요구하는 제도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ESG 경영의 나침반을 찾아야 한다는 시급한 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과 제도의 요구에 대해 SK 그룹의 사회가치경영, 특히 최근의 ESG 경영은 효과적인 해결책이자, 더 나아가 한국 기업들이 지향해야 할 미래 청사진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SK 그룹의 ESG 경영 철학]

SK 그룹의 사회가치경영이 한국 산업계에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현재 SK 그룹의 실험에 대해 면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ESG 경영에 대한 SK 그룹의 모범적인 사례는 사회가치경영에 대한 리더의 선구적인 철학, 사회 가치를 현실화하기 위한 운 영 시스템 구축, 이해관계자 집단과의 협력과 소통, 지속적으로 사회가치경영을 업 그레이드 할 수 있는 조직 내 인프라의 결집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우선, ESG 경영 을 통한 사회가치 실현을 바라보는 SK 그룹의 철학과 시각은 covid-19 후 SK 그룹 의 행보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SK 그룹은 위기 극복을 위해 주창하고 있는 “Deep Change” (근본적 변화)를 을 통한 <혁신>으로 달성하고자 한다. 이는 경제적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동시에 이러한 발굴의 장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분명히 보여준다. 업계 최고의 기술력으 로 수소 사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플러그 파워Plug Power에 대한 SK E&S의 지분 확 보, 반도체 웨이퍼 원/부자재에서부터 웨이퍼 제조 전 공정에 이르는 밸류 체인에서 의 탄소 절감을 통한 SK 실트론의 국내 최초 ‘카본 트러스트’ 인증 획득 등의 사례는 모두 ESG 경영에 기반한 혁신 성장 모델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작년 12월 SK 그룹이 한국 최초로 ‘RE100’ (재생 에너지 100%)에 가입을 확정한 일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향후 지속해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RE100 는 각 참여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 에너 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선언하는 것으로, 2014년부터 영국의 다국적 비영 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이끌어 왔으며, 구글, 이케아 등 280여 개의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가입해 있다.
ESG 경영에 대한 SK 그룹의 접근은 미래형 양손잡이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직학습이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고 제 임스 마치James March 교수가 제시한 탐색exploration전략과 활용exploitation의 균형을 통 한 조직의 지속 성장이라는 개념 틀에 기반하여, 하바드 경영대학원 마이클 투쉬먼 Michael Tushman 교수와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찰스 오레일리Charles O’Reilly III 교수는 급변 하는 시장과 기술 환경 하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탐색 전 략과 활용 전략을 동시에 구축해야 함을 역설하고, 양면성 전략을 성공적으로 구축 하기 위한 양손잡이 조직의 청사진을 제안하였다. 즉 성공적인 학습 조직이 되기 위 해서 기업은 현재 역량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미래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갈 신사업을 위한 새로운 역량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론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양면성 전략과 양손잡이 조직의 실제 도입과 실행은 매우 어려우며 노키아, 블랙베리와 같이 한때 세계 최고의 기업들도 양손잡이 조직의 성공적 수행이 좌절되어 몰락의 길로 접어들곤 한다.
최근 사회가치경영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양손잡이 조직의 개념에도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고 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사회가치경영의 관점으로 양면성 개념을 적용하면서 경제적 가치 창출 활동과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을 어떻게 동시에 추구할까에 물음을 던지고 여러 방향의 전략적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 영리 기업의 입장에서 경제적 가치라는 도구적 주도권instrumental initiatives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가치라는 도덕적 주도권 moral initiatives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양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21세기 경영 환경 하에서 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적 가치 추구와 사회적 가치 추구의 양면성에 대해 SK 그룹의 ESG 경영이 취하는 접근을 진단하면서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미래형 양손잡이 조직의 좌표를 찍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2-3년 동안 SK 그롭의 최태원 회장이 지속적으로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래형 양손잡이 조직으로 나아가겠다는 최 회장의 이니셔티브는 2018-19년부터 드라이브를 건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으로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창립이후부터 1990년대까지 SK 그룹의 사회가치경영은 기부금 및 학업 지원 등의 자선적 수준에 머물렀던 반면,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의 사회 가치 경영은 기업 활동의 곁가지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Going Beyond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라는 최태원 회장의 모토로 대변되는 이러한 변화는 “Imagine Your Gas Station” 사업을 통한 공유 인프라 구축에서 잘 드러난다. SK는 단순 석유 판매와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유소 경영을넘어, 3600여개의 주유소 간 네트웤, 주거 및 사업 공간과의 근접성, 주유소 인근 지역 주민의 특성 등을 고려한 자산의 사회화를 내포하는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였다. 공유 인프라를 통한 사회가치 창출은 SK 그룹이 여타 영역에서 실험해오고 있는 플랫폼을 통한 사회 가치 창출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 시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역량과 자원을 결집하고 공유하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국내 최대 사회 공헌 플랫폼인 행복 얼라이언스Happy Alliance의 구축과 사회혁신 인재 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러 대학들이 서로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사회혁신 교육자 네트웤ENSI: Educators’ Network Social Innovation의 주도가 좋은 사례이다. 이렇게 SK그룹은 사회적 가치의 창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가치경영이 비즈니스 모델의 전략적, 운영적 핵심으로 자리 잡게 하고자 노력해 왔으며 그 산물이 바로 DBL 경영이다. SK 그룹의 DBL 경영은 2019년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사례로 등재되어 전 세계 수많은 경영대학원의 수업 교재로 활용되어 미래의 글로벌 경영인들이 학습하고 있을 만큼 사회가치경영에 대한 혁신적이면서도 실행 가능한 모범으로 인정받고 있다.

 

[DBL 경영과 운영시스템]

SK 그룹은 DBL 경영의 철학과 운영에 입각하여 ESG 경영 내 관리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SK 그룹은 회계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환경 배양을 추구하고 있다. 회계 시스템은 가치 창출에 대한 보상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환경 구축에 가장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2019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최태원 회장은 KPI의 사회적가치 비중을 50%까지 늘이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하며 재무적 가치 중심의 성과평가 제도를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제도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전통적인 회계 시스템인 SBLSingle Bottom Line 하에서의 재무제표는 경제적 가치 창출 일변도의 경영을 할 수 밖에 없지만, DBL 하에서의 ESG 경영은 모든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회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대등하게 경영 활동에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많은 ESG 사업은 사회적 가치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가치의 단기적 손실을 수반하므로 SBL 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 DBL 하에서는 검토 가능한 사업 아이템이다. 반대로 DBL 기반 경영은 SBL 하에서는 가능했던 사업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환경오염 등 부정적인 사회 가치를 측정, 평가하고 공개하여, 사회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업 구상을 조기에 방지함으로써 ESG 경영에 공헌할 수 있다.
물론 ESG 경영에서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측정과 평가가 경영의 필수임을 주창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로부터 영감을 받은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완벽하게 측정하고 평가할 수는 없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신념 하에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DBL하에서의 측정은 철저하게 사회적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이해관계자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에 주목하는 것을 제 1 원칙으로 삼는다. ESG 활동으로 발생하는 사회가치 창출 과정, 즉 투입Input -> 산출Output -> 결과Outcome -> 영향Impact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결과’의 측정을 지향한다. 물론 ESG 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까지 측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단기적 산출을 기준으로 삼는 상황 속에서 산출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결과를 측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기준을 넘어서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SK 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정량화하는 과정에서 국제기관과 연관된 여러 산업협회 및 학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척도를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SK 그룹의 측정 체계가 글로벌 수준에서 통용성과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SK 그룹의 비즈니스 사회성과에 대한 측정지표 체계는 ESG 경영 부문인 환경, 사회, 거버넌스 각각에 대하여 제품, 공정, 가치사슬, 공동체를 포함하는 경영 활동 전반의 사회성과에 대한 측정을 시도한다. 이러한 세부 활동의 포괄성과 구체성은 ESG경영을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 내에서도 선두를 차지한다고 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K 이노베이션은 경영 활동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사회가치를 측정하고 계산함으로써 기존 사업이 미친 부정적 성과와의 비교를 통해 실효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2030년까지 긍정적 가치가 부정적 가치를 넘어서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E-Mobility, Total Energy Solution 등의 새로운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는 ‘그린 밸런스 2030’도 그러한 과정의 일환이다. SK 그룹은 ESG 경영으로 창출되는 사회공헌 성과에 대한 측정도 꾸준히 개선해나가고 있으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와 이러한 방법론을 공유하며 사회가치경영의 표준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30개가 넘는 공공기관과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중국 국영자산 감독관리 위원회SASAC와의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사회가치 측정 기준을 확립하는데 뜻을 같이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연합체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에 창설 멤버로서 참여하는 등의 활동은 SK 그룹이 자신의 DBL 기반 ESG 경영의 일반화와 공신력을 제고하기 위한 의지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생태계와의 커뮤니케이션]

이러한 측정 방법론의 일반화와 통용화는, 개별 조직이 아닌 조직이 몸담고 있는 생태계에서 대부분의 가치가 창출되는 21세기 경영에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일지도 모른다. 와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을 주문하고 있는 오늘날의 경영은 산업 생태계를 활용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가치의 에코시스템 내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사회가치경영의 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ESG 경영을 비롯한 사회가치경영의 혁신 생태계는 기업이 그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생태계 내 전체 구성원들이 집합적으로 사회가치 창출에 참여하게 하는 능동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UC 버클리 경영대학의 핸리 체스브로Henry Chesbrough 교수가 제안한 21세기형 개방형 혁신의 방향은 ESG 경영의 방향에도 유효하다하고 할 수 있다. 체스브로 교수에 따르면 개방형 혁신 과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는 경제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공동체의식과 시민의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ESG 경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개방형 혁신을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잡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ESG 경영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은 외부로부터 사회적 혁신에 관한 노하우를 학습하여 기업이 보유한 기술, 자원, 역량을 사회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보완·발전시키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 혁신을 택하거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사회적 혁신 아이디어가 풍부한 외부에 내놓음으로써 사회가치 창출을 시도하는 인사이드아웃inside-out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자사의 제품과 기술력을 지역 사회 사업가에 제공하여 베트남 농촌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유니레버의 ‘완벽한 마을’perfect village 프로젝트, 지역사회 의료 전문가들의 지식을 내부화하고 자사 보유의 기술력을 활용하여 낙후 지역에 의료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 휴렛팩커드의 원격의료시스템 e헬스 센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SK 그룹의 ESG 경영도 필연적으로 개방형 혁신을 피할 수 없다.
개방형 혁신을 통한 ESG 경영의 사회가치 창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의 사회가치의 성과에 대한 측정과 보상에 대한 공유이다. 즉 협업 당사자 간 동일한 철학과 언어로 사회가치 창출에 접근해야 한다. 한국과 같이 대기업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가 꾸려지는 상황에서는 사회가치 언어의 표준화 작업에 대한 대기업의 보다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SK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DBL을 받치고 있는 사회 가치 측정과 보상 정신을 한국 사회 전반에 전파해오고 있어 ESG 경영을 위한 개방형 혁신에 누구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1월 최태원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제안한 SPC(Social Progress Credit;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가 바로 그 시발점이다. SPC 프로젝트는 사회적 가치에 비례하여 가치가 평가되는 일종의 유가증권을 사회적 기업에 발행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SPC를 통해 사회적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비즈니스의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고 거기 더하여 캐쉬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혁신적 성장을 추동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또한 SPC는 화폐가치로의 가치 측정과 관리 지표 구축을 통해 대내외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2015년 4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간 SPC 프로젝트는 전국 각지 22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이 참여하는 규모로 급성장하였으며, 5년간 1700억에 달하는 사회성과 창출과 340억원의 인센티브 지급이라는 지표가 말해주듯이 SPC 프로젝트는 사회적 기업 증대에 전기를 마련한 실험으로 평가될 수 있다. SPC 프로젝트는 SK그룹이 ESG 경영을 위한 개방형 혁신에 참여하는 기업들과 사회가치 창출을 위해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유용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개방형 혁신 ESG 경영의 모범 사례를 많이 보여줄 것이라 기대된다. 실제로 SPC 프로젝트는 작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사례연구 교재로 채택되어 미래 경영인들의 배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SK 그룹은 산업 생태계 내 이해관계자들을 넘어서서 사회 전반에 ESG 경영의 효과를 획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년부터 SK 그룹에서는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 슬로건 하에 ESG 경영을 통해 시장에서 SK 그룹 내 계열사의 매력도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화 측면에서의 매력도가 아닌 SK 그룹이 생산하고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 거기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미래 세대와 잠재적 투자자로부터 호응과 공감을 얻었을 때만이 지속가능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SK 이노베이션의 ‘그린 밸런스 2030’ 전략에서 나오는 여러 스토리는 그 자체로의 비즈니스 사회성과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로부터의 신뢰와 공감을 얻어 기업가치의 장기적 극대화를 꾀한다. 1980년대 초반 조직사회학 내 신제도주의학파neo-institutionalism의 창시자인 스탠포드 대학 존 마이어John Meyer 교수는 기업 활동의 효율성efficiency보다 정당성legitimacy이 기업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증폭할 것이라 주창하였고 이후 관련 연구들은 CEO를 비롯한 경영자들이 정당성 강화를 위한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계열사 CEO들에게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되어 달라 주문하고 그 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SK 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 프로젝트는 이러한 트렌드의 훌륭한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미래로의 나침반, SK]

작년 여름 한국 정부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발전 전략으로서, 생활 인프라 및 에너지 산업을 전환하고 녹색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탄소중립Net-zero 사회를 지향하고자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부응하여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한국이 세계를 그린 뉴딜로이끌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움직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기업의 능동적이고 혁신적인 ESG 경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린 뉴딜 정책과 유사한 국가 정책들이 비슷한 시기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에서 봇물처럼 나오고 있는데, 다행히도 SK 그룹의 ESG 경영을 진단하면서우리나라의 정책 성공 확률이 여타 선진 국가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사회가치 경영에 대한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믿음과 SUPEX추구협의회, 사회적 가치연구원의 전사적 지원은 SK 그룹의 ESG 경영이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긴 호흡으로 나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SK 그룹의 ESG 경영의 성과가 한국 사회 전체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 기업군에 건설적으로, 그리고 속도감 있게 전파되고 학습되어야 할 것이며, 기업간 상호 학습을 통해 ESG 경영의 집합적 업그레이드를 성취하여 ESG 플랫폼 경영, 나아가 ESG 프로토콜 경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궁극적 목표 달성에도 SK 그룹이 큰 역할을 해주리라 희망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