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시민, 문화를 더하다

 

 

 

뉴노멀 시대를 대비하는 핵심 요소, 문화

지난 4월, 미국 국무부장관을 역임한 헨리 키신저(Henry Alfred Kissinger, 1923-)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그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며, 코로나19가 세계질서를 영원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키신저의 말대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으며,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질서와 표준인 뉴노멀(New Normal)2이 등장할 것임은 분명하며,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지방쇠퇴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기회가 특정 계층과 지역에 편중될 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마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강력한 원동력이 되는 것은 ‘탈물질주의’적 가치이다. 이제는 물질주의 시대적 가치에서 탈물질주의의 시대가치로 서서히 이동하고 하고 있다.3 이러한 이동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시대에 가장 주된 문화적 발전으로 인식될 것이다(전정환, 2019).
롤프 옌센(Rolf Jensen, 1942-)는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세계 대다수 기업들이 영리 조직의 모습을 유지할 것이나, 서양의 기업들은 이미 탈물질주의적 소비자와 직원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고 보았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점차 거세지면서 탈물질주의적 흐름이 마케팅과 기업 문화를 지배할 것이며, 이 변화는 일찍이경험해 본 적이 없는 규모로, 그리고 그 크기는 점진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olf Jensen & Mika Aaltonen, 2014: 80).
또한, 미래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며, 미래자본주의도 문화와 관련된 산업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4차 산업혁명과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시대의 등장으로, 기계가 인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게 된다면, 인간의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여가시간이 늘어나게 되어, 이와 관련된 분야의 일자리와 산업창출의 기회가 증가하기 때문이다(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미래전략연구센터, 2019). 사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위하여 시작되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AI시대의 도래는 ‘인간이 할 일을 로봇에게 빼앗기고, 로봇으로부터 지배당하거나 그들과 경쟁해야하는 게 아닐까’하는 우려를 만들어내기도한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기계나 로봇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그건 바로 “감성”과 “창의성”이다. 문화는 감성과 창의성의 영역이므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동화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다가올 뉴노멀 시대를 대비하는데,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즉, 앞으로는 문화라는 관점에서 사회변화를 이해해야 큰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트렌드 변화를 어떻게 따라 잡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지 모른다. 물론 개인이건, 조직이건, 기업이건 예외는 없다(최연구,
2017).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문화의 역할

UN(United Nations, 국제연합) 총회에서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가 채택되기 전까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개념은 『세계보존전략(1980)』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그러나 WCED(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 Development,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1987)』에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가장 ‘보편적이고 영향력 있는 정의’를 내렸으며, 이 보고서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의 주요 차원인 ① 경제적 발전, ② 사회적 통합, ③ 환경 보전이 SDGs의 목표로 확립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문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관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존 혹스Jon Hawkes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가치체계를 제공하고 창의성, 다양성, 웰빙, 그리고 혁신에 기여하기 때문에, 문화를 사회의 기둥Pillar에서 분리시켜,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 기둥에 ‘문화’라는 네 번째 기둥을 추가한 ‘지속가능성의 네 기둥 모델’를 제안했다(Jon Hawkes, 2001). 또한, 2010년 UCLG(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 세계지방정부연합)에서는 『문화 : 지속가능발전의 네 번째 기둥(2010)』 정책 성명서를 승인했다. 이는 모든 정책 및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문화’를 통합함을 의미한다.
2012년 UN의 『리우 선언(2012)』에서는 문화다양성, 문화 중요성, 문화유산, 문화관광 등이 언급되어,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문화의 가치와 역할을 확인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United Nations, 유엔 산하 교육과학문화기구)의 『항저우 선언(2013)』에서도 2015년 채택할 SDGs에 문화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2015년 채택된 SDGs에서 문화는 여전히 주요 차원으로 인식되지 않았으며, SDGs의 17개 목표 안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세부목표에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또한, 문화는 SDGs의 전반적인 기저에 중요하게 다루어져 있지만, 진정으로 지속가능성과 문화적 차원이 통합된 목표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문화는 지속가능성과 경제, 사회, 환경 차원의 우선적 이행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나타났다.
반면, UCLG는 2015년 『문화21 의제』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문화21 실천Culture 21 Actions』을 채택했다. 『문화21 실천』은 Post-2015 의제Agenda에 지속가능한 발전의 문화적 차원을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 선언으로, “지속가능발전의 3차원에 문화를 포함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에 대한 고려 없이는 SDGs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강조한 최초의 국제문서이다(UCLG, 2015).
2016년 UN에서 채택한 『문화와 지속가능발전결의안』에서는 “문화가 인류와 공동체에 강한 정체성과 사회적 응집력을 제공하고, 모든 차원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가능발전 정책과 조치에 기여하는 지속가능발전의 원동력”임을 다시금 확인하였으며, “문화는 교육, 건강, 남녀평등 및 환경과 같은 크로스커팅 이슈에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 결의안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 차원(경제, 사회, 환경)에 문화의 중요한 공헌을 강조하였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를 위하여, 지역차원에서의 문화협력 협약과 네트워크를 육성하기 위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장려하였다(United Nations, 2016).
한편, 주스트 드세인Joost Dessein 등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통합되어 4번째 기둥이 된 문화의 개념을 ①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기둥으로서 문화, ②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문화, 그리고 ③ 지속가능한 발전 그 자체로서 문화로 구분했다(Dessein & Soini & Fairclough & Horlings, 2015). ‘지속가능한 발전의 한 기둥으로서 문화’는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경제, 사회, 환경, 문화 차원이 각각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독자적인 문화 영역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함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문화’는 문화가 경제, 사회,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가능하게 하고, 3요소들(경제, 사회, 환경) 간의 경쟁과 갈등을 조정하는 등 문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의 전 영역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그 자체로서 문화’는 일종의 사회 가치이자, 사회 자본으로서 문화를 의미한다. 이 유형에서 문화는 ‘지속가능성’을 창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이상적 비전을 제공한다(Dessein & Soini & Fairclough & Horlings, 2015).
따라서 기업에서도 기업경영과 특히,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 활동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요소뿐만 아니라, 문화적 요소를 중시해야 한다. 문화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요소와 조화를 이루며 이들 간 경쟁과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함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 그 자체로서 지속가능성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문화를 통한 기업시민 실천 방향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변화 속에서 위기를 딛고, ‘넥스트 노멀Next Nomal’을 이끌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국가가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던 기존 방식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으며,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공영역(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민간영역 즉, 기업의 지원과 협업이 중요할 것이다. 그동안 민간자본이 투입되어 사회적 임팩트를 얻었던 성공사례(백신개발, 농업의 녹색혁명, 기후변화 등)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민간자본은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기업은 문화 분야에 대하여, 주로 자금이나 시설 등을 지원하는 메세나Mecenat 방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으며, 대부분 자선적이고 시혜적이며, 기업의 업業과 분리되어 이루어졌다.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 및 기부, 그리고 일방적인 지원방식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서로의 니즈Needs를 파악하여 상호 호혜적이고, 기업의 업과 연계하여 파트너십Partnership을 구축해야 서로 상생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넘어,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을 위해 공생·공존의 역할과 책임을 모든 경영 활동과 일상에서 실천하는 ‘기업시민’ 활동으로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안정적이며 지속가능한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상호 발전적 인식을 가짐과 동시에, 지원을 받은 문화계가 기업의 ‘업’과 연계하여 상호협력할 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문화 분야에 대한 기업시민 활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립될 것이며, 지속가능한 기업시민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다음 절에서는 문화를 활용한 기업시민 활동 사례들을 소개해놓았으며, 여기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앞으로 기업의 문화를 통한 기업시민 활동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스토리와 감성 : 기업 브랜드로 활용
옌센은 정보화 시대 이후에 도달할 사회가, 바로 ‘이야기’를 바탕으로 성공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고 보았다. 드림소사이어티는 개인,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가 데이터나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성공하게 되는 새로운 사회를 말한다.
옌센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을 넘어 스토리, 감성, 상상력이 들어 있는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 보았으며, 경험 경제, 감성주도 시장의 개념을 도입했다. 드림소사이어티는 그리 멀지 않았다. 이미 세계의 많은 기업들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단순한 휴대폰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의 혁신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스타벅스도 그냥 커피숍이 아닌 뉴요커New Yorker의 삶을 보여주는 상징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포드Ford는 ‘농장에서 자동차’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친환경 자동차 제조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친환경 그린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에게 포드의 친환경 정책은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다(Rolf Jensen, 2000; Rolf Jensen & Mika Aaltonen, 2014; 최태원, 2018).
드림소사이어티에서는 기업의 이윤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오늘날과는 다른 방식으로선행을 베푼다면 지금보다 번창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미 많은 대기업들이 기업에 직접적인 이윤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목표를 선언하고 이를 고수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과거의 기업이 되고 있다(Rolf Jensen, 2000). 따라서 기업의 선행방식은 단순히 시혜적으로 기부하는 것을 넘어, 기업이 ‘시민처럼’ 행동하고,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을 위해 역할과 책임을 모든 경영 활동과 일상에서 실천하는 기업시민 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한편,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 1964)는 농사를 짓던 ‘농경 시대’에서 공장근로자 중심의 ‘산업화 시대’로, 그리고 지식근로자 중심의 ‘정보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창의성과 감성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각광받는 ‘하이컨셉High Concept·하이터치High Touch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았다. ‘하이컨셉’은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과 실현능력을 의미하며, ‘하이터치’는 하이컨셉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인간의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핑크는 다가올 새로운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이컨셉, 하이터치 능력이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으로 ‘디자인’, ‘이야기’, ‘조화’, ‘공감’, ‘유희’, ‘의미’가 갖춰져야 한다고 보았다(Daniel H. Pink, 2006).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에 필요한 능력 중 핵심은 ‘디자인’이다.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트위터Twitter의 경우를 보더라도 모두 ‘디자인’과 ‘소셜’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니SONY의 경우, “사람들은 모든 제품에서 경쟁자들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가격, 기술, 기능, 성능을 가지고 경쟁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다른 제품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는 오로지 디자인뿐”이라고 보았으며, BMW의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Chris Bangle 역시, “BMW는 자동차를 만드는 게 아니라, 품질에 대한 운전자의 사랑을 표현하는,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랄프 왈도 에머슨Ralpf Waldo Emerson은 “우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사람들이 이를 사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에는 아무리 신제품일지라도 인간의 우뇌에 호소하지 못하면 누구도 관심조차 갖지 않을 것이다(Daniel H. Pink, 2006: 11, 115-118).
옌센의 ‘드림소사이어티’와 핑크의 ‘하이컨셉·하이터치 시대’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창의성과 감성적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각광받을 것이며, 감성과 스토리 중심의 시장이 물리적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을 능가하게 될 거라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는 규칙이나 명령에 얽매이는 기업보다는 네트워크를 통해 발전해나가는 기업, 감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기업에 인재들이 몰려들 것이다. 따라서 기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관리체제와 기업에 대한 투자방식에도 근본적인변화가 필요할 것이다(Ibid.). 이때 문화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혁신과 창의성을 이끄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며, 기업은 이러한 문화를 활용하여 차별적인 이미지와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의 감성욕구를 충족시켜줌은 물론, 기업의 성과향상과, 나아가 국민들의 문화 복지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김소영, 2010).

••지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경영
앞서 언급했듯이, 전세계적으로 탈산업화 및 탈물질주의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변화해야 한다. 개성·다양성·창의성 등을 살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탈물질주의경제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탈물질주의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역이 가진 차별적인 문화와 매력을 활용하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시애틀의 ‘스타벅스Starbucks’, 포틀란드의 ‘나이키Nike’, 그리고 스몰란드의 ‘이케아IKEA’가 있다.
지역문화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경영을 통해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한 선진국 기업의 사례가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표적으로 스웨덴 남부에 위치한 작은 지방인 스몰란드에서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케아는 창업 목적이 “지역에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었다. 특히, 스몰란드의 평범한 농가는 기능성이 뛰어나고 저렴한 가구를 원했기 때문에, 이케아는 그런 가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출발하여, ‘서민을 위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지역성은 기업의 핵심경쟁력이 될 수 있다. 지역문화를 공유하는 소비자, 생산자, 전문 인력으로 형성된 지역생태계가 생산하는 라이프스타일 상품은 다른 지역이 쉽게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다른 지역에서 이를 소비할 수는 있어도 생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지역문화를 통해 기업이념을 구체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의 일체성을 고수하는 라이프스타일 경영이 필요하다(모종린, 2019).
미국에서 철鐵의 도시였던 피츠버그Pittsburgh는 1970년대까지 ‘뚜껑 열린 지옥’이라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가장 더러운 도시였다. 또한, 미국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았지만, 외국산 철강의 수입과 1차 에너지 위기, 자동차산업의 퇴조 등으로 실업률이 높아졌고,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령의 도시’로 전락했다. 그러나 10여년부터 피츠버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역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쇠락했던 도시를 다시 부흥시켰고, 특히, 하인즈Heinz 등 피츠버그 지역의 토착기업의 과감한 투자 산학 협력을 통해 살기 좋은 문화도시로 거듭났다. 1984년 발족된 비영리 민간기구 ‘피츠버그 문화 트러스트(Pittsburgh Cultural Trust, PCT)’는 하인즈 사를 중심으로 피츠버그를 ‘문화특구’로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또한, 슬럼가 개발을 위하여 도시재생 사업에 착수하였으며, 이로 인해 임대사업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지역 토착기
업과 정부, 그리고 대학 등 다양한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피츠버그는 다시 깨끗해졌으며 이제는 살기 좋은 문화도시가 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 기업과 대학, 그리고 도시간의 상호협력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피츠버그 문화트러스트’ 홈페이지 참고; 마창성, 2018).

••협업, 파트너십
문화 분야에 대한 기업시민 활동은 일시적이거나 이벤트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자선적 관점의 메세나 또는 스폰서십Sponsorship에서 벗어나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파트너십 단계로 이행되어야 한다. 즉, 기업은 공유된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단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해야하며, 문화 분야는 기업의 경영 목적에 부합되는 매력있는 콘텐츠 및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함께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유니레버의 경우, 직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 문화예술예술분야의 사람들을 고용하여 ‘카탈리스트(Catalyst, 촉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유니레버의 계열사인 ‘레버 브라더스’와 ‘엘리다 파베르제’가 합병하면서 생긴 새로운 조직의 갈등과 이질감을 극복함은 물론, 직원 간의 화합과 창의력 개발을 위한 촉매제로 문화를 활용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유니레버는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화가, 시인, 만화작가, 음악가, 배우 등을 다양한 예술가들을 고용하였고, 이를 통해 직원들은 의사소통, 협업, 피드백, 대화기술 등에 대하여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사내에도 미술, 사진 작품 등을 전시하여, 일상 속에서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 결과, 직원간의 화합과 조직문화 개선은 물론, 문화예술을 통한 직원의 능력이 향상되는 성과가 나타났다(Lotte Darso, 2004).
한편, 미국 뉴욕의 에디슨Edison사는 1년에 한 번 문화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 문화카드를 통해 회사가 후원하는 뉴욕지역의 박물관을 종업원 및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선물가게에서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문화적 소양, 창의력 증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은 새로운 고객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상품 판매를 증대시키는 효과를 얻게 되면서, 기업과 박물관 모두 윈-윈 할 수 있게 되었다(김소영, 2010).

 

문화를 통한 기업시민 활동의 효과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분야에 대한 기업시민 활동은 기업에 어떠한 효과를 가져다줄까? 사실, 기업의 문화에 대한 기업시민 활동은 특정한 이득을 바라고 행하는 활동은 아니나, 기업의 경영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문화분야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그동안 기업에서는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 효과는 크게 ① 브랜드 이미지 향상, ② 내부역량 강화, ③ 지역사회와의 상생, ④ 문화계와 기업 간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볼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브랜드 이미지 향상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투자자, 협력사, 그리고 지역사회는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에 보다 많은 자원을 제공하거나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Backhaus, Kristin B., Stone, Brett A., & Heiner, Karl, 2002). 특히, 정부나 지역사회는 이러한 기업들에대해 호의적이며, 이러한 긍정적 인식은 세제 상 혜택이나 지역사회 기반 시설 사용에 대한 우대 혜택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도움이 된다(한국메세나협회, 2017).
또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 1929-)는 CRM(CauseRelated Marketing, 대의명분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추세로 “기업이 선한 일을 할 수록 그 결과로 판매와 수익이 늘어난다.”고 보았으며, “자신이 지지하는 목적과 어떤 기업이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유만으로 그 기업의 상표를 선택하는 비율은 82%나 된다”고 언급하였다(Rolf Jensen, 2000 : 146). 이를 통해서 기업이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과 평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를 통한 수익 창출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내부역량 강화
기업이 시민으로서 효과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내부구성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부구성원은 기업시민 활동의 실행 주체이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이다(최병권·문형구·주영란, 2017). 자신이 속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적극적이거나 공헌도가 높을 때, 조직 구성원들은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더 높은 조직몰입을 할 수 있다(Turban, Daniel B., Greening, Daniel W., 1997). 그리고 조직만족도와 직무몰입도가 높은 직원일수록 업무성과가 높으며, 이직률은 낮다(Shore, Lynn M., Martin, Harry J., 1989).
오늘날 기업들은 직원들의 문화예술 관련 사회공헌 활동을 장려하거나, 문화예술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조직 내 창의성 개발을 위하여 문화예술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유니레버(Unilever)의 카탈리스트 프로그램과 삼성전자의 런치클래스 등이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임직원들의 창의력 및 문제해결능력 증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조직에 대한 만족도 향상, 그리고 조직문화 개선에도 많은 기여를 한다.

••지역사회와의 상생
대도시에 비해 지방은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적거나 문화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업은 이러한 지역에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문화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함과 함께, 고객의 기업에 대한 충성도 및 호의도를 높일 수 있다. 도시나 지역의 힘만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증진시키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도시가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업은 비용을 지원하는 협력을 이룬다면, 상호 호혜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공용택·김재범, 2011). 또한, 기업은 지역유산 및 전통문화 보존·계승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단체(또는 예술가)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함은 물론, 지역민들의 삶의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문화계와 기업 간의 네트워크 형성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지원받는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가를 기업 내부로 초청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지며, 이와 반대로 지원받는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가가 기업의 관계자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기업 내 임직원들이 예술을 직·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조직 내 창의성 개발 및 조직문화 혁신으로 연결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한국메세나협회, 2017).
또한, 혁신적이거나 깨어있는 이미지를 원하는 기업들이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목표를 지닌 기업들 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LeClair, Mark S., Gordon, Kelly, 2000). 최근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적 제휴 및 조인트벤처 등을 통해 협력하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을 통해 맺어진 관계를 사회적 자본으로 삼아 활용한다면, 기업전략의 수립 및 실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한국메세나협회,
2017). 따라서 기업이 문화예술 부문과 협력하면, 문화적 전문성 및 시장지식, 그리고 예술과 기업 간 역동적 네트워크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높은 생산성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한국정책학회, 2011).

 

포스코, 기업시민에 문화를 더하려면

••단순한 지원에서 벗어나,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 구축
지난 2018년,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With POSCO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이는 경영활동을 통한 경제적 가치창출뿐만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하여, 경영적인 측면과 사회공헌 부문에서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포스코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통해 배려와 공존, 그리고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성숙한 기업문화를 새로운 브랜드로서 정착시키고자 한다.
포스코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 후,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시민 활동을 실천해오고 있는데, 그 중 문화분야에 대한 실천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하여 수시로 문화콘서트 및 행사를 개최함은 물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하여 협력사 직원들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하였다. 문화예술 기반 확산을 위하여, 포항과 광양에 아트홀, 갤러리 및 미술관, 역사관, 그리고 전용 축구장 등을 조성하였으며, 모든 시설을 지역주민에게 무료로 제공하여, 지역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기여하였다(포스코, 2020). 또한, 문화예술단체 및 예술가에 대한 지원, 소외계층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 지원, 재능기부, 그리고 포스아트를 활용하여 문화재 안내판 개선사업 등 다양한 실천하였다.
이와 같이 포스코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고 있지 않고있으나, 문화계와 포스코가 지속가능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혜적인 메세나 지원방식을 넘어,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이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업과 연계된 방향으로 문화 분야에 대한 지원과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기업시민 활동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할 것이다. 또한, 문화계에서도 단순히 지원을 받고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의 경영 목적에 부합되는 매력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문화예술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통해 조직 내 창의성 개발에 기여한다든지, 또는 기업에서 지원받은 공연이나 행사에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기여한다면, 기업의 지원과 소비를 지속적으로 끌어냄은 물론, 기업-문화예술계-지역사회 간의 지속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살린,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포스코가 기업시민에 문화를 더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과 문화를 살린 매력있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포항은 미국 피츠버그, 일본 도요타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한적한 도시였다. 그러나 피츠버그에 카네기철강사, 도요타의 도요타자동차가 성장하면서 기업도시가 되었듯이, 포항도 지역 내 포스코가 성장하면서 기업도시이자 경상북도 내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발전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의 본사가 대부분 서울에 있는 반면, 포스코의 본사는 포항이다. 포스코는 포항과 보다 단단한 동반자 관계를 정립하기 위하여, 포항시와 지진 등 재난극복을 위한 상생협약(2018년)을 맺었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포항 지역에 대한 지역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포스코가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은 물론,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노력(지역문화를 살린 콘텐츠 개발, 지역 문화예술 활동 지원 등)과 문화적 인프라 구축, 그리고 도시재생을 통한 문화도시 조성 등에 기여하여, 지역과 기업이 함께 상생 및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단, 포스코가 포항의 지역정체성을 살린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거듭난다고 하여, 포항만을 위한 기업으로 남는 것이 아니다. 포스코는 이미 포항뿐만 아니라 광양에도  철소를 두고 있으며, 서울 사무소를 비롯하여, 일본, 미국, 중국, 멕시코 등 많은 해외법인을 가지고 있다. 포스코는 스타벅스, 나이키, 그리고 이케아 등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지역이 가진 차별적인 문화와 매력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나가야 할 것이며, 포스코의 지사나 해외법인이 있는 지역들과 클러스터Cluster를 형성하여 그 문화를 함께 확산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 그 자체로의 문화’ 더하기
포스코는 기업시민 선포가 선언적 행동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실천주체 또한 전사全社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으로 확대하여 실행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기업시민 활동의 주요 추진방향으로서 비즈니스Business, 소사이어티Society, 피플People이라는 세 영역을 설정하였는데, 이는 기업의 본연의 목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와의 조화를 통해 이해관계자와 공존공생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존의 비즈니스, 소사이어티, 피플영역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 그 자체’로서 컬쳐(culture, 문화)영역을 더한다면, 기업시민 활동 내 지속가능성을 창조함은 물론, 기업시민 활동의 체질화, 내재화, 그리고 문화화를 위한 기업의 패러다임과 이상적인 비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하여 기업시민 포스코가 넥스트 노멀 시대를 선도하고,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기업시민 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