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블랜딩, 이제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 시대

 

 

 

들어가며

사람들은 어떠한 부분이 충족될 때 행복하다 느끼는 걸까?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는 일명 ‘행복지수’라 불리는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를 2011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국가별로 현재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11개 지표1와 그 외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주관적 웰빙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별 삶의 질과 행복한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 GDP로만 국가의 순위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GDP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국가경쟁력으로서 중요한 요소라 본 것이다. 또한, OECD는 ‘더 나은 삶의 지수’를 통해 삶에 중요한 요소의 순위를 정하고, 국가가 이를 제공하고 있는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이를 통해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널리 공유함은 물론,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2020년 발표된 <더 나은 삶의 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1개국2 중 ‘시민참여 your involvement in democracy’ 부문이 전체 2위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환경Quality of your environment’과 ‘사회적 관계Quality of your social support network’ 부문이 각각 38위, ‘건강How healthy you are’ 부문이 37위, 그리고 ‘삶의 만족도How happy you are’와 ‘일과 일상생활의 균형How much you work, How much you play’ 부문이 각각 35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3
또한,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20년 기준 1,908시간으로, OECD 국가에서 3번째로 길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근로시간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나(2015년 제외),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낮은 독일과 비교했을 때 무려 576시간이나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5
장시간 근로는 단순히 개인이 근로할 시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건강과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삶의 영역 전반에 유해한 영향을 끼친다.6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 여가 활동, 식사 및 수면과 같은 활동이 줄어들어 일과 일상생활의 균형이 깨질수 밖에 없다.7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사람들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삶의 만족도, 그리고 일과 일상생활의 균형 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까? 단순히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일과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추면 될까? 아니면 또다른 대안이 필요할까?

 

MZ세대가 승진 대신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선택하게 된 이유

과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 내 승진이나 더 높은 사회적 지위, 그리고 높은 연봉 등 경제적 가치를 추구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에 접어들며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깨졌으며, 경쟁이 심화되면서 집단주의 가치가 쇠퇴하고 개인주의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직 사회에서 수평 사회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조직문화도 급격히 변화되었다.8 즉, 딱딱하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성장기에 개인주의 가치관을 지닌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이하, MZ세대)’는 회사가 나를 지켜주고 키워줄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조직에서 성공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들은 일의 성취뿐만 아니라, 충분한 여가와 취미 등 다양한 가치를 성공 기준으로 보았으며,9 회사에 몸 바쳐 일해 인정받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일과 일상생활 간의 균형이 이루어질 때 보다 삶에 대한 만족을 느낀다.
지난 2020년 ‘잡코리아’에서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좋은 직장의 조건>을 조사한 결과,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보장’(49.9%)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급여 및 성과급 등 금전적인 만족’(48.9%)’, ‘우수한 복지제도(30%)’,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근무 분위기(20.3%)’ 순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고). 또한,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승진에 대한 욕심이 적었다.
응답자의 과반 수 이상(51.5%)이 ‘남들과 비슷하게 승진하면 된다’고 응답하였고, 승진에 관심이 없거나 승진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약 20%에 달한다. 2021년 ‘사람인’에서 직장인 11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승진>과 관련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6.8%가 ‘직장 승진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복수응답),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하다(51.5%)’와 ‘승진이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46.2%)’는 의견이 응답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 밖에도 ‘자기계발 등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26.7%로 나타났다.10
그렇다면, MZ세대가 이토록 워라밸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는 성장기 혹은 유년기부터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매체를 사용한 첫 세대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변화에 민감하다. 하지만 이들은 유례없는 저성장으로 삶의 불안정을 경험하고, 가장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도 취업난과 높은 실업률을 겪고 있는 세대이다. 그렇다보니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중 하나가 바로 ‘공정성’이다. 이들이 공정성에 민감하게 된 이유는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과 치열한 입시경쟁을 이겨내어 좋은 대학에 입학한 후 또다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취직을 해야하는 등 그들에게 평가와 경쟁은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11 즉, 이른 나이부터 경쟁구조를 경험하고 그들만의 토너먼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원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조직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이를 방해하는 권위주의를 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때문에 MZ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우선으로 여기므로 조직과 일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을 추구한다.12
뿐만 아니라, 직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이직이 트렌드가 되었다. 2021년 사람인에서 실시한 <1년 이내 조기퇴사자 현황>을 살펴보면, 응답기업의 49.2%에서 ‘MZ세대의 1년 이내 조기퇴사자 비율이 높다’고 응답했다.13 MZ세대에게 ‘이직’은 본인에게 맞는 직무, 조직문화, 워라밸과 같이 더 좋은 근무 환경, 높은 연봉 등을 위해 찾아 나서는 성장의 과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14 그렇다보니 입사하자마자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퇴준생’, 본업 외에도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는 ‘N잡러’, 퇴근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자기계발을 위해 배움에 몰두하는 ‘퇴튜던트(퇴근+student)’ 및 ‘샐러던트Salardent’, 그리고 퇴근 후 취미생활을 즐기는 ‘하비슈머hobbysumer’ 등 다양한 신조어가 승진보다 자아실현과 자기계발,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엠브레인의 윤덕환 이사는 MZ세대에서 이직이나 퇴사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하여 ‘MZ세대는 자기 스스로, 자기한테 맞는 것을 세팅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즉, MZ세대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흐름대로 하도록 부모 세대로부터 양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회사 내 감정노동에서 가장 취약한 세대라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파이어족(조기 은퇴)’을 꿈꾼다고 분석했다.1

 

‘워라밸Work-Life Balance’에서 ‘워라블Work-Life Blending’로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찾으려고 하지 마라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행복한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출근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즐겁게 일한 뒤에는 역시 건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갈 수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

지난 2018년,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악셀 슈프링거 시상식에서 아마존 신입사원들을 위한 메시지를 발표하던 중 자신은 ‘워라밸’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워라밸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16으로, ‘일’과 ‘삶’ 중 어느 하나를 택하여 한 쪽이 플러스가 된다면, 다른 한 쪽은 마이너스가 되는 거래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베조스는 일과 삶을 저울에 올려놓고 견주어서는 안 되며, 이 둘이 하나의 조화로운 ‘원circle’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즉, 그는 일과 삶을 시간적 제약 속에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본 것이다.17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역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항상 휴식으로 간주되는 것과 일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보았지만, 조직 구성원이 내적동기를 기반으로 일에서 의미를 찾고 몰입하는 사람이라면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에 나델라는 자신의 ‘일’과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조화harmony시키려 한다며 베조스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18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된 개념이지만, 이를 잘못 적용했을 경우 조직보다는 개인의 삶만을 생각하는 개념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리고 직장인 대부분이 하루 중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기때문에, 일과 삶을 이등분하여 완벽한 균형을 맞추기란 어렵다.19 뿐만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가상공간을 통한 비즈니스가 확산되면서, 업무 영역과 사적 영역의 물리적인 공간이나 시간을 분리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개인의 행복과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워라블Work-Life Blending’20이다. 워라블이란 일과 삶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블랜딩blend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제 일과 삶의 분리가 아닌 일과 삶을 적절히 혼합하는 워라블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워라밸이 ‘MZ세대’ 중심으로 퍼져나갔다면, 워라블은 끊임없이 자기계발과 이를 통한 가치 실현을 꿈꾸는 ‘Z세대’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일을 단순히 경제활동의 수단으로만 여기기보다, 업무를 통해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지적성장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그림 5 참고).
그렇다면, 어떻게 워라블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사고의 전환이다. 물리적 공간이나 시간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적절하게 일과 삶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22 즉, 워라블은 퇴근 후 시간에 업무 관련 활동을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시간뿐 아니라 우연히 참석한 세미나나 회의에서 업무 관련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휴가나 여행 중 영감이 떠오르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도 업무와 관련된 영감을 얻고 이러한 영감이 업무로 자연스럽게 이어짐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취미나 관심사, 그리고 특기를 살려 업무에 적용하는 것도 워라블을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라 볼 수 있다.23 그런데 주의해야 할 부분은 ‘워라블이 워커홀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이다. 워라블이라고 해서 휴식없이 일만 해야한다는 게 아니라, 충분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일에 대한 시너지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워라블은 일과 삶이 추구하는 방향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기준점이 되므로, 일과 삶을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2

 

워라블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①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구축

인간은 자기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 가장 생산적이고 행복하다.
모닝스타컴퍼니 창업자, 크리스 루퍼(Chris Rufer)

오늘날 세상의 변화의 속도나 규모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이러한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기업들은 수평적인 조직문화,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인재에 대한 집중을 통해 민첩하면서도 유연하게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시와 통제의 일관성 및 효율성 고양을 위해 사용해왔던 과거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 즉, 수평적 프로세스를 통해 조직을 움직이고 시스템이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조직의 민첩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구성원의 잠재력이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의견 제시와 반박이 자유로울 수 있는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조직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이 고객과 더 자주 접촉하며 그들의 니즈를 더 가까이서 들음은 물론, 새로운 기술 동향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25
글로벌 소재 과학 기업인 ‘고어(W. L. Gore & Associates)’는 기능성 의류 ‘고어텍스Gore-tex’로 널리 알려져있다. 고어는 50년 넘게 독특한 경영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CEO를 투표로 뽑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명령체계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 내 직급이 없기 때문이다(업무와 책임 영역만 존재한다)26. 고어는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함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장려하기 위해 ‘격자무늬 조직lattice organization’이라 불리는 수평적 조직을 고수하고 있다. 고어에서는 종업원employees 대신 동료associates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업무가 프로젝트 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각 팀은 유동적이고 ‘팔로워’와 ‘리더’로 구성되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공장이나 조직도 구성원이 200명~250명을 넘을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만약, 넘을 경우 둘로 나눔). 부서가 커진다면 계층이 생기고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하락하며 동기부여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27
그리고 관리자나 상사가 없는 대신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스폰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때 스폰서는 직원들의 상사가 아니라, 직원들의 성공을 책임지는 멘토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 경험과 지식이 축적돼 많은 동료들이 따르는 사람을 ‘리더’라 부른다. 또한, 직원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일할 수 있도록 ‘스위트 스팟Sweet Spot 28’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보스도 없고 직급도 존재하지 않지만, 약 30개국에서 연간 3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이직률도 미국기업 평균의 1/3 수준이다. 고어는 동료의식을 통해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유를 보장하고,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그들만의 독창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있으며, 세계각국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손꼽히고 있다.29

② 자율성 보장
워라블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업무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취미나 자기계발 활동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그런데 워라블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자율성이란 능동적이고, 자발적이고, 지속적이고,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을 이끌고 즐거움과 만족을 주는 ‘내재적 동기’를 유발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이러한 행동들을 원한다면, 자율성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30
그런데 이미 많은 기업이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 시간선택제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근무시간 선택권처럼, 직원들이 무엇인가 선택할 수 있는 통제권(권한)이나,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 및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될 때 구성원들의 만족도와 생산성이 높아져서 기존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자발적 퇴사를 방지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3M’의 경우, 끊임없이 신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서 성공시키는데 독보적인 경쟁력을 지닌 회사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바로 ‘15% 룰’이다. 3M에서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업무시간 중 15%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데 (상사의 허락없이도)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3M은 창의적인 도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직원들을 오히려 격려하며 ‘실패 파티’를 열어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패를 통해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포스트잇’도 사실은 실패의 산물이다. 접착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접착력이 떨어져 실패한 결과물을 폐기처분 하지 않고 이후 제품으로 출시하게 되면서, 포스트잇은 20세기에 가장 혁신적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31

③ 자기계발 지원
요즘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연구결과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단순히 그들에게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하여 퇴사하려는 이들을 붙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복지 제도가 좋으면 회사로부터 충분한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며, 이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직결되어 구성원들이 회사를 오래 다니게 하는 효과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32 그런데 MZ세대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제도 중에서도 특히, 개인의 역량 향상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복지제도에 관심을 가진다.

이에, 롯데물산에서는 MZ세대 성장 욕구 채워줄 ‘디스커버리 랩Discovery Lab’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부서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스터디를 꾸리도록 권장하고 학습활동을 지원한다. 학습 주제는 직무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회사에서는 이들에게 필요한 도서나 교육비 및 간식비 등을 지원하여 구성원의 업무역량 향상 및 자기계발에 기여하고 있다.33 또한, 기존의 아이디어 제안제도가 딱딱하고 진입장벽이 높았던 점을 고려하여, 회사 경영에 필요한 아이디어라면 무엇이든 자유롭게 정해진 틀 없이 익명으로 제안하는 ‘휘뚜루마뚜루’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마구 해치우는 모양’을 일컫는 순우리말이지만,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자’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러자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MZ세대 직원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사내에서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스마트한 이동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티머니’의 경우, 신입사원의 역량개발을 위하여 4박 5일간 해외연수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때 연수를 떠날 국가, 시기, 활동 내용 등 모든 부분을 신입사원이 직접 정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모바일리티Mobility’와 ‘결제Payment 서비스’에 대한 인싸이트insight를 얻음은 물론, 이를 통해 성취한 경험이 다음 업무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되므로, 직원의 복지뿐만이 아니라 업무 향상에도 기여하는 제도라 볼 수있다.3

 

나가며

지난 2005년,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일은 우리 인생의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당신이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이 위대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확률도,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할 확률도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자기 일을 좋아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 접근한다면, 그중 하나는 만족하고 다른 하나는 늘 희생해야 한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자기 일을 좋아하는 것 간에 조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비로소 일과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기업은 사내 복지제도를 워라블의 관점에서 재구축하여, 구성원들이 일과 삶을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