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시민의 길 :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해 전략적으로 가야할 길
기업경영에 있어서 가장 확실한 사실은 무엇일까? 확실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로 대변되는 외부환경의 최근 변화는 더 큰 불확실성과 함께 더 치열한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 기업구성원의 기대와 생각도 바뀌면서 기업내부의 조직문화 역시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에 따라 기업들의 경쟁우위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답습하거나 오래된 경영방식에 안주하는 기업의 미래는 답보할 수 밖에 없다. Fortune 500의 Top 20 리스트에 있던 1998년의 기업 중에서 70%에 해당되는 14개 기업은 2018년에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다.
국내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함된 기업들의 면모가 매년 바뀌고 있고, 악화되는 영업이익률 때문에 경쟁우위의 저하가 아니라 생존자체를 걱정해야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 1,362개 중에서 14.8%에 해당하는 201개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8년 당시 국내 30대그룹의 30년 생존율은 40%에 불과하다.
반면에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급류를 타고 새로운 강자가 출현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동종 산업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이변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융합화로 인하여 경쟁의 범위가 특정산업을 초월하여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 유형의 승자 독식이 가능해지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공존하고, 기존 강자와 신흥 강자가 각축을 벌이는 현 시점에서, 결국 관심의 초점은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국가, 지속가능한 사회, 지속가능한 경제 등 여러 가지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이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국가,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다양한 형태의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로부터 출발해야한다. 몇몇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지속가능경영 관련 기사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국내외 경영학 학술지에서도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주제가 개념적, 실증적으로 분석되고 있는 추세이다.
학계에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발전을 통해 파생되는 기회를 포착하고 리스크를 관리함으로써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접근법”(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으로 정의한다.
기업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 간단한 정의가 내포한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예측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 잡지인 Fortune은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들을 “Fortune 500”에 선정하여 매년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하고 있는 새로운 랭킹, 예를 들어 “Most admired companies”, “Best workplaces for diversity”, “The world changer”, “Best companies to work for”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양적증가로 대변되는 경제적 가치 창출의 크기가 해당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둘째, 기업이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면서 경쟁우위를 유지 및 확보하기 위해서 경제, 환경, 사회의 세 가지 축에서 경영활동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윤극대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경제적 측면의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환경오염이나 아동노동의 실태가 대변하는 것처럼, 환경과 사회적 측면의 성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 패러다임이 전통적 화폐자본주의(financial capitalism)에서 벗어나면서 인적자본주의(human capitalism) 및 자연자본주의(natural capitalism)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음을 인지해야한다.
셋째, 이해관계자(stakeholder)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 대응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경영진, 종업원, 소비자, 투자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미디어, NGO,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이해(interest)를 기업은 적극 반영해야한다. 즉 포괄적 의미의 사회와 기업 사이의 건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의 진정한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사의 현황을 밝히고 장단기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없는 기업들을 ‘불투명’ 혹은 ‘믿지 못할 대상’으로 의심하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은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렇듯 기업이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 전반의 이익을 위해 환경 및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여 발전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수렴되는 것,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의 정의이자 핵심이다.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는 CSR에 대한 국제화 표준을 발표하면서 7대 핵심주제(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권리보호, 공동체 참여와 발전)와 관련된 실행지침과 권고사항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CSR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 포스코의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으로서의 사명과 역할, 즉 ‘With POSCO’ 경영이념이다.
포스코의 ‘기업시민의 길’은 시기적절한 선택이다. 하지만 ‘기업시민의 길’이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지름길이 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첫째, 포스코가 추구하는 기업시민 활동이 포스코가 속해있는 업의 본질을 반영하고 있는지, 포스코의 핵심사업 및 핵심역량과 연계되었는지 여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한다. 기업시민 활동을 평가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ESG 프레임워크를 통해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분야에서 기업경영의 우수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분야의 경우 환경경영이나 오염예방, 사회분야의 경우 노동관행이나 소비자보호, 지배구조분야의 경우 공정운영관행이나 이사회구조 및 다양성 등을 평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즉 퍼 주기식 사회공헌이나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한 활동은 피해야한다.
둘째, 기업시민 활동에 대한 핵심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가 사전적으로 설정되어있어야 한다. 목표달성여부를 판단할 때 기업들이 의존하는 지표가 다양하듯 기업시민 활동과 관련해서도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저출산 대응 노력’과 같은 것이 포스코의 핵심사업 및 핵심역량을 감안했을 때 과연 적합한지 여부,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어떻게 포스코 기업시민 활동의 핵심 성과지표로써 내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 사전적으로 설정된 핵심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기업시민 활동에 대한 사후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하거나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기업시민 활동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전 설정된 핵심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통해 기업시민 활동의 효과, 즉 목표달성 정도를 판단해야한다. 평가대상을 경쟁사로 확대하여 포스코가 실행하는 기업시민 활동이 포스코 경쟁우위의 원천이 되고 있는지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넷째, 객관적으로 평가된 기업시민 활동 결과를 이해관계자와 공유해야한다. 왼손이 하는 기업시민 활동을 오른손도 모르게 해서는 안 된다. 우리 회사의 기업시민 활동 및 그 결과를 이해관계자에게 알려주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때뿐만 아니라 협력업체가 상생의 파트너를 판단할 때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이 바로 해당 기업의 기업시민 활동 및 그 결과이다. 다국적 기업이 협력사를 선정할 때 사용하는 에코바디스(EcoVadis)의 평가결과가 그 예이다. 구매업체와 공급업체가 공급망 성과를 공동으로 평가하는 이 시스템의 평가결과에 따라 업체선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포스코 역시 또 다른 다국적기업의 협력업체가 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평가시스템에 부합할 수 있는 역량을 계속 키워나가고 공유해야 한다.
다섯째,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업시민 관련 활동에 대한 끊임없는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 즉 기업시민 활동을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 ‘전략’이란 목표 달성 수단이다. 포스코가 추구하는 기업시민 활동이 과연 사전에 설정한 목표를 달성했는지, 그 이후에 발생한 기업내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어떻게 무엇을 변화시켜야할지 등을 전사적 관점에서 수립하고 실행해야한다. 즉 특정 가치사슬 활동의 이슈가 아니라 가치사슬 전 과정에 대한 이슈로 파악해야한다.
이렇듯 ‘기업시민의 길‘은 다양한 사회적 활동들을 통해 포스코가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해 전략적으로 가야할 길이다. 하지만 포스코 기업시민 활동 그 자체의 지속가능성 없이는 아무것도 달성할 수 없다. 지속가능성 증진을 위한 전략적 도구로써 기업시민 활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기 위해 “기업시민리서치”의 역할은 클 수밖에 없다.
기업시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 관련지식에 대한 진지한 소통의 결과가 공유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통해, “기업시민리서치”가 포스코 기업시민 활동의 지속가능성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포스코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길 기대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