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기업의 대응

 

 

 

 

들어가며

2022년 4월 초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제6차 종합보고서 중 완화Mitigation와 관련한 제3 실무그룹의 정책당국자를 위한 요약보고서Summary for Policymakers: SPM를 발표하였다. 필자는 약 4년 동안 IPCC 제3 실무그룹에서 기후투자와 금융 관련 챕터의 총괄주저자로 활동을 하였다.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하여 노력한 활동을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약에서 합의한 1.5도 또는 2도 이내로 지구의 온도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수단과 그 효과에 관하여 정책당국자들에게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한국의 주요 산업과 기업들은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왔다. 이번에 발표된 SPM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한국 기업의 대응 방향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후변화 완화부문의 주요 내용

동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서 2019년까지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있으나 빠른시간 내에 전 세계의 온실가스의 획기적인 감축 없이는 국제사회가 약속한 1.5도나 2도 이내로 지구 온도의 상승을 억제하고자 하는 목표 달성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발표하였다. 특히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기후변화 총회에서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만으로는 지구 온도상승을 2도 이내에서 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도 이번 보고서의 중요 메시지 중 하나이다.
[그림 1]에서 보여주듯이 2010년에서 2019년까지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꾸준히 증가하여 2019년 약 59Gt(기가톤)에 이르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 및 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배출의 3분의 2가량인 64%를 차지하고 있으며, 메탄가스의 배출도 많이 증가하여 18%에 이르고 있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5도 이내로 지구의 온도상승을 억제하는 목표를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이 2025년 이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43%가 줄어들어야 하며, 메탄가스도 34%는 줄어야 한다. 2도 이내로 온도상승을 억제하는 경우에는 온실가스 배출 정점은 역시 2025년으로 지금부터 한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27% 정도 줄어들어야만 한다. ([그림 2] 참조) 전 세계적으로 매우 어려운 도전으로 여겨지는 1.5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 금융, 기술 등을 어떻게 잘 조화롭게 개발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는 것이 동 보고서의 주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동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후정책, 비용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기술들은 전 분야에서 고루 발전한다.
지구 온도상승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과 수단들은 탄소톤으로 환산해서 톤당 미국 달러 100달러 이하로 비용이 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서 2030년에 감축해야 하는 잠재량의 절반 이상은 탄소 톤당 20달러 이하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하여 전기차 배터리 등 새로운 기술의 단가가 빠른 기술개발과 시장 확대 등으로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기술의 경우에는 가격이 20년 사이에 80% 정도 감소하였다. 기후 기술의 발전에 따른 비용의 감소는 앞으로 우리가 줄여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각 부문에서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 것인가 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에너지 부문에서는 에너지 시스템의 획기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많이 활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전력화가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 효율의 향상이 필요하다. 아직은 미래 기술로 인식되고 있는 수소나 지속 가능한 바이오 연료 등의 대체 연료의 개발도 에너지 부분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산업 부문은 탄소중립 달성이 가장 어려운 부문으로 인식하고있다. 산업 공정과정에 투입되는 재료의 효율적 사용, 재사용, 재활용 및 폐기물의 최소화와 같은 정책과 활동들이 아직은 좀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이 부문에 초점을 맞춰서 산업계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철강, 건축자재, 화학물질 등 소위 기초 소재에 해당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산업에서 저탄소 및 제로 온실가스 생산 프로세스, 시범 사업에서 상용화까지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저탄소로의 전환이 산업 부문, 특히 기초 소재 생산에서 가까이 와 있다는 평가이다. 생산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밸류체인 전 과정인 생산, 수요 관리, 효율적 운반 등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저탄소의 전력생산, 수소에너지 생산에서의 탄소포집기술 등 감축 수단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과 정책 시행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투자와 금융이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투자 및 금융의 역할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투자는 2019년 2020년 두 해 평균으로 650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분야에 대한 투자는 적지 않은 규모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 규모가 더 많은 상태이고 투자 소요액과 실제 투자 사이에는 아직도 많은 차이가 있다. 2030년도까지 1.5도나 2도 이내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현재 기후금융의 수준보다 3배에서 6배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 분야 쪽에 금융이 흘러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장애 요인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이러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후 관련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은 다양한 위험요소들을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 중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인 위험에 대한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후금융이 자국에 대한 편향적 투자를 하고 있으며 기후 위험Climate risk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차이가 있고, 각국의 제도적 역량의 차이도 존재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기후금융의 방해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규제와 같은 정책 수단은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기후정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다양한 정책 패키지와 경제 전반에 걸친 정책 패키지가 연계되어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정부와 사회 간의 조정과 코디네이션이 필요하다. 기술과 혁신에 관련된 논의는 결국 기후금융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투자는 저탄소 기술 혁신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기후변화 완화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 가져올 잠재적 혜택과 기후정책을 방해하는 제약 요건을 제거하고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는 것이 필
요하다. 일부 정책 수단들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적용이 가능하고, 빠르게 비용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많은 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대부분 개도국에서 저탄소 기술의 적용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최빈국 쪽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대응방향

한국 기업과 산업이 향후 기후변화 문제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국한해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찾는 것은 비용 효과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국내에서 탄소배출 한 톤 줄이기 위한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소위 한계감축비용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여러 노력이 기업의 추가적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 기술의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정부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공공재인 기후변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IPCC 보고서에서 논의된 것처럼 개도국이나 최빈국에서는 기후 기술의 적용이나 개발이 상당히 더디고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이런 국가들과 협력하여 온실가스 감축이나 적응에 필요한 기술을 그 나라에 적용하고 그 결과물을 한국의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메카니즘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이 비용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측면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장점이있다.
다행히 지난 몇 년 사이 한국에서 열풍처럼 불고 있는 ESG 활동이 자발적인 기업의 활동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친화적 활동과 노력, 사회적 기여, 기업 지배구조 등이 기업의 재무적 요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기업의 ESG 활동이 환경문제와 사회문제 해결에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이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하겠다는 자발적인 선언과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주요 기업들도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방향으로 한국 기업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도 기업의 이러한 노력과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민간 중심으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에서 기후정책을 수립하기를 기대한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