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6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본 기후변화에 대한 최신 과학 정보

 

 

 

 

 

아직 열려 있는 기회의 창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시사점을 안겼다. 현재 6차 평가보고서The Sixth Assessment Report: AR6 주기(2016년~2022년)에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2021년 8월 6일은 2주 간 진행된 IPCC AR6 제1실무그룹WGI 보고서 승인 마지막 날이었고, 온라인으로 참여한 보고서 저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돌았다. IPCC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보고서 승인 과정이었으며, 초반에 많은 저자들과 정부 대표단들이 온라인 개최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다. WGI 공동 의장 중 한명인 발레리 마송-델모트Valérie Masson-Delmotte가 망치를 두드리며 보고서 승인을 선언했을 때 저자들의 큰 환호가 스크린 밖으로 생생히 전달되었다. 하지만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대부분의 저자들은 그 순간 가슴 한편에 큰 바위가 누르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WGI 6차보고서 ‘기후변화 2021: 과학적 근거’IPCC, 2021가 전달하는 메세지의 무게 때문이었다. 보고서는 산업화 이후 지구온난화는 이미 1.1℃에 달했으며, 전례 없는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미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20년 이내에 1.5℃ 지구온난화에 도달하게 될 것이며,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큰 규모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한 후 네거티브 배출로 가야함을 보였다. 위기의 지구에 대한 매우 무거운 진단이었으나, 저자들은 또한 긍정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는 것이다.

 

IPCC 6차 평가보고서 주기의 주요 이정표

IPCC는 1988년에 설립된 후 1990년 1차 평가보고서First Assessment Report: FAR를 공개한 이래로 지난 30여년 동안 주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최신 평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IPCC AR6 주기는 2016년에 시작되었고, 이미 세 편의 특별보고서와 세 실무그룹 보고서가 모두 승인되고 공개되었다. 마지막으로 종합보고서가 공개되면(올해 후반부 혹은 2023년 전반부 예상), AR6 주기는 마무리된다(그림 1).
1.5℃ 지구온난화 특별보고서(IPCC, 2018)는 2018년 10월 우리나라 송도에서 승인되면서 AR6의 시작을 알렸다. 이 특별보고서는 1.5℃ 혹은 2℃ 지구온난화 제한을 위한 탄소중립 경로를 처음으로 제시하고, 2℃와 비교해 1.5℃로 제한할 때 상당한 온난화 억제 효과가 있음을 보였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또는 ‘넷 제로 이산화탄소 배출net zero CO2 emission’은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인위적으로 흡수되는 양 사이의 평형을 맞추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탄소중립에 이르러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인위적으로 증가하지 않게 되며, 그 이후 음의 배출로 가야 온도 상승을 안정화시키고 더 나아가 상승 경향을 꺾을 수 있게 된다. 1.5℃ 특별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 인위적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하고, 2050년 경 탄소중립에 도달해야하며, 2℃ 아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최소 20%를 감축하고, 2075년 경 탄소중립에 도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지구온난화를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한 2050년 탄소중립 경로는 2021년 8월에 승인된 WGI 보고서에서 확인되었으며, 1.5℃ 및 2℃ 지구온난화 억제를 위한 잔여탄소수지Remaining Carbon Budget가 갱신되었다. AR6 WGI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뒤에 좀 더 자세히 소개될 것이다. WGI 보고서는 2021년 11월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주요 과학적 근거로 사용되었다. 특히 글라스고 기후협약1은 IPCC AR6 WGI 보고서를 환영한다고 언급하며, 인간 활동이 현재 1.1℃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며,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그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에 경적을 울리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 외 보고서의 핵심 메세지들이 인정되었다.
제2실무그룹WGII 보고서(IPCC, 2022a)는 2022년 3월에 승인되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매우 빠르게 닫히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들이 있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2022년 4월에 승인된 제3실무그룹WGIII 보고서(IPCC, 2022b)는 현재 우리의 배출 경로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 뿐만 아니라 각 국가들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단기 목표 달성에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최근 기후 행동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단기 및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선택지들이 존재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적응을 위한 선택지와 완화를 위한 선택지들은 2030년 17개 유엔지속가능발전목표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WGII와 WGIII 보고서는 2022년 11월에 이집트에서 개최될 COP27에 중요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올해 후반부 혹은 내년 전반부에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합보고서는 2023년 처음으로 개최되는 전 지구 이행 점검Global Stocktake에 주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이다.

 

WGI 보고서의 기후변화에 대한 주요 메시지들

AR6 WGI 보고서에는 65개 국가에서 234명의 주저자들이 선정되어 참여했으며, 약 14,000여편의 출판물들이 평가에 이용되었다. 보고서는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5,0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과학적 평가 결과를 담고 있다. 특히 2014년에 마무리된 IPCC 5차평가보고서 이후 과학적 진보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이 중 중요한 핵심 내용을 정책결정자 및 비 전문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한 것이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ummary for Policymakers: SPM이다. 여기에서는 AR6 WGI SPM2에서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 중 일부를 다섯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산업화 이후 인간활동으로 지구 평균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지난 10년(2011-2020)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1850-1900년 평균 대비 약 1.1도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구 기후 시스템의 많은 부분에서 광범위하게 기후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과거 수천 년 혹은 수십만 년 동안 전례 없던 변화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는 최소 지난 2000년 기간 중 전례 없던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소 지난 2백만 년 중 가장 높으며, 해수면 상승은 최소 지난 3000년 기간 중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다.
둘째, 인간 활동이 현재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또한 인간 활동이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폭염, 폭우, 가뭄 등 극한 기후 현상을 더욱 빈번하고 심각하게 만든다는 데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어1950년 이래 극한 고온의 빈도 및 강도의 증가, 1970년 이래 해양 온난화 및 해양 산성과, 1979년 이래 북극 해빙의 40% 감소 등의 주요 원인이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우리가 선택할 사회경제적 경로에 상관없이 앞으로 20년 이내에 1.5℃ 지구온난화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2). 앞으로 매 1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가중시킬 것이며, 배출량을 줄일 수록 1.5℃ 지구온난화에 도달하는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만약 현재의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줄이지 못한다면 2050년 경 2℃ 지구온난화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활동에 의해 1850년부터 2019년까지 약 2380GtCO2이산화탄소가 배출되었고, 이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 약 280ppm에서 410ppm으로 약 47% 증가하였다. 1.5℃ 지구온난화까지 잔여탄소수지는 약 500GtCO2(평균값)이며, 2℃ 지구온난화까지는 약 1350GtCO2(평균값)로 산정되었다. 즉, 우리가 두 온도 목표까지 추가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량은 매우 제한적이다.
온난화가 추가로 진행될 때 마다 우리가 경험하게 될 기후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전 지구 평균으로 볼 때 산업화 이전에는 10년에 한 번 발생하던 규모의 폭염이 현재 1.1℃ 온난화 상황에서는 3.5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고 있다. 만약 1.5℃와 2℃, 지구온난화에 도달하면 각각 2.4년과 1.8년에 한번 꼴로 발생하게 될 것이며, 4℃ 지구온난화에서는 매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온실가스 배출은 지금부터 즉각적으로, 신속하며, 대규모로 감축하지 않는 한, 지구온난화를 1.5℃혹은 2℃ 아래로 제한하는 목표들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 아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큰 규모로 줄이고,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한 후 네거티브 배출로 가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특히 메탄 배출 감축은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의 질도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한다면 일부 기후 변화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일부는 멈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양 온도, 빙상 녹음,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시스템 변화 중 일부는 이미 돌이킬 수가 없다. 2050년 탄소중립 경로로 간다고 해도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앞으로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의 현재 선택이 미래 기후를 결정

우리는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가파른 경제발전의 큰 수혜자이면서, 그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다. 더불어 미래 후속 세대에 과중 될 기후위기의 가해자이기도 하다. 즉, 앞으로 현 세대와 후속 세대가 경험할 기후는 현재 우리의 결정에 달렸으며, AR6 WGI 보고서는 이를 명확하게 보이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경로로 가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그 이전해와 비교해 약 5~7% 정도 탄소배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 2020년의 경우 우리가 의도치 않았으나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사회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그에 따라 2020년 배출량은 2019년 배출량에 비해 약 5.2% 감소되었다(그림 3). 하지만 그와 같은 배출 감소는 이전 글로벌 경제위기때 나타난 단기 하강처럼 바로 반등하였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21년도 배출량은 2020년과 비교해 6% 증가해 1970년 이래 가장 큰 연배출량을 나타냈다. 최근 대부분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전향하면서 경제발전에 대한 고조감이 더욱 커지고 있고, 2022년에도 배출량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인간활동에 의한 기후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며,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대응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회의 창은 아직 열려 있으나 IPCC 7차평가보고서는 그 기회의 창이 닫혔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우리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