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패션, 책임있는 소비와 생산으로 만들어 가다
패스트 패션이 남긴 탄소발자국들 👣
– 매년 9,200만 톤의 섬유 폐기물 발생
–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폐수의 20% 차지
– 면화 1kg을 생산하는데 2만 리터의 물 필요
1987년 미국 예술가이자 사진작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I shop, therefore I am(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제목의 사진작품을 세상에 소개하며 현대사회에서의 소비개념을 예술적으로 확장했다. 오늘날 인류는 ‘Homo Consumus(소비하는 인간)’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매일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다. 소비는 우리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중 많은 부분을 일조하는 것이 바로 ‘패션 산업’이다. 패션 사업은 그 어떤 분야보다 유행이 민감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트랜드에 맞추어 2000년대 후반부터 값싸고 대량으로 의류가 생산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 Barbara Kruger(바바라 크루거)가 1987년 제작한 작품이다 – I shop therefore I am(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패스트 패션은 패션 산업의 성장에 많은 기여해왔으나, 패션 산업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만드는 데에도 일조했다. 즉, 빠른 속도로 생산되는 만큼 빠르게 소비되어 의류의 80%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1) 매년 생산되는 1,000억 벌의 의류 중 9,200만 톤이 매립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패스트 패션 폐기물의 수는 10년 말까지 연간 1억 3,400만 톤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2)
또한, 패션 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해운 및 항공분야의 탄소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그리고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약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쉽게 말해 한 사람이 900일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보면 된다.3)
Changing Markets Found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패스트 패션 제품 중 생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재생불가능한 화석연료로 만든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가 사용되는데, 이러한 섬유가 완전히 분해되는데 약 200년이 걸리며 이는 타이어나 플라스틱 폐기물만큼이나 환경에 해롭다고 한다.4)
이제는 책임있는 소비가 필요할 때
과거에는 브랜드와 가격이 소비의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잘 맞고 품질도 만족스러워야 지갑을 여는 시대가 되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는 불매운동이라는 ‘혼쭐’을, 착한기업에는 ‘돈쭐’을 내는 ‘Meaning Out(가치소비)’5)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등장하였다. 오늘날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심리적 만족감까지 충족시켜야 하는 것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한편, MZ세대6) 이후 새로운 트렌드 리더로 ‘잘파(Zalpha)세대’7)가 주목받고 있다. 매클린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잘파세대가 전세계 생산가능인구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앞으로 이들이 소비와 생산을 이끄는 주력 세대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자료: 매클린들연구소
세대를 일반화할 수 없지만, 세대별로 보이는 소비패턴을 분석해보면, X세대(1970~1979년)는 주로 브랜드를 선호하고, MZ세대의 경우 무엇을 소유하냐도 중요하지만 경험도 중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잘파세대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커스텀 상품과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한다.
또한, 패션 사업이 우리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자, 잘파 세대 사이에서 패스트 패션 대신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0년간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는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가 대세였다면, 2020년대부터 알뜰하고 실용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YONO(You Only Need One, 필요한 것은 하나뿐)가 주목받고 있다. 요노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시대의 잘파세대의 달라진 소비형태를 상징하는 용어인 것이다.
잘파세대는 지금까지 인류가 생산한 의류를 가지고도 살아도 충분히 멋있게 입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새 옷을 살 경우 경제와 환경적으로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중고샵에서 옷을 구매하는 빈티지 패션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세컨드 핸드샵에서 산 옷으로 코디하는 틱톡커들도 요즘 인기이다.
이처럼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지속가능성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에 따라 패션 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량, 오염수 등을 고려했을 때 패스트패션은 더 이상 패셔너블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트렌드에 뒤쳐진 것으로 여긴다.8) 그렇다면 패스트 패션 산업은 어떻게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패션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소비 패턴의 변화UN(United Nations, 국제연합)에서는 패션 산업에서 파생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Act Now for Zero-Waste Fashion’ 챌린지를 시작했다. 이 챌린지는 Act Now Climate Campaign의 일환으로, 소비 패턴을 조정하여 개인의 행동 변화를 교육하고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인 수준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환경에 덜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선택함으로써 습관과 일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9)
▲ 유엔은 패션 선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행동 변화를 촉진한다는 목표로 2019년 8월 6일에 #ActNow 패션 챌린지를 시작했다.
2023년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유엔환경계획)에서는 패션 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보다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우선 순위로 소비자가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패스트 패션 소비를 줄이는 등의 소비 패턴 변화뿐만 아니라, 공유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그리고 환경 및 사회적 관행 개선을 꼽았다.10)
과거에는 옷을 고를 때 의식적으로 내린 유일한 결정은 옷차림에 대한 것이었지, 면 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지, 청바지 한 벌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은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옷을 중고로 구매하거나 옷을 빌려 입기도 한다.
특히, 순환경제의 일환으로 중고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패션 리세일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패션 기업들은 자원 순환을 중심으로 한 제품 라인을 출시하거나, 제품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접근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제품을 수거해 재가공하거나, 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의류를 제작하기도 한다. 소비자들도 이에 발맞추어 중고 의류 매장을 이용하거나, 옷 갈아입기 같은 소비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11)
또한, 옷을 직접 만들거나 수선하는 것도 패션 발자국을 줄이는데 기여한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버려지는 의류가 약 70만 톤에 달하자 2025년부터 패스트패션 브랜드 제품당 5유로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새 옷 소비를 줄이기 위한 ‘수선 보너스 제도’를 도입하여 제품이나 종류에 따라 6~25유로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시행한 6개월 동안 약 25만 건의 지원금을 제공했으며, 한화로 환산하면 약 34억 원 정도의 예산이 집행되었다고 한다.12)
한편, 옷을 재활용(Recycling)하거나 새활용(Upcycling)13)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방법은 버리지 않고 끝까지 재사용(Reuse)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결국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는 더 이상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거나, 이미 가진 것들을 오래 사용함으로써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 지속가능패션을 향한 문화 형성
|
지구를 지키기 위한 패션업계의 약속탄소중립을 향한 전지구적인 움직임이 가속화됨에 따라, 패션업계에 대한 기후위기 책임론과 지속가능성을 향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패션업계에서는 탄소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18년, 케링(구찌,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 등을 보유),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와 같은 명품브랜드를 포함해 자라, 아디다스, H&M 등 130여 개의 패션 및 섬유회사들이 2018년 UNCC(United Nations Climate Change, 유엔기후변화협의회)가 작성한 ‘기후행동을 위한 패션산업헌장(Fashion Industry Charter for Climate Action)’에 서명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에 전념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패션업계는 기후변화 완화, 생물 다양성 복원, 해양 보호를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파편화된 패션 산업이 함께 대응해야 환경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바꿀 수 있다고 보았다. 이에, 2019년 G7 정상회담에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의 요청으로 ‘패션 팩트(The Fashion Pact)’가 발의되었다. 이 협약에는 샤넬, 버버리, 아르마니, 나이키, 갭 등 17개국, 160개 이상의 브랜드가 가입하여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코오롱 FnC가 최초로 가입했다.14)
패션 팩트는 패션 산업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주요 원자재 25%를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재료로 전환하고, 기업 간 거래 시 불필요한 포장 플라스틱을 제거하며, 플라스틱 포장 50% 이상을 100% 재활용 소재로 사용하는 등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모든 회원사에 적용되는 강제사항은 아니며 회원사들이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세부 프로젝트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회원사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지속가능 소재 및 포장재 사용량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매년 관련 자료를 보고해야 한다.15)
새로운 패션트랜드로 부상한 ‘컨셔스 패션’패션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원사를 개발하거나 폐의류를 재활용한 업사이클 패션 라인을 확대하고 등 친환경적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패스트패션 브랜드인 H&M은 2010년에 거대 패션기업으로서 최초로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의류 라인을 런칭했다. 이처럼 오늘날 기업의 탄소중립이 강조되자 소재부터 제조공정 전반에 걸쳐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의류를 선호하는 트랜드인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 패션업계의 주요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게 되었다.
또한, 패션업계는 모피를 비롯한 동물성 소재의 사용을 금지하는 ‘비건(Vegan) 패션’, 제3세계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무역 패션(Fair Trade)’, 그리고 버려지는 물건 및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업사이클’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ESG 경영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16)
🥼 국내외 패션 기업의 업사이클 사례
|
지속가능한 패션 기업 Case Study1) 파타고니아(Patagonia) |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2011년 파타고니아는 옷들이 많이 소비되는 블랙프라이데이에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 파타고니아에서 제작한 옷을 사지 말라고 하는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이 문구를 통해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을 느꼈고, 파타고니아의 매출이 약 40% 급성장했다. 2013년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새것보다 더 나은(Better then new)” 캠페인을 진행하며 소비자가 입었던 파타고니아의 옷을 입고와야 입장이 가능한 worn-wear party를 진행했다. 또한, 2016년에는 “옷을 사라”는 캠페인을 통해 당일 매출의 100%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100% for the Planet”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파타고니아 고객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파타고니아는 2011.11.25(금) 뉴욕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 말하는 광고를 실어 소비 중심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해 전 제품을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고, 버려진 페트병을 100% 재활용한 옷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보호를 위해 ‘Earth Tax’’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다.17) 이처럼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마케팅만을 위해 친환경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옳은 일을 하면서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ESG경영 전략을 통해 파타고니아는 환경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2) 코오롱FnC
국내에서도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순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오롱FnC는 의류 재고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하나의 소재로 옷 만들기, 수선 및 리디자인, 그리고 중고거래 활성화를 통한 상품 사용주기 연장 등 다양한 지속가능한 방법을 제시하며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 코오롱 FnC 지속가능 패션 사례
1️⃣ 단일 소재로 옷 만들기 |
|
2️⃣ 수선 및 리디자인 |
|
3️⃣ 중고거래 활성화 |
|
▫️ 참고자료
1) 삼정KPMG 경제연구원(2022), ESG시대, 유통·소비재 기업의 미래 전략, Samjong Insight Vol.80.
2) Mckinsey(2023.12.07.), What is fast fashion?
3) UNEP(2023.06.28.), UNEP and UN Climate Change provide fashion communicators with practical guide to contribute to sustainable change.
4) Changingmarkets(2024.11.17.), Faster fashion: growing use of polluting textiles revealed.
5) 미닝(meaning) + 커밋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단어 그대로 가치 있는 소비를 하는 행위
6) 밀레니얼(1980~1990년대 중반)세대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를 합친 말
7)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와 알파(2010년 이후)세대를 합친 말
8) 서영광(2024.04.08.), ‘젠지(Gen-Z)’부턴 달라…국내 패션 종착지도 결국 ‘지속가능성’인 이유, 녹색경제신문.
9) ActNow for Zero-Waste Fashion
10) UN(2019.08.15), What is fast fashion, and why is it so controversial? ; Amaya McDonald and Taylor Nicioli(2023.11.24.), What is fast fashion, and why is it so controversial?, CNN.
11) 삼정KPMG 경제연구원(2022), ESG시대, 유통·소비재 기업의 미래 전략, Samjong Insight Vol.80.
12) 장은미(2024.11.05.), 옷장을 열었더니 탄소가 쏟아져 나왔다, 뉴스민.
13)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버려진 제품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활동을 의미
14) The FashionPpact Website
15) 유지연(2024.11.06.), ‘환경에 진심’…코오롱 FnC, 국내 기업 최초로 ‘패션팩트’ 가입, 중앙일보.
16) 삼정KPMG 경제연구원(2022), ESG시대, 유통·소비재 기업의 미래 전략, Samjong Insight Vol.80.
17) 삼정KPMG 경제연구원(2022), ESG시대, 유통·소비재 기업의 미래 전략, Samjong Insight Vol.80.
▫️ 출처 : 포스텍 지속가능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