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ESG 트렌드] ② 일본편
– 소니 (SONY) 사례 중심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와 지속가능경영은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5개 아시아 국가의 ESG 트랜드와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포스텍의 지속가능경영과 ESG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직접 작성하는 이번 기사에서는 각국의 독특한 ESG 접근 방식과 성공 사례를 조명하여,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ESG 동향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
✒️ 송근석 대학생 에디터 | 포스텍 화학공학과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수장 래리 핑크 (Larry Fink)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를 투자의 새로운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i]. 사회 발전과 더불어 환경, 인권 문제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현시대에서 더 이상 기업의 가치가 재무제표와 같은 정량적 요소로만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떠오르고 있다. ESG란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기업의 성과 지표를 말한다. 현 사회의 흐름 속에서 ESG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에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ii]. 기업뿐만이 아닌,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ESG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제품을 선택할 때 가격만이 아닌 ESG 요소를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의 소니(Sony)는 전 세계에서 ESG 경영을 가장 선도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소니는 독자적인 ESG 전략에 다각적인 노력을 더 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실천하고 있으며, ESG 전 부문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며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소니의 ESG 경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왜 소니가 세계적인 ESG 우수 기업인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부터 ESG 관련 이니셔티브가 빠르게 진행된 편이다. 2014년 8월,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 혁명을 이끌었다고 불리는 “이토 리포트” 통해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 성장 및 가치 창출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지침에 대해 발표했다. 리포트의 핵심은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기업의 장기적인 가치 창조로 연결된다는 점인데, 특히 이에 따라 기업 투자자들의 ESG 반영 책임 투자가 권고되었다. 이토 리포트 이후, 일본 내 굵직한 금융 기관으로부터 몇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우선, 일본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펀드(GPIF)는 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했으며, ‘모든 투자의사 결정에 ESG 요소를 고려한다’는 “책임투자원칙(PRI)”에도 서명하며 지속 가능한 금융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슷한 형태로,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존 “기업지배구조 코드 (Corporate Governance Code)”를 제정해 주주 권리 보장, 기업 정보 공개 등을 의무화하고, 높은 수준의 거버넌스 개선을 기업에 요구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거버넌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하며, 일본 기업의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한 행보를 보였다[ⅲ]. 이토 리포트가 시발점이 되어, 일본 내 ESG 열풍이 시작된 것이다.
▲ 자료 출처: SX판 이토리포트 3.0,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일본 정부는 이토 리포트 이외에도 다양한 ESG 정책을 도모하기도 했다. 2020년 “녹색성장전략 (Green Growth Strategy)”를 발표하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다양한 친환경 정책 지원을 약속했으며, 2024년에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 세계 최초 기후 전환 채권 (약 7조 원)을 발행하기도 했다[ⅳ]. 거버넌스 측면만이 아닌,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내 ESG 열풍은 일본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깨운 것이 ESG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지난 10년간, 기업의 ESG 개선과 이에 따른 지속적인 자금 유입으로 선순환하는 경제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기업은 ESG 경영을 통해 거버넌스 혁신 및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발굴을 이뤄냈으며, 투자자들 역시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
일본 사회 이슈 및 문제점일본 사회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사회 문제는 고령화와 여성 인권 문제이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국가로, 현재 65세 이상 비율이 30%를 넘어선 상태이다[ⅴ]. 이 문제는 일본 내 노동력 감소와 사회 복지 비용 증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일본 내 여성 인권 문제 역시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성차별 의식이 강한 편이다. 일본 상위 1,600개 기업 중 여성 최고경영자는 13명에 불과하고[ⅵ], 주요 7개국(G7) 가운데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이기도 하다. 사회 문제와 더불어 일본은 온실가스 배출, 해양오염 등의 환경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에너지 비중이 줄어든 일본은 현재 화석 연료 의존 비율이 높다. 특히, 철강,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 및 중공업 기반 산업이 발달한 국가 구조로 인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히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해양 오염 역시 심각한데, 특히 해양 생태계 내 플라스틱 쓰레기가 큰 문제로 평가받는 중이다. 섬나라로서 해양 환경이 중요한 만큼, 현재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 여러 정책과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다.
▲ (왼)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에 따르면 일본은 남녀평등 순위 전체 146개국 중 118등 기록 ⓒ WEF_GGGR_2024
(오) 출처: 일본의 고령화사회와 금융서비스 사례, 자본시장포커스
소니(SONY)의 ESG경영소니(Sony)는 1946년 도쿄에서 설립된 글로벌 전자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현재 일본 내 시가총액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소니는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기업으로 꼽히는데, 2020년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지속가능경영 100대 기업” 중 기업 1위를 차지했고, 2023년 MSCI(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이 발표한 일본 내 ESG 기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러 분석에 따르면, 소니는 ESG를 비즈니스의 중심에 위치시키는 전략에 독자적인 ESG 활동을 더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뤄내고 있다. 대표적인 소니의 ESG 경영 방식을 각 E, S, G 부문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E: Road to Zero
소니는 2050년까지 환경 발자국을 Zero로 만들기 위한 장기플랜을 목표로 2010년부터 “Road to Zero”라는 자체 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4가지 환경 측면(기후변화, 자원보전, 화학물질, 생물 다양성)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제품의 전 생산 과정에 친환경적 요소를 가미해 환경 오염 영향을 최소화로 만드는 전략이다. 현재, 2050년 목표를 위한 중기 계획으로 “Green Management 2025”를 설정해 진행 중이며, 대표적인 내용으로 ‘제품 1대 당 플라스틱 10% 줄이기’, ‘제품 1대당 연간 소비 전력량 5% 삭감하기’, ’전력의 35%이상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등이 있다.
Road to Zero를 기반으로 소니는 일본 내 환경 이슈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9년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대두되자 이에 관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대책 운동으로 시작한 “One Blue Ocean Project”가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소니 임직원은 1) 제품 내 플라스틱 줄이기 2)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금지 3)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청소를 약속했으며, 플라스틱 사용 방안을 널리 알리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를 통해 소니는 바다 내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건강한 해양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으며, 이것이 더 나아가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종이 재료 개발로 이어지기도 했다.
▲ 소니의 One Blue Ocean Project (사진제공=SONY)
2️⃣ S: 사회적 차별 문제 해소 및 미래 인재 양성
소니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사회적 약자 보호와 더불어 기업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그 중, 소니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Equity & Inclusion)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여성, 성소수자, 혹은 장애인들이 차별 대우를 받지 않고 배려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ⅶ]. 한 예로, 소니는 직원들의 가정과 일의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녀 구분 없이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재택근무를 완전히 허용하고, 이와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해 일본 내 가부장적 인식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나아가, 동성 파트너 역시 배우자에 포함시켜 동등한 혜택을 적용하는 등 일본의 보수적인 문화와 대조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니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Creative Space Project”를 통해 예술적 소양을 갖춘 청소년을 양성하고, “CurioStep with Sony”라는 자사 교육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 호기심을 기를 수 있게 돕고 있다. 또한, “KANDO Experience Program”을 통해 일본 내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고령화가 심해지는 일본 사회에서 소니는 잠재적 미래 인재를 기르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 G: 투명한 기업, 소니
소니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해 왔다. 소니는 매년 재무와 비재무 정보를 통합한 보고서(sustainability report)를 공개하는데, 누구나 기업의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소니의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소니는 정치에서 흔히 보이는 삼권 분립 형태의 독립적인 이사회 (지명 위원회, 감사 위원회, 보상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때, 모든 위원회의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맡고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의사를 결정한다. 소니는 사업 부문마다 ESG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며, 이를 통해 기업 내에서 ESG를 장려하는 분위기를 확립하고 있다.
시사점 및 결론소니는 Road to Zero,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 투명성을 강조한 경영 구조 등 체계적인 ESG를 바탕으로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 경영을 잘하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닷컴버블로 인해 한때 폭락했던 소니의 주가지수 (닛케이 지수)가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상승 원인이 소니의 지속가능한 경영으로부터 나왔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 소니의 닛케이 주가지수 변화 ⓒ 야후 금융
소니의 사례는 한국 기업들과 정부에게도 큰 시사점을 남긴다. 특히, 소니의 ESG 성공 사례는 일본 정부와 기업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본 사례를 잘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다양한 ESG 정책을 시행해 기업들이 지속 가능 경영할 수 있는 환경과 정책을 제공해야 하며,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한 경영 방침을 세워 어떻게 장기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소니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세계적인 지속 가능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참고자료
[i] “Blackrock 2020 Client Letter: Sustainability.” BlackRock, www.blackrock.com/corporate/investor-relations/2020-blackrock-client-letter. Accessed 31 Oct. 2024.
[ii]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준비, Click ESG.” ESG란 무엇인가 | ESG Overview, www.clickesg.co.kr/ui/overview/descriptionEsg.html. Accessed 31 Oct. 2024.
[ⅲ]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깨운 ESG.” 한국경제, 6 Sept. 2023, www.hankyung.com/article/202308245908i. Accessed 31 Oct. 2024.
[ⅳ] “[주간 해외 ESG] 일본, 최초의 기후전환국채 발행.” ESG경제, 19 Feb. 2024, 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5856. Accessed 31 Oct. 2024.
[ⅴ] “日 노인비율 30% 육박, 사상최대치…돌봄인력 부족 비상.” 아시아경제, 18 Sept. 2023, www.asiae.co.kr/article/2023091809465867448. Accessed 31 Oct. 2024.
[ⅵ] “일본 상위 1600개 기업 중 여성 CEO는 13명… 0.8% 불과.” 국민일보, 18 Sept. 2024, 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0535715. Accessed 31 Oct. 2024.
[ⅶ] “Diversity, Equity & Inclusion.” Sony Group Portal, www.sony.com/en/SonyInfo/diversity/. Accessed 31 Oc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