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배터리와 미래소재, 이차전지 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이차전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차전지는 반복 충전이 가능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수명, 충전 용이성, 비용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지만,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면에서는 지속적인 개선이 요구됩니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전고체전지’가 차세대 ‘꿈의 배터리’로 부상하였는데요. 차세대배터리의 현황과 시장의 미래 전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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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와 산업 주요 동향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1]과 화재에 따른 포비아(phobia)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성장을 구가하던 이차전지 산업 전반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어차피 언젠가 겪어야 할 성장통이며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하지만 캐즘의 시기를 양적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축적의 시간’으로 삼는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양적 성장이 ‘체격’이라면 질적 성장은 ‘체력과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다. 질적 성장을 위한 요건은 원천기술 확보, 양산 공정의 혁신, 차별화된 제품 출시 등 여러 요인이 있으나, 기본은 탄탄한 공급망을 갖추는 것이다. 전기차 캐즘은 이차전지 업계가 지속가능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있어 유의미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에서 중국의 경쟁력과 영향력은 이미 압도적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국가로 올라선 시점은 지난 2016년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내수시장의 배타적인 보조금 지급 정책을 통해 자국 이차전지 밸류체인 기업들을 육성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적어도 전기차-이차전지-소재-핵심 광물에 있어서는 중국 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RVC(Regional Value Chain)을 구축하고 선점효과를 누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와 양극재

미국과 유럽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이미 원료-소재에 있어서는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으며, 전기차와 이차전지 시장이 커질수록 중국에 대한 의존 심화는 불가피하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을 비롯한 해외의 전기차, 이차전지 제조기업들을 유치하거나 자국 기업들을 육성하더라도 소재와 원료를 특정국이나 특정 기업에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언젠가는 문제가 된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수없이 반복되고 증명되어 왔다. 미-중 간 패권 다툼, 각국의 관세 장벽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되고 WTO 체제가 무력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은데, 이차전지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차전지 공급망에서 GVC(Global Value Chain)는 이미 위기를 맞고 있으며, TVC(Trusted Value Chain)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차전지에서 원료-소재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비단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원료-소재의 적절한 조합에 기술이 더해져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할 수 있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도 있다. 삼원계(NCM/NCA) 양극재가 상용화되었을 때 그랬고 리튬인산철(LFP)도 영향력을 확대하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원료와 소재가 이차전지의 차별화 경쟁력 확보, 나아가 혁신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중국 공급망과 완전히 단절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국내 기업들만으로도 밸류체인 강건화가 가능하도록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겠다.

▲ 양극재 원료 및 제품(왼쪽부터 코발트, 양극재, 리튬, 니켈)

리튬이온전지와 전고체전지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배터리 시장 선점을 통한 공급망 재구축의 기회도 놓치지 말아야 하겠다. 전고체전지 등 차세대배터리는 안전성, 에너지밀도 등에서 장점이 크지만, 원료-소재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특징도 있다. 전고체전지의 가장 큰 변화는 액체 상태인 전해액이 고체전해질로 바뀌면서 전해액과 분리막의 역할을 고체전해질이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두 가지 소재에 영향을 주는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나아가 전고체전지는 음극재의 변화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 리튬이온- 전고체 전지의 구조비교

구분 특성
폭발 / 화재 위험 최소화
  • 가연성 유기 용매 불필요 (불연성 무기소재 사용)
  • 냉각 및 Thermal Propagation 소재 비용 절감 
  • 배터리팩 냉각장치  축소 가능 (팩 공간의 30% 및 비용의 10~20% 차지)
高 에너지밀도 구현 용이
  • 에너지밀도 높은 리튬메탈 사용 可
  • 안정성 높아 고전압 양극재 사용 可
  • Biploar 배터리셀 적용 可 (에너지밀도 향상 및 공정 간소화)

▲ 전고체전지 특징

▲ 리튬이온전지(모노폴라)와 바이폴라 전지 구조 비교

음극재의 변화

전고체전지에 쓰이는 고체전해질은 유기계와 무기계, 그리고 이 둘이 혼합된 하이브리드로 나뉜다. 유기계로는 고분자(Polymer, 폴리머) 전해질이 있으며 무기계로는 황화물계, 산화물계 전해질이 있다. 이 중 전기차용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으며 많은 기업이 관심을 두는 게 바로 ‘황화물계’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전극과 전해질 간의 ‘계면’[2]을 넓게 형성하여 리튬 이온 전도도가 높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더욱 완벽한 전고체전지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양극은 현재 ‘삼원계 양극재’[3]가 활발하게 사용 중이다.

음극의 경우 기존에 가장 많이 쓰이던 흑연계에서 실리콘계를 거쳐 리튬메탈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음극 소재로 사용 가능한 물질들의 이론적인 에너지밀도를 살펴보면 현재 사용 중인 흑연계보다 실리콘과 리튬의 에너지밀도가 10배 가까이 높다. 하지만 반복적인 충 · 방전 시 발생하는 부피 팽창으로 인한 안정성의 문제로 인해 실리콘과 리튬은 음극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체전해질로의 변화는 안전성 문제로 도전하기 어려웠던 음극재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리튬이온전지에서 폭발/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불연성 소재와 열폭주 방지를 위한 냉각장치를 대폭 줄이면서 무게와 비용을 줄이고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전고체전지의 전망과 과제

한편, 전고체전지는 현재 리튬이온전지의 상용화 공정에서 일부 변화가 필요하고 WIP(Warm Isostatic Press)와 같은 어려운 공정이 있어 양산 안정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많은 선도기업들이 2027년~28년을 전고체전지의 상용화 원년으로 삼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우리는 시장 선도 기업이 누리는 프리미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이처럼 차세대배터리에서는 원료와 소재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차세대배터리 상용화의 첫 단추는 소재에서 비롯된다. 또한 캐즘으로 어려움에 빠진 국내 이차전지 업계가 차세대배터리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맞이하고 나아가 포스트 캐즘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겠다. 모쪼록 캐즘을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축적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하겠으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잘 활용해야 하겠다.

▫️ 참고자료

[1]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에게 대중화되기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2] 서로 다른 물질 또는 물리적 상태의 물질이 차지하는 두 공간 영역 사이의 경계

[3] 양극재로 주로 쓰이는 리튬코발트산화물(LCO)을 기본으로 다른 원소가 더해져 총 3가지 원소가 들어가는 양극재. 니켈-코발트-망간(NCM)과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으로 나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