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포돌니 교수와 이무원 교수의 대담
* 본 내용은 2023년 8월, <제25회 한국경영학회 융합학술대회>에서 진행된 조엘 포돌니 前 학장과 이무원 교수와의 ‘질의응답 및 대담’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변혁적 교육의 과제
이무원
제가 묻고 싶은 첫 번째 질문은 대학들이 변혁적 교육(transformational education) 규모를 확장하는 데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학장님께서 제안하신 잠정적인 해결책은 새로운 교수법, 새로운 커리큘럼, 그리고 교수진의 승진 및 보상 기준 등을 포함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교육 모델을 필요로 하는데요.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도전적인 추세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엘 포돌니
우선,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면서 받게 될 교수진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이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을 지원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교수진들이 자신이 진행해오던 학과 과정의 강의를 포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분야(multidisciplinary)에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제가 애플 유니버시티의 학장이었을 때, 중점적으로 신경 썼던 부분은 교수진이 어떻게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그 고민은 단순히 제가 교수진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넘어서 교수진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러닝 아티팩트(learning artifacts, 학습 결과물)를 예로 들자면 교수진이 새롭게 교육할 수 있게, 그리고 교육하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도구는 무엇인지까지도 고려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런 부분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대부분 변화를 주도하면서 결과에만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 그 과정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주의해야 할 부분들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 방해 요소들이 존재하니까요. 그래도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여정이 흥미롭고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느낀다면, 사람들이 그 속에 뛰어들 것이라는 점입니다.
대학의 정체성 문제
이무원
제가 그런 질문을 드린 이유는 대학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교육 변화를 통해 대학이 생태계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대학이 본연의 임무에 대한 책임과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혁적 교육의 확산이 해당 문제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엘 포돌니
교수님께서 지적하신 문제는 제가 애플 유니버시티에 재직할 때 항상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기업이 세운 대학은 거리두기 문제가 있습니다. 애플의 CEO인 팀 쿡(Tim Cook)과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대학이 아이디어, 심지어 경영진에서 나온 아이디어와도 씨름하고 도전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자신의 걱정거리와 우려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쿡은 “대학은 기자가 신문에 대해 느끼는 것처럼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즉, 기자가 신문을 사랑하고, 성공하기를 원하며,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경영진이 이익을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기사를 쓰라고 지시한다면, 그것은 신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들이 더 효율적으로 규모를 확장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대학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균형을 유지하기 쉬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비용 부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변혁적 교육 확대를 위한 파트너십 방향
이무원
대학이 변혁적 교육을 확대함으로써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학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생태계 내에 있는 다른 활동 주체들, 특히 기업과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맺는 것도 매우 중요해 보이는데요. 이러한 관계들이 이루어지기 위한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아니면 좋은 예시들이 있는지요?
조엘 포돌니
저는 러닝 아티팩트에 집중한 다음, 호기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1984년에 나온 ‘매킨토시(Macintosh)’ 광고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가 답을 얻을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애플의 디자이너들을 찾아가 “왜 절대 움직일 수 없는 컴퓨터 위에 손을 올려놨나요?”라고 말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당신이 이것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이것은 기능적인 면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감성적인 면을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저는 아티팩트를 찾는 접근방식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통해 대학, 기업, 정부 간의 연계가 형성된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제품이든, 스토리이든, 일종의 도식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들은 수많은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확립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그것이 더 쉽게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제 생각에는 그것이 더 나은 파트너십으로 이어진다고 봅니다.
온라인과 대면 커뮤니케이션, 혁신적 성과 간 관계
이무원
온라인 대 대면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사람들의 혁신적인 성과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웹사이트에 게시된 최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는 지극히 일상화된 업무 성과는 향상시키지만, 상상력과 창조적 능력을 요구하는 일의 성과는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엘 포돌니
창의성에는 우연이나 행운이 큰 역할을 합니다. 줌(zoom) 미팅이나 원격 학습의 단점은 우리가 실제로 만날 기회가 줄어, 우연한 만남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발상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읽으면서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부분에 코멘트를 남길 수 있는 것과 원격으로 토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저는 원격회의 소프트웨어보다 더 창의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변혁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콘텐츠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대면-원격’, ‘실시간-비실시간’, ‘집단-개인’ 학습 경험의 구분을 뛰어넘는 제품과 플랫폼을 설계하고 구축하기 위한 교육기술이 필요합니다. 모든 학습 방식은 혁신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인과 사회 전체를 위한 교육에 대한 수익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