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과 벤처플랫폼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방안
1990년 경기지역 신도시 개발 개발 이후 서울 도심 팽창, 수도권 지역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었고, 그 결과 취업, 편의 조건, 면학 조건 등으로 대학의 인서울 선호 현상이 심화되었다.
인력난과 지역소멸
인서울 대학 졸업생들이 수도권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을 선호하다 보니 기업의 핵심인력인 전략 및 R&D 등 고급 인력을 지방에서는 구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포스코의 경우에도 포항에 근무하는 500명의 박사 연구원이 있지만, 현재 신입 연구원 지원자의 70%가 인근 지역의 대학 졸업생이고, 2023년 현재 일반 신입사원 28명 중 소위 SKY 대학 출신이 1명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지방에 내려온 인서울 출신 직원들도 결혼과 관련되어 수도권 재취업 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경쟁사의 리쿠르트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의 카이스트도 학부생은 매우 우수하지만 대학원생을 못 뽑는 기계공학과 교수가 1/3에 달한다.
이렇게 지역의 인력난으로 회사의 생존과 다른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본사와 연구소를 수도권 지역으로 특히, 청년들이 선호하는 강남, 판교 등으로 이전하여 전략 및 R&D 등 우수 인력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SK도 대전에서 부천으로 연구소를 이전했으며, 현대중공업도 판교에 중앙연구소를 이전하였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지방은 생산기지로 전락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에 거주해야 지역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발전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데, 인력난으로 인해 미래의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중국은 공무원들이 지방에서 시작하여 지방을 충분히 경험하고 중앙에 진출해 중국 전체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 지방의 사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 위기와 마음의 파편화
이러한 이유로 지역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경상북도는 인구가 최대 330만 명에서 260만 명으로 70만 명이 줄었고, 4개 군은 인구가 3만 명 이하로 소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구미전자공단은 평택으로 파주로 전자회사들이 인력을 찾아 떠나가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하였다.
이렇다 보니 소지역 이기주의로 마음이 파편화되고 있다. 과거 포항시는 포항제철소를 성공시켜 울산, 여수, 창원, 구미에 양질의 값싼 철을 제공하여 공단들을 지원하였고, 대한민국 전국의 인프라를 지원하였다. 포항 시민들은 우리나라 전체의 근대화에 포항의 역할이 컸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고 포항 시민들의 마음에는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하는 애국심이 있었다. 하지만 50만 인구가 무너지고, 구가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니 경주, 구미, 광양 등 다른 지역과 협력을 할 마음보다는 포항 내부를 지향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광양, 순천, 여수도 소지역주의가 있고 관악구와 강남구도 서울대 출신 벤처 유치에 경쟁과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마음이 작아지고 파편화되는 것의 가장 큰 폐해는 폐쇄성이다. 교류가 없는 폐쇄된 지역은 새로운 문물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늘 도태된다. 포항에서 창업된 기업이 성장하여 수도권으로 가는 것을 비난하면, 창업 시작 때부터 수도권에 자리를 잡게 된다. 포항만을 생각하는 마음이 경상북도와 대한민국 전체로는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 대한민국 전체에서와 경북도 전체에서 포항의 역할을 고민할 수 있도록 마음을 넓혀야 다른 지역과 협력이 가능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포스코는 포항에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광양, 서울, 송도, 구미, 세종, 해외 80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때문에 포스코 그룹 전체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계획 하에 포항의 역할을 생각하는데 파편화된 마음은 갈등을 유발하여 전체의 발전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포항의 예
인서울 바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든 것과 같이 지역소멸의 위기극복도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인내로 마음을 모아야 한다. 지역소멸 극복에 대한 희망적인 예시로 포항의 사례를 설명하고자한다.
포스코에서 1조 펀드를 출자하여 포항에 체인지업그라운드를 만들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5년째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가 2조 원을 투자해 만든 포스텍, 가속기, RIST 의 산학연 협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연구결과를 상용화하는 벤처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결과는 참으로 놀랍다. 2021년 7월에 체인지업그라운드를 개관하고 1년 2개월 만에 100개 넘은 기업들이 입주하여 100% 입주를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개관부터 이제까지 24개 수도권 기업이 포항으로 내려왔다. 12개 회사는 본사를 포항으로 옮겼고, 7개 회사가 포항에 공장을 건설하였다. 24개 수도권 기업으로 인해 포항에 약 200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사례는 포항이 최초이다.
이를 넘어서 포스텍과 가속기의 기초연구를 실제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 포스코가 구축한 RIST의 실용화 연구시스템을 본 서울대와 KIST가 캠퍼스에 포스코 실용화연구소 분소를, 대전시는 ‘포스코 실용화 연구소 RIST 대전’을 구축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비영리기관인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초연구를 실용화하기 위해서 영리기관인 기업과 협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현재 포스코가 유일하다. 삼성, SK, 현대, LG 등은 벤처기업 창업 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기초연구에서 창업 사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포스코 벤처생태계는 경상북도에 있는 모든 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고 경상북도에 제안하였으며 구미, 영천, 경산의 벤처기업들을 포항의 체인지업그라운드에 초청해 포스코의 벤처 지원시스템을 설명하고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광양제철소가 있는 전라남도에도 전이하고자 한다.
제철보국(製鐵報國)의 경영철학으로 철을 생산해서 우리나라 전체의 근대화를 이끈 것과 같이, 포스코의 기업시민의 혁신보국 경영철학으로 포스코-포스텍의 혁신벤처 창업시스템을 전국으로 전이하여, 청년들의 적극적인 창업을 지원하고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여 지역소멸을 역전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정책과 기술의 만남 스마트시티
지역소멸은 정책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20년 전부터 지역대학을 활성화하고, 지역연구를 지원한 일본의 정책이 그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진정한 여성해방, 장애인해방, 노동자해방은 건전한 정책과 함께 기술로 완성이 되었다. 즉 가전제품의 발명, 장애인 의료기기 발명,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지역소멸 극복도 이와 같이 혁신적인 벤처기업들과 지역정부가 함께 협력하여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때에 가능하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도권에 뒤쳐지지 않는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환경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택근무 및 워케이션(Workcation) 개념 등과 같은 일자리의 혁신, 온라인 국제학교 등의 교육 혁신, 원격진료 및 디지털헬스케어 등의 의료 혁신, 기술을 통해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등의 문화 혁신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이 실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1조 원 가치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마이너스 1조 원 만큼의 고민과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 인내를 가지고 마음을 모아, 혁신 벤처기업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혁신 벤처기업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고 그들과 함께 협력하는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야 한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포항의 모델을 경상북도 전체로 확장하고 전라남도로 확산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미래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포스코 지역 R&D와 새로운 개념의 산학연협력
포스코그룹은 지역의 R&D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철강을 넘어서 이차전지, 수소 등 친환경미래소재 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포스코는 대학과 청년들에게 50대 기업에서 30대 기업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있다. 포스코가 삼성, SK, 현대, LG의 4대그룹에 비해 가장 뒤처지는 것이 R&D이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전략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시대의 새로운 산학연협력이다. 자체 연구원뿐만 아니라, 포스텍의 연구 및 벤처기업 기술을 포함하는 3가지 요소 모두를 포스코그룹의 미래 기술로 재정의하여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을 아래와 같이 수립하고 있다.
•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본원을 중심으로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 및 인공지능대학원, RIST의 실용화연구소를 통한 산학연 협력 체계를 강화하여 세계 최고의
산학연 도시를 실현 (포스코그룹의 R&D 필요성 확대 및 포스텍의 글로컬대학 선정, RIST 실용화연구 필요성 확대 및 융합연구를 위한 연구공간 계획)
• 포스코에 채용되는 연구원들을 포스텍 겸직교수로 발령을 하고 서울과 포항 Dual 주재지 정책을 통한 산학협력 공동연구 활성화
• 산학협력 공동연구 결과를 RIST의 실용화연구, 체인지업그라운드의 사내벤처를 통하여 벤처창업활성화
• 포스텍 교수뿐만 아니라, 관련 포스코 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잔류에 가장 중요한 자녀교육, 의료 등 정주 여건을 수도권에서 부러워할 만한 수준으로 거주 단지를 구축 방안 논의 (포스텍 교수, 포스코 박사연구원 및 임원, 벤처기업 CEO 및 CTO가 함께 거주하여 융합연구 및 벤처창업 활성화)
이런 정책들을 통하여 포스코그룹은 포스코 연구원, 포스텍 교수, 벤처기업 CEO/CTO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Hybrid 미래기술 전략을 포항을 중심으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
나가는 글 이민정책과 벤처
이제까지 인서울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 및 지역소멸에 대해 현상, 문제, 해결책을 알아보았다. 지역소멸 문제 해결은 시대적인 사명이자, 매우 어려운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늘 어려움을 극복하여 왔다. 국가적인 힘을 모아서 나라를 잃었지만 독립을 쟁취하였고, 세계에서 2번째로 가난한 나라에서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고, 세계 20위권의 민주화를 이룩한 경험이 있기에 이번 위기도 마음을 모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민정책을 언급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중국적자, 재외 한인(Korean Diaspora), 다문화가정, 유학 및 이주민 등을 대한민국의 인력으로 흡수해야 한다. 미국 벤처기업 CEO의 상당수가 이민자이다. 이들은 국내 네트워크가 적고 산업스파이 우려로 대기업에서 채용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어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들이 사회의 적대 세력이 안 되도록 하는 좋은 방안 중의 하나가 창업이다. 3만 불 시대 태어난 청년보다 고난에 대한 내성과 코리안 드림(Korean Dream)으로 높은 에너지 레벨이 오히려 벤처 창업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20호
지역균형발전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