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ICCC, 기업시민으로
하나One가 되다



지난 4월 말 미국 보스턴칼리지 기업시민센터(Boston College Center for Corporate Citizenship, 이하 BCCCC)이 주최하는 2024 국제기업시민 컨퍼런스(International Corporate Citizenship Conference, 이하 ICCC)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서 3일간(4.28~30) 진행되었다. 하나One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컨퍼런스 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공공 및 비영리기관, 연구기관 등에서 기업시민과 지속가능성을 담당하는 리더와 실무진들이 모여 우리의 세상을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더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했다.
컨퍼런스의 주제를 나타내는 ‘One’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이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세상, 모두가 상호 연결된 하나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한 걸음의 노력에 조명을 비추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모든 기업, 모든 부서, 그리고 모든 개인은 각자의 위치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이 개별적인 노력에 그치지 않고 한 방향으로 결집하여 상호 간의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면 모두가 바라보는 공유된 목적Shared Purpose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행사 2일 차인 4월 29일 오후에 “기업시민은 이제 모두의 업무 Corporate Citizenship Is Everyone’s Department Now”라는 세션이 진행되었다. 이 세션에서는 공유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서 간 협력과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이해관계자가 바라보는 기업의 소셜 임팩트와 지속가능한 성과는 회사 내부의 조직 구조나 예산, 업무 분장과 관계없이 인식되기 때문에 모든 부서의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Key라 할 것이다. 때문에 회사 혹은 기업시민 전담조직은 어떻게 이러한 협력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필자는 이 세션에서 포스코그룹의 기업시민 실천가이드인 CCMS 구축과 전사 차원에서 내재화시키는 과정의 경험을 참석자들과 공유했다. 크게 3가지 내용을 발표했는데 문답 형식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모든 부서가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어떤 전략을 추진했는지?]

2018년 포스코는 기업시민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선포하고, 2019년 기업시민헌장을 제정했다. 하지만 헌장의 내용만으로 각 부서가 자신들의 일상 업무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헌장은 상위 레벨에서 조직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제시해 주기 때문에 구체적인 업무개선 방향을 보여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조직 내에 기업시민이 내재화되려면 각 부서의 일상 업무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침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실천가이드를 개발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실천가이드 개발을 위해 우선 전사에서 추진하는 업무를 1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하나의 모듈Module로 구성했다. 특정 시점의 조직 구조나 업무 영역이 아니라 기업이라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요 기능Function을 대표할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예를 들면 전략재무, 마케팅, 구매, 품질관리, 안전관리, 연구개발, 인사 등으로 나누었다. 이렇게 주요 기능을 대표하는 것으로 모듈을 구성하면 보편성을 갖출 수 있다.
다음으로 각 모듈 기능에서 수행하는 핵심 업무를 3~4가지로 압축하고 이 핵심 업무들에 기업시민의 이념을 적용했을 때 무엇이 강조되고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를 도출했다. 예를 들면 전략재무 모듈의 핵심 업무 중 하나는 회사의 중장기 경영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KP를 수립, 관리하는 것이다. 기존에 경영 목표는 경제적 성과와 이윤 창출을 위해 재무적 수치를 목표로 삼았다면, 기업시민 이념 하에서 경영 목표는 트리플바텀라인TBL, Triple Bottome Line에 따라 경제적 성과는 물론 환경적, 사회적 성과도 함께 고려한 목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재무적 수치뿐 아니라 환경 성과 혹은 사회적 임팩트의 모습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구매 모듈의 경우 기존의 최저가 구매 정책을 넘어 장기적인 환경,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 TCO(Total Cost of Ownership)관점에서 최적 가치 구매로 구매정책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공급사 평가와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도 지속가능성 관련 요소를 반영하여 경제적 소싱에서 지속가능한 소싱으로 개선해야 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5개 모듈에 대해 각각 3~4개의 실천가이드를 수립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관련 부서를 담당하는 임원 및 선임 부서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 나갔다. 일상 업무의 핵심 내용에 대한 구체적 개선 방안을 보여줌으로써 각 부서가 자발적으로 기업시민을 실천할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부서들의 참여와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해 특별히 추진한 이니셔티브가 있는지?]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이니셔티브들을 추진했는데, 크게 4가지 이니셔티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CCMS 개발 과정에 각 기능을 담당하는 주요 임원을 참여시키고 해당 모듈의 오너Owner로서 내용 개발 및 관리를 총괄하도록 했다. 모듈 오너로 가이드라인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해당 임원은 자신이 꾸려가야 할 부서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전략 방향에 연계되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담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업무를 통해 이를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세션 발표 모습 두 번째로는 부서, 그리고 해당 임원의 KPI 항목에 CCMS에 담긴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포함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부서와 마케팅 담당 임원의 KPI 항목에는 지속가능성(친환경성)이 개선된 제품의 판매 실적을 포함시켰다. KPI와 가이드라인 간 정렬을 통해 기업시민을 실천하는 것이 업무 외에 추가로 해야 하는 숙제extra burden가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한 것이다.

세 번째로는 전 임직원에 대한 교육과 전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들 수 있다. 모든 임직원이 기업시민 실천가이드를 개발하게 된 배경과 과정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수많은 설명회를 개최하고 교육자료를 만들어 정기 교육과정에 반영했다. 무엇보다도 임직원들이 쉽게 기억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한 언어로 요약한 행동 지침을 개발하고 이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의 형태로 만들어 배포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장에서도 함께할 수 있도록 CCMS 요약본은 5개 언어로 번역하여 제공했는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말레이시아어 버전으로 만들어 각 지역 사업장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경영진 레벨에서 기업시민 실천 성과 공유를 정례화했다. 매달 사장 주재로 개최되는 사운영회의에서 그달에 지정된 부서의 담당 임원이 실천 성과를 사장과 다른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정규 회의 프로그램에 포함시킨 것이다. 회사 내 다른 부서에서는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서로 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부서 간 협업의 기회를 발굴할 수도 있다.

[추진 과정에서 직면한 도전이나 어려움은 없었는지?]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는 ESG가 급부상하면서 직원들이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2019년에 기업시민헌장을 선포한 이후 실천가이드 개발에 착수하여 2020년에 CCMS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 시점과 거의 동시에 ESG 열풍이 불어닥쳤다. 사회 전체적으로 ESG가 거의 모든 이슈의 최우선 순위를 점령했고, 언론, 학계, 기업, 기관, 정부 등 모두가 ESG를 강조하고 ESG를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기업시민은 무엇이고 ESG는 무엇인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기업시민과 ESG는 어떤 관계인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무엇이 더 큰 그림이고 무엇이 실천 툴인지, 기업시민 실천과 별도로 ESG에 대해 추가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답을 찾아서 제공하는 것이 시급했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기업시민과 회사의 ESG 추진 전략 간의 관계를 명확히 수립하고 이 두 가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정리했다. 그리고 다이어그램과 도표의 형태로 두 개념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비유 등을 통해 직원들이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을 최대한 직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두 번째 도전으로는 일단 가이드라인을 만든 이후 그 내용이 업무에 반영되고 회사의 정책으로 내재화되고 나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쓸모없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미 현실에서 구현된 이후에는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은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포스코는 최초로 CCMS를 발표하고 약 18개월 후에 버전 2.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그동안 이미 정착된 내용을 제거하고, 최근의 규제 동향 등을 반영해 필요한 내용을 새로 추가했다.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기업시민과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벤치마킹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내용을 담기도 했다. 또 초기 버전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반영해 보다 구체적인 개선 포인트를 도출하기도 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도 내용에 담아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