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은 지속가능한가?

 

 

 

 

 

“지속가능성은 지속가능한가?”라는 역설적 질문은 단순한 수사적 의문이 아니라 현재 글로벌 지속가능성 노력이 직면한 심각한 도전과제를 함축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에서 정의된 지속가능성은 환경, 사회, 경제적 균형을 고려하여 미래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발전을 의미한다. 둘째,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속가능성은 이러한 노력이 오랜 시간 동안 실제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해석은 지속가능성 담론 내에 내재된 긴장을 잘 보여주며, 특히 SDGs가 2015년 출범하여 2030년까지 실행되는 기간에서 절반을 훨씬 넘은 지금, 이를 비판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SDGs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인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현재, SDGs의 목표 중 약 16%만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United Nations, 2024).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23억 3천만 명이 중등도에서 심각한 식량 불안을 겪고 있으며, 8억 6천4백만 명이 식량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는 통계는 목표 달성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를 보여준다 (United Nations, 2024). 더욱이, 2020년 COVID-19 팬데믹과 기후 변화의 가속화라는 이중위기는 지속가능성 노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특히, 극빈층 비율이 2019년 8.9%에서 2020년 9.7%로 급증한 사실은 현재의 지속가능성 전략이 예기치 못한 위기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World Bank, 2021). 이러한 사실들은 현재의 지속가능성 노력이 2030 목표 달성의 실패 가능성이 높음은 물론, 실제로 SDGs 실행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속가능성의 역사적 맥락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오랜 역사적 맥락에서 만들어졌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의미와 적용 범위가 확장되어 왔다. 현대적 지속가능성 개념의 기원은 18세기 초 한스 카를 폰 칼로비츠의 저서 Sylvicultura Oeconomica(1713)에서 찾을 수 있다. 칼로비츠는 광업에서의 과도한 목재 사용이 산림 자원을 고갈시키고 있음을 관찰하고, 산림 자원의 계획적 관리와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탐색을 제안하였다. 이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최초의 지속가능성 개념으로 볼 수 있다(Grober, 2007). 이 과정에서 그는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를 함께 고려한 지속가능성 개념을 도출하였다. 칼로비츠의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의 SDGs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칼로비츠 이전에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아이디어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왔다. 17세기 영국의 정치가 존 에블린은 그의 저서 Sylva(1664)에서 과도한 산림 파괴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자연 자원의 신중한 관리가 필수적임을 주장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의 재정 관리자 콜베르는 산림 보존 정책을 개혁하여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Warde, 2018). 산업혁명은 지속가능성 개념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환경 파괴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이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요구했다. 19세기 후반, 조지 퍼킨스 마쉬의 Man and Nature(1864)는 인간 활동이 자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선구적인 저작으로, 현대 환경주의의 기초를 마련했다(Lowenthal, 2000).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지속가능성은 글로벌 의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1972년 로마클럽의 보고서 The Limits to Growth는 현재의 경제 성장 모델이 지속불가능함을 경고하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Meadows et al., 1972). 1987년 브룬트란트 위원회의 보고서 Our Common Future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공식화했다. 이 보고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했다(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1987).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지속가능성 개념은 더욱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했고 2000년 UN의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거쳐, 2015년에는 보다 광범위하고 야심 찬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되었다. SDGs는 17개의 주요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통해 빈곤, 불평등, 기후변화, 환경악화, 평화와 정의 등 광범위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United Nations, 2015).

이러한 역사적 진화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성 개념은 단순한 자원 관리에서 시작하여 환경, 사회, 경제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발전 패러다임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개념의 복잡성과 모호성도 증가했으며, 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여러 도전 과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의 비판적 분석

SDGs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UN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SDGs의 169개 세부 목표 중 약 16%만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United Nations, 2024). 이는 SDGs 달성이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COVID-19 팬데믹의 영향, 기후 변화의 가속화, 국제적 갈등과 불안정, 불평등의 심화 등과 같은 요인들이 SDGs 달성을 저해하고 있다.

그러나 SDGs의 한계는 단순히 외부 요인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1. 목표 간 상충관계
17개 목표 간에는 때때로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제 성장(목표 8)과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목표 12)은 서로 대립할 수 있다 (Nilsson et al., 2016).
2. 측정의 어려움
일부 목표는 그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이는 진행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장애가 된다 (Hák et al., 2016).
3. 재원 부족
SDGs 달성에 필요한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Schmidt-Traub & Sachs, 2015).
4.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SDGs는 전 세계적인 목표이지만, 각 목표 달성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는 실질적인 이행을 어렵게 만든다 (Biermann et al., 2017).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오해Myths와 진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그 개념과 실행에 대한 여러 오해가 존재한다. 이러한 오해들은 지속가능성의 본질을 왜곡하고, 민간 차원에서의 실현을 저해할 수 있다.

Myths 1.  지속가능발전은 국제적 활동에만 해당한다.”
지속가능발전은 단지 국제적인 활동이나 개발도상국을 위한 노력이 아니다. 지속가능성은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개인적 수준에서 모두 실천되어야 한다 (Kates et al., 2005). 지속가능성은 모든 사람의 책임이며, 이는 우리가 사는 모든 지역에서 실천되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은 국제적인 정책 결정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와 개인의 일상적인 행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 재활용, 친환경 제품 사용 등 일상적인 행동들이 모두 지속가능성의 일환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발전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각자의 생활 공간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과제이다.

Myths 2.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오래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지속 가능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 경제, 환경의 균형 잡힌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필요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지속이 아닌 사회, 경제, 환경의 균형 잡힌 발전을 의미한다. 지속가능성의 핵심은 자원을 무한정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용을 신중하게 조절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며,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자원을 오래 사용하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인류 전체의 윤리적이고도 전략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Myths 3. “지속가능성은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지속가능성은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 가능한 발전 없이는 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건강한 지구와 환경이 없이는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발전도 이룰 수 없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환경 파괴는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장기적인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지속가능성은 발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다.

Myths 4. “지속가능발전은 이미 진부한 개념이며 곧 사라질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은 결코 진부하거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는 일은 단순히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되어야 할 장기적인 과제이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사회적 불평등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으며,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가능발전은 그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인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Myths 5. “지속가능발전목표는 국제기구와 정부의 책임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국제기구나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SDGs의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과 모든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ESG 기준을 채택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하며, 개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해야 한다. 또한, 시민 사회와 비정부기구NGO들은 정부와 기업에 지속 가능한 정책과 관행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은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책임지고 실천해야 하는 과제이다.

 

지속가능성은 지속가능해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SDGs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각 국내에서의 정책적 변혁이 필수적이다. 이는 단순히 환경 보호를 넘어서, 사회적 불평등 해소, 경제적 지속 가능성 확보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지속가능성의 목표들은 단순히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지속가능할 수는 없으며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생명체와 제도는 각자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역할을 다한 후에는 소멸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인류 또한 이러한 숙명을 피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속가능성은 무조건적인 영속을 뜻하지 않으며, 그것은 불가능하다. 지속가능성의 참된 의미는 우리가 회피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고,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통해 다음 세대의 행복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데 있다. 현재와 같이 인간, 사회, 자연의 조화를 무시한 급격한 발전을 멈추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바로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의미이다. 지속가능발전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지속되어야만 한다. 인류가 지구 위에서 존재하는 한, 대안은 없다.

출처 : Sustainability & Business Review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