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ESG 트렌드] ④ 베트남편
– 개발도상국에서 ESG 선도국을 향한 발걸음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와 지속가능경영은 이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 기사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일본, 중국 등 5개 아시아 국가의 ESG 트랜드와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포스텍의 지속가능경영과 ESG 교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이 직접 작성하는 이번 기사에서는 각국의 독특한 ESG 접근 방식과 성공 사례를 조명하여,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ESG 동향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 김민상 대학생 에디터 |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베트남의 1980년대는 사회주의 체제 유지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시기였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이전과 달리 제조업과 공업 관련 사업들을 주도적으로 장려했고 자본주의 체제의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등 상당히 자유로운 경제 정책을 펼쳤다. 독자적인 계획 경제 정책하에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발전을 이루게 된 베트남은 값싼 인력과 희토류, 보크사이트와 같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점을 활용하려는 기회의 땅으로 자리 잡았다.

1973년 퓰리쳐 상 수상작으로 월남전 참상을 포착한 사진
‘베트남–전쟁의 테러, Vietnam – Terror of War’, by Huynh Cong “Nick” Ut, Photograph courtesy of The Associated Press, 1973년 SPOT NEWS 수상작

그러나 국가 발전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제기되면서 베트남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사회주의 체제를 대표하는 중국이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는 동안 사막화를 비롯한 심각한 환경 파괴 문제에 직면한 사례는 베트남에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이 환경 보전을 위한 규제 정책을 도입하도록 이끌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베트남의 ESG 정책

베트남은 2021년 영국에서 개최된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Zero’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강화와 탄소배출 저감에 관한 정책  및 법률 개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베트남 자원환경부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를 목표로,  2020년 11월 17일 환경보호법 개정하였으며 이는 2022년 1월 1일부로 발효되었다. 해당 개정은 환경보호 관련 규정 및 환경보호와 관련해 다양한 주체의 책임 등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제발전 사이 균형을 찾기 위한 베트남의 노력을 알 수 있다. 베트남 정부는 자연환경 파괴가 1차 산업의 생산량 감소는 물론,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베트남은 당시 국제적으로 주목받던 ESG 경영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경영을 주도하기 위해 베트남은 최근 노동법, 소비자 보호법 등을 강화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국제적인 기준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24년에 개정한 소비자 보호법을 통해 디지털 화폐와 같이 새로이 도입되는 시스템이 침해할 수 있는 소비자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하고, 기업이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권고하였다. 개발도상국 신분인 베트남에서 기업들이 ESG 경영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정부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몇몇 기업들은 베트남에서 눈에 띄는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 글에서는 대표적인 베트남 기업 두 개를 아래와 같이 선정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베트남 주재 기업은 크게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외국 자본이 투입되는 것이 ESG 경영 방식의 차이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 주재 국내 기업: Saigon SecoinSaigon Secoin은 1989년에 설립된 타일 제조 회사로, 베트남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13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 60개국에 타일을 수출하고 있다. Secoin은 친환경 재료 사용, 에너지 사용 최적화 및 탄소 감축 등 지속가능한 건축에 기여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공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타일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 유리, 베트남 석재 산업의 폐기물, 석탄 화력 발전소의 플라이 애시를 활용하는 등 환경 친화적인 자원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열이 필요 없는 공정을 개발하여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있다.

▲ (왼) Saigon Secoin 홈페이지 사진 (오) 생산하는 타일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Saigon Secoin은 CSI Sustainable Business 2022에서 베트남의 100대 지속 가능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베트남의 국가 브랜드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외에도 2024년에는 베트남 ESG Initiative 2024에서 top 3위에 선정되었으며, VOC A+ Certification을 취득하며 국제적인 인증을 받았다. Saigon Secoin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ESG 경영 방식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며, 베트남 내 다른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선진적인 경영 방식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베트남 ESG 이니셔티브 2024 시상식 (사진 제공: Saigon Secoin)

베트남 주재 해외 기업: Unilever Vietnam

Unilever Vietnam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 Unilever의 베트남 법인으로, 가정용품과 같은 분야를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39년까지 탄소 중립 가치 사슬을 달성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Unilever Vietnam은 2021년부터 베트남 천연자연환경부와 협력하여 ‘녹색 베트남을 위한 행동’ 프로그램을 주도하며, 자사의 OMO 브랜드를 통해 매년 전국에 2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또한, 자사 공장과 유통 센터에서 국제 재생 에너지 인증을 취득하였고, 2021년부터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며 탄소 배출 감소에 대한 실질적인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를 위한 순환 경제 촉진 활동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사회 공헌 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성평등과 여성 역량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아태평양 WEPs Award 1위와 베트남 WEPs Award의 커뮤니티 참여 및 파트너십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또한, 미국 상공회의소의 AmCharm CSR Award를 수상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실천을 인정받았다. 이 밖에도 위생 교육, 나무 심기 활동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 (왼) Unilever 상표 (오) 녹색 베트남을 위한 행동 중 사진

베트남의 ESG 긍정적인 추세를 보이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위의 두 기업은 베트남에서 ESG 경영의 우수 사례로 손꼽히지만, 동시에 베트남 ESG 경영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베트남의 자국 기업들은 주로 환경(E)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해외 기업들은 환경(E)뿐만 아니라 사회(S) 측면도 함께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공통적인 환경 중시의 배경에는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할 수 있다. 베트남의 풍부한 자원을 생산에 활용하는 기업들로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환경적 책임을 꾸준히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베트남 지속가능성 지수에 포함된 상위 20개 기업들은 ESG 경영 중에서도 환경적인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반면, 외국계 기업들은 베트남에 진출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값싼 노동력 확보를 꼽는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사회 공헌 활동이 베트남 국민의 인식 개선에 단기간 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사회(S) 측면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자국 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ESG 경영을 실천하는 방식과 우선순위에서의 차이를 보여준다.

현재 베트남의 ESG 경영은 상당히 근거 있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이나, 역설적으로 단점을 드러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E(환경)와 S(사회) 관련 경영이 주가 된다는 것은 G(거버넌스) 측면의 경영 방식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경영 투명성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Saigon Secoin과 Unilever Vietnam 모두 ESG 경영 보고서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으며, 이는 베트남 기업들이 ESG 경영 원칙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Pw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ESG 경영 기업의 58%가 독립적인 기관에서 경영에 대한 검증을 받고 있지만, 베트남 기업의 경우 이러한 운영 방식을 채택하는 곳은 단지 36%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최신 자료들의 열람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ESG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베트남 기업이 상당수이며, 대기업의 경우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원론적인 내용의 나열에 그치 신간 자료들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 출처: PwC, Vietnam ESG Readiness Report 2022: From ambition to impact

현재로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두드러지는 상황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정부의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2024년 9월 말,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을 발표한 후 상하이 지수가 급격히 상승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정책 발표만으로도 경제지표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은 이유는, 중국 사회가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역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로서, 기업의 경영 방침이 정부의 정책적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특성을 역으로 활용한다면, 베트남 정부는 해외 기업들에게 ESG 경영을 더욱 활성화하도록 강력히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압박은 해외 기업들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들에게도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선제적이고 강력한 정책은 베트남의 기업 생태계가 보다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루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영 컨설팅 업체 PwC에서 발간한 2022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의 소규모 기업 75%가량이 ESG 경영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ESG 경영을 하지 않을 예정인 20%의 기업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ESG 경영에 대한 지식 전수와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하며, 현재 약점으로 지적되는 S(사회) 및 G(거버넌스) 측면의 경영 방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4년부터 글로벌 차원에서 ESG 공시 표준화 및 의무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베트남 기업 측에서도 이에 맞춘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꾸준히 발간하여 대중에 공개하도록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
더불어, 베트남 기업들은 일부 대형 혹은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고는 초기 비용 부담 문제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자동화 시설을 도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편이다. 정부에서 설비 건설을 위한 지원금을 제공하여 노동자들이 좀 더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사회 공헌 측면의 경영을 강화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S(사회) 및 G(거버넌스) 경영의 활성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환경 보존을 도모하는 E(환경) 경영이 실천되어야 한다. 베트남 정부는 국제적인 환경 기준을 따르기 위해 다양한 환경 보전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의 환경 정책들의 대부분이 탄소 중립과 같은 ‘국제적인 수치 도달’에만 목매고 있다는 점은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상당한 양의 희토류와 텅스텐과 같은 광물 자원들이 묻혀 있는 베트남은 앞으로 다양한 해외 기업들이 개발을 위해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자원 개발이 야기할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채굴에 따른 환경 보전 수수료를 책정하는 등의 시의적절한 정책들을 시행하여 기업들이 이를 경영에 참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사점 베트남은 꾸준히 인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가고 있는 국가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으로 널리 알려졌던 이 나라는 이제 개발도상국임에도 불구하고 ESG 경영을 통해 선진화된 기업 환경을 조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과거 산업 혁명 시대의 국가들과 달리 환경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점은 베트남의 큰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드러난 단점들을 보완할 혁신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존의 장점을 더욱 부각시킨다면, 베트남은 주변 국가들이 본받을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환경과 경제 성장의 조화를 이루는 베트남의 노력이 그 타이틀에 걸맞은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참고자료

[1] 안승국. 1998. 「위기와 전환의 베트남 정치경제 : 개혁 노선의 배경과 전망」, 『국제 지역연구』 7권 3호

[2] https://fas.usda.gov/data/vietnam-vietnam-issues-national-strategy-climate-change-2050-and-action-plan-methane-emissions

[3] https://vccinews.com/news/51248/secoin-and-lessons-learned-from-global-green-supply-chain.html

[4] https://secoin.com/en/news-events/secoin-shares-experiences-on-esg-implementation-at-the-seminar-esg-key-to-sustainable-development.html

[5] https://netzero.vn/en/unilevers-trailblazing-journey-to-carbon-neutrality-in-viet-nam/

[6] https://documents1.worldbank.org/curated/en/956231593150550672/pdf/Foreign-Direct-Investment-and-Employment-Outcomes-in-Developing-Countries-A-Literature-Review-of-the-Effects-of-FDI-on-Job-Creation-and-Wages.pdf

[7] PwC. 2022. 「From Ambition to Impact」 Vietnam ESG Readiness Report

[8] https://www.techsciresearch.com/report/vietnam-industrial-automation-market/15404.htmlhttps://akabot.com/additional-resources/blog/automation-landscape-in-vietnam-the-ov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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