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구변동과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민관학 협력
한국 사회의 초저출산1과 과 초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변동은 단순한 변동을 넘어 인구위기라고 불리울 수 있는 상황을 낳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출산력 수준은 낮아졌고, 반면에 사망력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평균수명은 높아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출산력을 기록하고 있고, 고령화는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초저출산력과 빠르고 높은 초고령화라는 인구변동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지속가능 여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총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서고 도시국가가 아닌 근대국가로서 합계출산율이 1 이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출산력이 낮아지면서 동시에 일어나는 고령화의 결과로,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의하면, 2039년에는 인구 3명당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출산력이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 더 빠른 속도로 계속 낮아지면, 초고령사회는 2039년보다 더 빨리 도래할 것이다.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의 차이인 인구의 자연증가는 2016년 12만명, 2017년 7만명, 2018년 3만명 수준에서 2019년 현재 약 8천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2020년에는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인구의 자연증가가 올해를 기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변동의 측면에서 한국사회는 가히 혁명의 시기를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전 세계는 COVID 19 라는 비상상황을 겪고 있다. 한국사회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COVID 19 상황에서 경제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고, 장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노동시장에 진입해서 일을 하고 있는 취업자들 가운데서 실직자가 증가하고 있고, 교육을 마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층은 얼어붙은 고용시장에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졸업과 동시에 백수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점점 더 요원한 꿈이 되고 있다. 2019년에 0.92명의 합계출산율은, COVID 19 상황인 2020년에는 0.9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류사회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초저출산력 상황이 한국사회에는 새로운 정상new normal의 모습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초저출산력, 초고령화의 인구변동과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인구현상은 인구의 차별적 지역분포이다. 한국사회의 도시화 역시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진전되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지방분권화가 진행되면서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은 별로 완화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도시에서의 일자리를 찾아 지방중소도시와 농촌지역에서 젊은이들이 대도시로 계속 이주하면서, 지방중소도시와 농촌지역에서는 절대인구가 감소하고, 고령의 인구만 남아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COVID 19 상황이 경제에 심각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 및 수도권 그리고 대도시로 더 많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지방중소도시 및 농촌지역의 공동화를 심화시키고, 한국사회는 소위 “지방소멸”의 위기에 한발 더 다가설 수밖에 없다.
초저출산력과 초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까지 학계와 정부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국인구학회의 연구자를 비롯한 학계에서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각 부처는 각 부처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력 수준이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초고령화의 속도가 늦추어지면서 고령화가 가져오는 문제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벌수 있는 가능성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가 단순히 “인구”의 문제가 아니고, 교육, 고용, 돌봄, 주택/주거, 보건, 연금 등 모든 사회 제도와 구조가 얽히고, 서로 다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소위 사회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정부의 특정한 마법적인 정책으로 단숨에 해결되지 않는다. 초저출산력과 초고령화가 한국사회에 위기를 가져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면, 이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떤 정책이 꾸준히 좋은 효과를 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학계와 정부의 각 부처 정책입안자들이 협력하여 노력한다고 해도, 이러한 어려움은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학계에서 수없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정부는 정부대로 제1, 2, 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세우고, 이에 기반하여 모든 부처가 노력을 경주했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성과를 이룬적이 없다.
문제 해결은 요원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개개인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결혼과 출산을 포함한 모든 삶의 영역에서 자신의 합리적 판단과 행위를 통해,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전제 속에서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이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임을 깨닫고 있다. 경제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한 일을 해야 하지만, 일과 돈이 목적인 삶이 아니라, 일과 여가를 포함한 다른 삶이 균형을 이룰 때에만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을 모두 깨닫고 있다. 그런데 일과 삶의 균형, 소위 “워라밸”은 학계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용의 주체인 크고 작은 민간기업이,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노동조건을 만들어주어야만, 진정한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가 생성된다. 한국사회가 초저출산력의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도, 학계와 정부 그리고 민간기업이 함께 협력하는, 민관학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인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인 포스코는 생산활동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국민과 정부의 도움과 배려 속에서 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으면, 포스코도 존재할 수 없고, 포스코라는 기업의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생각된다. 2020년 COVID 19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도 생존의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의 심각한 초저출산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지고 앞장선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단순히 구호나 물질적인 후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스코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에 이은 돌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소위 “경단녀”가 되지 않도록 여성 직원을 위한 획기적인 노동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한국사회의 구성원이 갈망하는 “워라밸”을 이룰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포스코의 선도적인 역할은 한 대기업의 활동과 기여로 그치지 않고 한국의 다른 대기업에도 중요한 울림을 주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민간부문이 학계 및 정부와 협력하여 초저출산력과 초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위기를 극복하는 민관학 협력의 시발점과 모델이 될 것이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