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함께 심은 씨앗, 기업 장애인 고용부담금 해결의 열매가 되다
Q1. 히즈빈스는 “모든 장애인들과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드는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요. 히즈빈스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향기내는사람들의 카페 브랜드인 히즈빈스는 전 세계 11억 명의 장애인이 존재 자체로 행복을 누리고, 강점을 발휘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사회혁신 브랜드입니다.
매장 관리자를 제외하고 바리스타는 100% 장애인만을 채용하여 히즈빈스 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 1호인 한동대점을 시작으로 현재 약 170여명의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히즈빈스는 기업들이 장애인 직원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하도록 돕는 ‘장애인 고용 솔루션’을 제공하며, 외식업, 조경업, 교육업, 디자인업, 제조유통업 등 다양한 직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장애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대학 재학 시절 히즈빈스를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업하시게 된 계기나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2008년, 경북 포항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던 저는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대학생 창업교류전’에 참가하면서 제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습니다. 빈곤 문제 해결을 목표로 창업을 준비하던 한 중국인 친구를 만나,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삶의 목적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포항의 정신재활시설인 브솔시냇가에서 정신장애인들과 3개월간 시간을 보내며, 이들이 장애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직무 훈련과 일자리 기회, 그리고 주변의 지지가 부족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이들 중 다수가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드는’ 카페를 창업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25세 대학생이었던 제가 카페를 창업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제가 가진 것은 열정과 꿈, 그리고 단 3장의 카페 사업계획서뿐이었습니다.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사업계획서를 들고 포스코에 찾아가, 장애인 커피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거절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6개월 동안 6차례 포스코 본사를 방문하며, 3장이었던 계획서를 38장으로 확장했습니다.
결국, 제 사업계획서를 인정받아 공동모금회 지정 기탁 사업으로 2,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금을 통해 첫 번째 카페를 열었고, 7명의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했습니다. 16년이 지난 현재, 히즈빈스는 38개의 매장에서 170여 명의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컨설턴트’라는 장애인 특화 직무를 개발하여 컨설팅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 (좌) 포항 히즈빈스 1호점 개소식 (우) 포항 히즈빈스 2호점 개소식
Q3. 사회적 기업으로서 히즈빈스는 장애인 고용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특히 바리스타 전문가 양성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개발하시게 되었는지요?
현재 히즈빈스는 장애인 바리스타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히즈빈스 카페를 설치하여 위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히즈빈스 카페를 사내 카페로 설립하도록 돕고 위탁 운영을 맡아 장애인 고용, 직업 교육 , 실시간 사례 관리를 책임집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을 충족시키며, 장애인 고용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고용부담금을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장애인 커피 전문가 양성 모델을 개발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창업 초기 제 목표였던 장애인 선생님들의 행복한 성장과 자립을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신재활시설에 계신 정신장애인들과 수개월 동안 시간을 보내며, 많은 분들이 커피와 관련된 일, 특히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한동대학교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의 정숙희 교수님과 선린병원 정신과의 이경숙 과장님께 조언을 구했는데, 두 분 모두 장애인들이 단순 수작업보다는 비장애인들과 대면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바리스타 직무가 그들의 회복과 자립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마음이 바로 히즈빈스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사업 자체의 경쟁력이었습니다. 창업과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2007년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국내 커피 산업 동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이 꽤 가파른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그때부터 ‘스타벅스가 옆에 있어도 고객들이 히즈빈스를 찾게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그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가 모두 장애인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세계바리스타대회 한국 대표 심사위원에게 교육을 받았고, 세계 커피품평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게이샤 커피를 아메리카노로 제공하면서 커피의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 (좌) 2024년 전국 바리스타 대회 개최 기념 단체 사진 (우) 전국 바리스타 대회 임정택 대표 개회사 모습
Q4. 히즈빈스는 장애인 바리스타 전문가 양성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무 형태를 개발해 나가고 있는데요. 장애인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직무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히즈빈스가 중점으로 두는 전략은 무엇일까요?
히즈빈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장애인 고용을 극대화하고, 그들의 ‘자립’을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히즈빈스는 바리스타, 로스터뿐만 아니라 조경업, 교육업, 웰니스,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100여 개의 직무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직무 개발에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 개발된 직무가 기업의 성장과 혁신에 반드시 필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둘째, 장애인 개인의 꿈과 강점이 해당 직무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만 기업과 장애인이 각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win-win’ 구조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협업과 성장이 가능해집니다.
또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인데요. 하나는 고객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리더와 팀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히즈빈스는 장애인 고용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기업의 혁신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 히즈빈스 바리스타와 임정택 대표 모습
Q5.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라는 기회를 활용하여 기업과 장애인 고용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컨설팅 사업을 구축하셨습니다. 기업과 장애인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win-win 전략’으로 발전하기 위해 히즈빈스는 어떻게 접근하였을지요?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은 장애인 고용을 통해 기업 혁신과 조직문화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향기내는사람들은 산업 특성과 기업의 상황, 장애인 고용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1단계로 세분화된 ESG 연계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잠재 고객 또는 구성원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기대하는 경제적(정량적) 효과와 브랜딩(정성적) 효과에 맞춰 장애인 고용에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과 경영 전략을 함께 고민합니다.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에는 고용부담금 감면 솔루션을 제공하고, 100명 미만 기업에는 고용장려금 창출 솔루션을 통해 중장기 장애인 고용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 장애인고용의무제도: 월 평균 상시근로자를 50인 이상 고용하는 사업주는 소속 근로자 총수의 100분의 5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에 해당하는 장애인 근로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여야 합니다. 미준수 시, 부담금(월평균 상시근로자 수 100명 이상)하고 있으며 의무고용률 이상 고용한 사업주에 대해서는 규모에 상관없이 초과인원에 대해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히즈빈스는 장애인 고용부담금 감면 모델을 기초로 설계된 사업인데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및 니즈를 파악하여, 그에 적합한 장애인 직원들을 채용, 교육, 인사관리 할 수 있는 시스템 및 전문가 파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솔루션은 현재 SK, 롯데, 두산 등 다양한 기업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기업들은 매년 수억 원의 고용 부담금을 감면받고 있습니다. 또한, 정신장애인의 직업 유지율이 지난 15년간 90% 이상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히즈빈스가 특허(장애인 고용 관리 시스템)를 낼 정도로 철저히 지켜온 원칙과 문화, 시스템 덕분입니다.
※ 세계적인 석학들이 주목하는 히즈빈스 경영 시스템과 조직문화
① INSEAD 경영대학원 조항준 교수팀 : 성공하는 사회적기업에 관한 연구
②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 정신장애인 직무를 통한 변화 관찰 연구
③ 한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 다각적지지시스템 효과성에 관한 연구
④ Prof. Jeffrey Moore 교수팀 : 롯데케미칼 임직원 기업문화 변화 연구
Q6. 히즈빈스의 궁극적인 목표와 이를 이루어 가기 위한 히즈빈스의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히즈빈스는 비전 2040을 선포하고 세 가지 목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전 세계 11억 명의 장애인들 중 1억명 이상이 행복하게 일하도록 히즈빈스의 조직문화와 관리 시스템(WaaS)을 전 세계에 확산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100개의 직무를 개발하여 장애인 직무 전문가 7,000명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외식업을 넘어 제조유통업, 조경업, 교육업, 문화예술, IT 등 다양한 산업에 맞는 직무를 개발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입니다. 세번째는, 5만명의 장애인이 매년 자신의 강점을 살려 직무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학교 및 일자리 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모든 유형의 장애인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Q7.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장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모든 산업의 기업들, 지자체, 사회복지 기관들, 그리고 비장애인들 모두 한 마음으로 장애인 고용 무브먼트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조직과 공동체가 많아지면,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모두가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이는 더 혁신적이고 따뜻한 세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