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시민들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나?

 

 

 

 

착한 사마리언 신드롬

많은 사람들이 기업시민을 기업이 착한 사마리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기업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업이 전통적 기업들에 비해서 더 착한기업들임을부정할 수는 없지만 착한기업에 대한 패러다임만 가지고 제대로 된 기업시민운동을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신은 범위에 대한 한계를 정해지지 않고 모든 대상을 향해서 착함을 펼칠 수 있지만 인간이나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존재 자체가 유한한 인간은 제대로 된 착함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통해 어떻게 선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 여건이 좋아지면 이 경계를 조금씩 확장해나갈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도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서 이것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우선순위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기업은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업의 본질과 관련해서 범위를 정한다. 업의 본질과 관련된 일에서 착함을 펼치는 것이 기업시민행동의 본질이다.
이 선행에 대한 전략적 실행은 기업의 정한 업이라는 본질을 씨앗으로 심어서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나 제품이라는 과일을 생산해내는 과수나무를 길러내는 과정과 깊숙하게 연관되어 있다. 과수나무에서 제대로 된 과일을 얻기 위해서는 토양과 과수나무들의 생태계를 가꾸는 일도 중요한 변수이다. 이런 점에서 업과 관련 없는 일에 기업의 재정을 후원하는 행동은 밑 빠진 독으로 전락할 개연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수재의연금이나 연말연시에 행해지는 각종 후원금의 크기가 기업시민행동의 크기를 결정해주지는 않는다. 후원 등으로 착함을 과시하는 것이 기업시민의 목적이 될 수 없듯이 기업시민이 되는 것도 기업의 목적일 수는 없다. 기업시민이 된다는 것 1 은 기업이 정한 사명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수행할 때 이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들 | 이 자연스럽게 부여한 것이다. 기업시민은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구현하는 전략이다.
고객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봉사를 통해 업을 구현하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다. 범 위가 정해지지 않은 가난은 심지어 국가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기업이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줄 수는 없다. 기업이 천명한 업의 범위를 사명으로 정해놓고 이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고객이 기대하는 바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의 고통을 더 광범위하고 깊고 더 치밀하게 해결해줄 때 고객은 회사가 전달한 가치를 자신들에 대한 봉사로 받아들인다. 고객들이 이 봉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할 때 제 대로 된 기업시민의 지위가 인정된다. 한 마디로 기업시민은 회사의 사명을 표현하고 구현하는 전략적 행위이다. 회사의 사명과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기업에서 기업시민 행동이 회사의 전략이 아니라 자선사업으로 오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명이 명확하지 않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기업시민활동은 그냥 착한 사마리언으로 자선사업 을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차별적 시민의 지위를 획득한 회사들

착한 사마리언 신드롬을 극복하고 차별적 시민의 지위를 획득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쟁력을 획득한 회사들의 공통점은 기업시민을 회사의 사명과 목적을 구현하는 전 략으로 사용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모든 대상에게 무차별적으로 기업시민활 동을 벌이지 않는다. 자신들이 정한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고객들이 겪고 있는 고통 을 해결해주는 봉사를 통해서 기업시민행동을 실천한다.
각종 수프로 유명한 Campbells’는 기업시민으로 활동하기 위한 자신들의 사명의 울타리를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캠벨 수프의 목적은 삶의 순간마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음식을 제공합니다. 사람들 은 수 세대에 걸쳐 캠벨이 독창적이고 맛있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음료를 제공 할 것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과 음료가 사람들 사이를 이어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따뜻한 기억과 지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대상에 연결해준다고 믿었습니다.

캠벨은 이런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기업시민으로서의 책무를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까지 제대로 된 영양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장에서 가정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환경이 구현되도록 노력한다”로 정하고 있다. 또한 세계시민들을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기업시민활동의 연간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까지 수프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건강한 토마토 재배를 위해 그린가스 배출을 20%까지 줄이고, 재배에 사용되는 물의 양을20%까지 절약하는 등의 지표를 설정해놓고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달성이 되었는지 결과를 홈페이지에 보고하고 있다.
혁신의 대명사 3M은 자신을 목적 지향적 회사라고 선포하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명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있다.

우리는 수십 년간 혁신을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일상생활을 개선했습니다. 밤 운전이 더 쉬워졌고 건물은 더 안전해졌습니다. 가전제품은 더 가벼워졌고 에너지를 전보다 덜 소비했습니다. 우리는 달에 인간을 보내는 일도 돕기도 했습니다.

3M은 매년 새롭게 출시되는 1000여개의 신제품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혁신적인 방법으로 CO2 배출을 얼마나 줄였는지, 얼마나 에너지를 절약했는지, 또한 일반사람들의 삶의 고통과 편의를 얼마나 혁신적으로 신장했는지 등을 설정하고 있다. 결국 3M에서 나오는 제품들로 세상을 가득 채울수록 세상은 더 편리하고 혁신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세상이 된다. 결국 이런 세상을 만드는 사명을 수행하는 것을 3M의 기업시민으로서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펩시코는 인도출신의 CEO 안드라 누이가 회사의 수장이 되면서 기업시민에 대한 가시적 행보를 보였다. 누이는 3M과 마찬가지로 펩시는 설탕물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목적경영을 통해 성과를 내는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목적경영을 실현시키기 위해 회사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정했다.

우리 제품을 먹고 음미하고 마실 때마다 사람들의 웃음이 늘어나는 세상을 만든다. 고객에게는 맛있고 건강하고 펩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와 과자를 통해 하루 10억번의 웃음을 만들고, 파트너들에게는 성장기회를 통해, 커뮤니티에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함을 통해서, 세상에는 어린이들에게 더 건강한 지구를 물려줌을 통해서 웃음이 번지는 세상을 만든다.

펩시는 이런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기업시민의 행보로 설탕과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단맛이나 짠맛을 낼 수 있는 천연조미료를 개발하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밀가루보다는 건강한 곡식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제품들의 개발해서 출시하고 있다. 펩시는 고객들이 비만이나 당뇨를 걱정하지 않고 행복하게 스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기업시민의 책무로 정하고 있다. 이런 책무가 달성되면 웃음이 자연스럽게 넘치는 세상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이런 세상이 자신들의 제품에 의해서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에 관한 지표를 개발해서 보고하고 있다.
기업시민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기업시민활동을 자신들이 약속한 목적과 사명을 자신들의 업을 통해 구현하는 전략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통적 기업들은 자신을 전략적으로 차별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격과 품질의 차별화를 택했다. 하지만 기술적 수준이 높아지자 더 이상 가격과 품질로 자신의 전략을 차별화 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초우량기업들은 가격과 품질 차별화를 넘어서서 본인들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고유한 이유인 목적과 사명을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에 개입시켜 사명과 목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체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조직의 사명과 목적은 기업이 자신들을 차별화 할 수 있는 최고수준의 차별화 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시민은 이런 기업이 정한 목적과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달성된다. 홈페이지에만 존재하는 사명과 목적을 가진 회사가 기업시민이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모범적 기업시민들은 Carroll이 제시한 CSR 위계의 가장 높은 수준을 이행하는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회사를 망하지 않게 해서 사회에 경제적 주름살을 만들지 않을 뿐 아니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게 정해진 법을 준수한다. 또한 이런 회사들은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도 남들의 복지를 해하는 행동을 자제한다. 이런 기본적 기업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도 지키지 못하는 회사가 사명과 목적에서 약속한 고상한 약속을 지킨다고 기업시민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기업시민의 행보는 이런 기본적 책무를 지킴을 전제로 기업이 천명한 사명과 목적에 대한 약속을지킬 때 달성된다.

 

기업은 시민 양성소

많은 연구들이 기업시민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견인차임을 밝히고 있다. 기업시민의 행보를 지키는 회사들은 전통적 회사들에 비해 지속가능한 성과를 달성할 뿐 아니라 자신의 종업원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육성한다.
성숙한 시민은 법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남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남들의 숨겨진 고통을 이해하고 이 고통을 같이 풀기 위해 자신이 한 발 더 움직이는 (go an extra mile) 자발적 행동을 보인다.
택시기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택시기사는 존경받는 시민의 일원으로서 고객에게 기본적으로 과도한 요금을 부과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과속으로 손님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는 택시를 타는 손님이면 누구든 기사에게 기대하는 의무이다. 이런 기본적 의무를 넘어서 다음과 같은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사 분은 내가 무거운 짐 때문에 택시를 이용했다는 것을 알고 나를 아파트 문 앞에 내려주지 않고 나에게 동 호수를 물어서 동 앞에 안전하게 내려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택시기사가 이렇게까지 호의를 베풀어주기를 기대하지 않지만 이 특별한 택시기사는 내 고통을 이해하고 나를 위해 한 걸음 더 가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보인 것이다. 순수한 의미의 시민행동은 그럴 의무는 없지만 이 택시기사의 경우처럼 상대를 고통을 배려해서 자발적으로 한 걸음 더 가주는 행동을 보일 때 발현된다. 그럴 것을 요구받지 않았음에도 상대를 위해 한 발 자발적으로 더 가서 배려하는 행동을 하는 택시기사가 평소에 법규를 지키지 않는다든지 승차거부를 한다든지 부당요금을 청구하는 일은 없다.
기업이 모범적으로 기업시민의 행보를 보일 때 그 기업의 종업원들도 기업의 행보를 본 받아서 각자의 차원에서 시민행동을 한다는 연구들이 있다. 연구들은 기업시민행보를 보이는 회사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은 다른 어려운 상황에 처한 종업원들을 자발적으로 더 많이 돕기도 하고, 보는 사람이 없어도 회사의 비품을 더 아끼거나, 휴식시간을 더 잘 지키거나, 회사가 정한 암묵적 규칙을 더 준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이 회사의 종업원들은 다른 사람들을 뒤에서 험담하지 않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려하고, 조직정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즉, 스포츠맨십을 보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이 있으면 반드시 당사자에게 먼저 알려주는 예의범절을 보이기도 했고, 회사의 주요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거나 회사를 밖에서 홍보하는 일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반드시 안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과 회사를 위해 자발적으로 한 발자국 더 나가려는 행보가 기업시민 회사에서 개인들이 보이는 시민으로서의 행보다.
회사차원의 기업시민에서 촉발된 종업원들의 개별적 시민행보는 자신과 주변사람들에게 긍정적 정서를 유발해서 이런 시민행동을 더 광범위하게 전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조직이 시민행보를 보이는데 종업원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이 종업원은 인지적 부조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도 있다. 조직 내에서 시민행보에 대한 암묵적 표준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적용되어 이들의 시민으로서의 표준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식으로 한 대기업이 기업시민으로서의 제대로 된 행보를 보일 경우 이 때문에 생기는 시민양성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대기업은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고 또한 글로벌 기업인 경우 글로벌에도 다수의 공장이나 지사를 가지고 있다. 기업시민으로 높여진 표준은 그대로 종업원과 계열사, 해외지사, 이들의 가족들과 이웃들이 성숙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데 기여한다. 기업시민은 학교에서 사회도덕 교육을 통해서는 육성할 수 없었던 시민을 대대적으로 육성해내는 실질적 기반이다. 성숙한 시민을 육성하는 것은 기업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큰 사회적 책무이다.

 

기업시민운동과 공진화의 이슈

많은 기업들이 기업시민행보를 취하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공진화이다. 기업시민은 기업이 약속한 목적과 사명을 수행하는 전략적 행동이다. 하지만 이 사명은 시대의 진화에 맞춰서 공진화 되어야 한다. 공진화하지 못한 사명은 기회의 발판을 제공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을 사명의 감옥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명은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업의 개념과 시대에 맞는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해 결국 회사를 무너트린다. 코닥, 엔론, 시어스, 모토롤라 등 한때 큰 성공을 구가했던 대기업도 시대에 맞춰 자신의 사명과 업을 공진화시키지 못해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역으로 P&G, BASF, 3M, BOSCH, CORNING, HITACHI, IBM 등이 100년 기업으로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체험하고 지금도 기업시민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시대에 맞춰서 자신의 사명을 적절하게 공진화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영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위양할 수 없는 책무는 자신 회사의 사명을 시대에 맞춰서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제대로 공진화 시키는 일이다. 또한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진 곳이 있으면 제대로 보수하는 일도 경영진의 중요한 책무이다. 시대와 공진화하는 사명의 울타리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의 경영진들은 기업시민행보를 자선사업쯤으로 오해하고 회사의 자원을 낭비해서 회사를 어려움에 빠트린다.
최근 페이스북의 저커버그의 행보는 이런 맥락에서 경영자들이 어떻게 시대에 공진화하도록 자신의 사명의 울타리를 보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커버그는 2018년 1월 11일에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했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검토해본 결과 광고 콘텐츠가 급증해서 원래 페이스북의 존재이유인 가족 친구 간 의미 있는 소통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진단되었다. 페이스북의 원래 목적대로 광고에 의해 방해 받는 시간을 줄이고 사용자들 사이에 의미있는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도록 개혁하겠다.

저커버그의 글이 페이스북에 게시되자 단기적으로 페이스북의 주가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런 메시지가 페이스북의 사명을 위한 목적투자라는 것이 알려지자 주가는 다시 반등했다. BCG 그룹이 자신들이 수행한 최근의 프로젝트 사례에서 TSItotal societal investment에서 증가분valuation premium에 따른 TSRtotal shareholder return 증가분margin premium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사명을 공진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TSI는 기업시민이 설정한 비즈니스 모형을 공진화시키는 쪽으로의 투자이다. 이런 공진화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경우 여기서 얻어지는 결과는 회사의 기술적 R&D에 상당한 기간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을 때 돌아오는 결과보다 더 높은 수익율을 산출하고있다.
공진화의 측면에서 대한민국 재벌기업들의 기업시민으로의 행보는 더 심각하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아직도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를 기업을 일구어서 국가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반세기 전 기업의 창립자 시대에 만들어진 사명을 초연결 디지털 혁명시대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명이 사회의 핵심을 구성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종업원들이나 현시대의 고객들에게 울림을 창출할 리가 없다. 사명이 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고객에게 지속가능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인 사명의 울타리가 잘못 설정되어 있으니 이것을 구현하려는 기업시민의 정책이나 관행들도 공허한 울림으로 그치고 있다.

 

한국기업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제대로 된 기업시민 활동은 시대에 공감이 되는 메시지를 창출하여 다양한 내외 구성원으로부터 자원을 유연하게 동원하여 지속가능한 재무적 성장을 누리게 한다. 기업시민에 대한 정책은 기업을 가격과 품질을 넘어 사명과 목적의 수준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스스로가 시민으로서의 행보를 보인다는 것은 구성원들을 자연스럽게 시민으로 성숙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발적 시민행동을 하는 구성원으로 가득한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경영을 비교하는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민들에 대한 개념보다 기업은 일을 통해 더 자연스럽게 시민들을 길러낸다.
이런 기업시민 행동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기업시민으로서의 행보에 대한 진정성이 담보되어한다. 기업이 대외적으로는 기업시민행보를 위해서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종업원들이 자신의 회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기업시민 활동을 벌이기보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시민을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업시민에대한 회사차원의 투자를 연기로 받아들인다. 결국 종업원들이 자신 회사의 기업시민 행보를 연기라고 규정하면 자신 기업이 자신에게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기업시민 행보도 연기수준에서 수행할 것이다.
회사의 홈페이지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기업시민 행보가 현란하게 광고되지만 실제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국면에서는 이런 약속과는 독립적인 방식으로 생존을 위해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대표적으로 기업시민을 연기하는 회사들이다. 종업원들에게 기업시민 행보가 기업이 설정한 사명을 구현하려는 진정성이 있는 활동으로 여겨지면 종업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기업시민에 대한 기대를 내재화 시켜 일인칭 스크립트를 만들어서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기업시민은 구성원들이 고객과 공동체를 위해 기업의 사명을 자신의 일인칭 역할에 자발적으로 내재화 할 때 자연스럽게 달성된다.
기업시민의 행보를 진정성이 있게 실현시키는 회사들은 최종 고객에 대한 긍휼감을 가지고 있다, 긍휼감은 상대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내재화해서 상대와 같이 풀어나가려는 행동성향을 말한다. 고객에게 가격에 맞춰 가치를 전달한다는 생각보다 같은 가격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으로 고객이 가지고 있는 고통을 내 고통처럼 해결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고객에 실제로 전달된 가치는 가치를 넘어 봉사의 개념으로 승화되어진다. 긍휼감을 기반으로 한 기업시민활동은 관련된 구성원들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혁신적 봉사활동이다.
기업시민 활동이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정당한 전략적 도구로 제대로 실현된다면 구성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가지고 몰입하고, 실제로 자신의 역할을 통해서 세상에 더 나은 가치충격을 준다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런 체험들이 축적되어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의 전문성이 점점 신장되는 성장체험을 하게 된다. 제대로된 기업시민 회사의 직원들은 전통적 회사의 직원들에 비해 일을 통한 충만fulfillment과 열의engagement를 체험한다. 직원들의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충만함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몰입하는 기업들은 생존을 넘어서 번성을 누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출처 : 기업시민리서치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