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테크 투자
기후 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 폭우,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등은 이미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투자가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플랫폼 ‘핀치북’에서 지난 2023년 전세계 벤처캐피털이 기후테크 산업에 약 56조원을 투자했으며, 투자 건수만 2,31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기후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에 돈을 투자하는 임팩트투자가 기후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포스텍 지속가능연구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테크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인비저닝 파트너스 제현주 대표를 인터뷰하여 기후테크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Q. 기후테크* 투자 전문가로서 최근 ESG 이슈가 다소 위축되고 있는 현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어떤 키워드가 급속도로 부상하면 그에 대한 반작용이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자본시장이 침체 국면일 때는 기업들이 장기적인 목표 보다 단기적인 손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 뜨거웠던 ESG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고, 심지어 의심하는 목소리 또한 대두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ESG는 자본시장 자체의 동기에서 출발하여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과를 창출하고자 만들어진 가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ESG 관련 규제적 프레임워크가 구체화되었으며 이미 주류 금융 및 투자 기관들의 투자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노골적으로 ESG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겠으나, 자본시장의 가장 강력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주체인 연기금들, 예를 들어, 국민연금, CalPERSCalifornia Public Employees’ Retirement System, 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The 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 of Japan 등이 ESG 투자 원칙을 밝혔고, BlackRock, Vanguard와 같은 대형 금융 기관들 역시 지속가능한 금융을 향한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다. 속도는 빨랐다가 느려졌다 하겠으나, 이 본질적 방향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기후 문제는 ESG의 한 축으로서 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이며 이미 시급히 닥친 중대한 사업의 리스크이다. 기후변화가 사업장의 물리적 위험을 야기하고, 공급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이는 당장의 재무적 성과와 직결되는 리스크가 될 것이고, 사실 이미 이 조짐은 가시화되고 있다. 이 리스크에 대한 실질적 대비를 아직 시작하지 않은 기업이 있다면, 이미 늦은 셈이다. 오늘 당장 시작해도 빠른 대비가 되기 어렵다.
Q. 기후테크 투자에 대한 전망과 장벽은 무엇인가?
기후테크 분야의 벤처캐피털 투자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속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왔고, 2022년 한 해 동안 투자된 금액은 700억 달러를 넘어섰다(HolonIQ).
2022년 말부터 자본시장 전체가 위축되면서 벤처캐피털 투자 자금도 줄어들었고, 기후테크 역시 거시 경제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으나 여타 분야에 비해서는 오히려 영향을 덜 받았다. 2024년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81억 달러가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에 투입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조심스런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PitchBook, TechCrunch). 이러한 반등을 이끈 것은 굵직한 하드웨어 기후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였는데, 그린수소로 철을 생산하는 H2 Green Steel이 45억달러의 대출과 2억 달러 이상의 지분 투자를 받았고,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Ascend Elements가 1억 6천만 달러를 올해 1분기에 추가로 모집하면서 총 7억 달러 이상의시리즈 D 투자라운드를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테크 영역 중에서 오랜 기간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활발했고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근래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영역과 지역들을 살펴보면 산업의 탈탄소화, 에너지 전환, 탄소포집과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의 에너지 전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기후테크 투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전 밸류체인이 함께 변화해야만 시장이 형성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기술이라든가, 배터리 효율화 기술 등은 공급망 안에서 특정한 요소로서 기능하고, 이러한 요소 기술들이 모여 산업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 등에 기여한다. 결국 궁극적인 목표인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체 공급망이 같이 움직여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하고도 창의적인 정책의 프레임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기후변화는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인류 공통의 문제라는 점에서 글로벌 정책과 표준에 대한 기준점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 기후테크 기업들 역시 시장을 넓게 보고 어떻게 기술을 확산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초기부터 구상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서, 기후테크는 딥테크, 하드웨어테크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자본이 초기부터 많이 필요하고 스케일업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길다. 그런데 성장에 필요한 모든 자본을 지분투자 방식으로만 유치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도 또 투자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성장 단계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자본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Q. 기후테크 관련 창업자들에게 해줄 조언은?
앞서 말씀드린 기후테크의 영역적 특성을 인지하고, 비즈니스 성장의 과정에서 예상
되는 리스크를 초기부터 염두에 둔다면 시행착오를 덜 겪게 될 것이다.
글로벌한 문제를 푼다는 인식
글로벌 차원의 문제와 시장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창업자와 그렇지 않은 창업자는 서로 다른 출발점에 서게 된다.
전체 공급망 차원의 협력
기술의 완결성은 성공의 충분조건이 되기 어렵다. 기술이 시장에 보급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의 메커니즘과 공급망을 이해하고, 매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상보의 인사
개발자와 사업가의 DNA를 모두 갖춘 창업가는 흔하지 않다. 창업가에게 부족한 자질과 역량을 보완할 수 있는 팀을 갖추고 보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실에서 창업한 많은 경우,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파트너가 성장의 기폭제를 마련하기도 하고, 반대로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는 야망을 가진 비연구자 출신의 창업가가 유망한 기술을 인수하여 사업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 기후테크 분야에서는 더 많은 탁월한 창업가들이 필요하다.
Q. 인비저닝 파트너스에서 대한 소개와 기후테크에 관심있는 이해관계자(대기업, 재단 등)과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까?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 창출을 통해 재무적 수익을 창출하는 임팩트 투자사이다.
우리 시대의 중요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큰 시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회사에 투자한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국내 임팩트 생태계가 태동하던 시점부터 ESG 및 임팩트 투자가 자본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업계 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기후위기와 인구 구조의 변화를 우리시대의 심화되는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4가지 도메인(ⓛ기후변화, ②헬스 및 웰니스, ③교육, ④미래의 노동)에 투자를 집중한다. 운용자산은 2,114억 원, 투자 기업 수는 50곳이며, 전체 포트폴리오 중 기후테크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출범 초기부터 기후테크 투자에 집중하며 고도의 전문성과 특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해왔으며, 2021년 국내 민간 자본 최초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climate tech에 투자하는 펀드Envisioning Climate Solutions Fund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는 탈탄소 전환에 관심이 높은 국내 주요 기업들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인비저닝 파트너스와 오랜 신뢰를 쌓아온 여러 기업 출자자들은 펀드 출자와 별개로 잠재력이 큰 개별 투자 건에 대해 공동투자를 집행하여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빠르게 모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이에 더해, 기술 스케일업을 위한 연구 협업과 신사업 타진을 위한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적극적인 협업은 스타트업에게는 기술과 비즈니스의 상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으로서, 대기업에게는 기존 사업의 탈탄소 전환과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의 기회로서 강력한 이점이 된다. 이 외에도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금grant,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재단 및 기관 출자자들과 투자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우리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후테크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책의 변화를 주도하는 정부 및 공공섹터, 기존 공급망을 이끄는 대기업,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 에너지 및 자원 체계의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투자 및 금융기관이 모두 협력해야만, 우리 시대의 최대 난제인 기후변화를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전환해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Sustainability & Business Review 23